[Opinion] 랭보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 < 토탈 이클립스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1.0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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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랭보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 <토탈 이클립스>

 
Carjat_Arthur_Rimbaud_1872_n2.jpg▲ 랭보, 출처: 위키피디아
 

이름을 조용히 입에 굴리면 오묘한 기분이 드는 소년이 있다. 그에게서는 거리 낄 것 없는 당돌함과 천진함이 느껴졌다. ‘바람구두를 신은 사나이l’homme aux semelles de vent’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umbaud(1854-1891)가 바로 그다. 아마도 랭보가 대중에게 익숙한 이유는 그의 문학 세계보다는 ‘그 삶의 많은 일화와 반항과 방랑의 부단한 동적 이미지’때문일 것이다. 랭보의 37년 인생은 프랑스 문학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독특했다. 

16세라는 놀랍도록 어린 나이에 랭보는 1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암송되고 있는 명작을 써 내렸다. 시 속에는 시인의 유년 시절의 추억이 반쯤 분실되고 변형된 형태로 담겨진다고 본다면, 랭보의 시는 유년 시절 바로 그 자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절 랭보의 삶을 알아보는 것은 그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는 데 필수 불가결하다.


movie_image.jpg▲ 제공: 네이버 영화
 

영화 <토탈 이클립스>(1995)는 시인으로서 생활부터 죽음까지를 그린 랭보의 일대기라 할 수 있는 영화다. 랭보가 특별한 시세계를 구축한 기간은 그가 베를렌느의 부름을 받고 파리로 떠난 1871년부터 16~19세 약 3년이었다. 「취한배Le Bateau ivre」에서 「지옥에서의 한 철Une Saison en enfer」까지 그의 주옥같은 명작들이 대부분 이 시기에 쓰여 졌다. 함께 유럽을 여행하며 깊은 관계를 맺은 시인 폴 베를렌느Paul-Marie Verlaine가 랭보의 손에 권총을 쏘면서, 그의 시인으로서 삶은 끝을 원하고 있었다. 25세에 집필한 시집「일뤼미나시옹Illuminations」을 마지막으로 그는 노동자, 용병, 무기 거래상인 등으로 일하며 말년 10년은 에티오피아에서 보내고 프랑스로 돌아와 죽음을 맞이했다. 

제목 ‘토탈 이클립스’가 개기일식을 의미하는 것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영화는 특히 베를렌느와 랭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길 서술한다. 개기일식이란 지구에서 보는 달과 태양의 크기가 같을 때 달이 태양을 가리는 것을 말한다. 둘의 크기는 같을 지라도 하나는 위대하게 타오르는 태양이요, 하나는 조그맣게 빛나는 달이다. 둘은 포개질 수는 있지만 이내 원위치로 돌아가는, 영원할 수 없는 관계다.


movie_image (3).jpg▲ 베를렌느와 랭보, 제공: 네이버 영화
 

랭보는 ‘바다와 태양이 만나는c’est la mer allée avec le soleil’ 영원l'éternité을 추구했다. 그곳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는 ‘천재見者’가 되기로 했다. 자신의 영혼을 넘어서 현실의 허구를 파괴하고, 그 이면에 있는 모든 것을 이해하기로 했다. 그래서 베를렌느에게 ‘당신은 정말로 부인을 사랑하나요? 가정을 지속시키는 것은 이기심이지, 사랑이 아니예요. 사랑은 재창조 되어져야 해요’라고 말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랭보에게 시어에 담긴 구습과 관습을 해체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었다. 

또한 랭보는 베를렌느와의 관계를 통해 영혼과 영혼이 교감하는 사랑을 추구했다. 그러나 이 위태로운 사랑은 베를렌느가 술에 취해 홧김에 랭보의 손바닥에 총알을 쏘면서 끝났다. 끝까지 부인 마틸드와 랭보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굴던 베를렌느는 랭보가 원하던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베를렌느와의 관계를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라 명명하며 랭보는 시를 자신의 인생에서 떠나보냈다. 

<토탈이클립스>에는 그후의 랭보의 삶도 전개되고 있다. 자신을 구속하는 선원도 닻도 없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모진 풍랑 속으로 들어가 산전수전을 겪는 ‘취한 배’처럼 랭보는 그 이전에는 아무도 가본 적 없다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로 넘어가 10년을 살았다가 죽어 간다.


movie_image (2).jpg▲ 랭보, 제공: 네이버 영화
 

이른 나이에 많은 문학적 성과를 이루고도 너무 빨리 문학과 작별한 조숙한 소년 랭보. 시의 운율과 형식보다는 그 언어가 담고 있는 비합리적이고 생동하는 상징에 주목하여 시를 써, 프랑스 근대 문학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킨 랭보. 그에 대한 넓고 얕은 지식을 원하신다면 <토탈 이클립스>를 보라 추천 드리고 싶다. 그 후 랭보의 대표작을 읽어보고, 다시 한 번 <토탈 이클립스>를 보면 필히 랭보에 빠지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단행본
[반역의 시인 랭보와 짐 모리슨], 윌리스 파울리 글 씀, 이양준 옮김, 민미디어, 2001
[랭보의 세계: 시 연구집], 이준오, 숭실대학교 출판부, 1993

논문
[투시자Voyant에서 “일하는 자Travailleur”로의 랭보Rimbaud 시론의 변모], 곽민석, 연세대학교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유럽사회 문화>6권0호, 2011, p. 57-79

블로그
토탈이클립스/천재 시인 랭보의 그림자 http://theair.tistory.com/entry/TotalEclipse


[이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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