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할 수밖에 없는 두 형제의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마미야 형제' [문학]

글 입력 2016.01.02 21:5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크기변환_CYMERA_20160102_220147.jpg
 

‘좋은 사람이란 건 알지만, 왠지 애인으로 내 옆에 두기는 좀 그런 사람‘, 마미야 형제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마미야 아키노부와 마미야 테츠노부. 이 마미야 형제는 신기하게도 두 사람 모두 단 한 번도 상호 교류적인 ‘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 항상 혼자만의 일방적인 사랑만이 있었을 뿐.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햇볕 쨍쨍한 여름날처럼 특별한 일 없이 일상을 보내던 마미야 형제에게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듯 ‘사랑’의 감정이 밀려온다. 한 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 했던 숙맥 형제가 한 여자를 애인으로 만들고자 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순수해 보이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안타깝기도 하다. 아키노부가 나오미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리라 결심하면서 혼나 나오미의 ‘마’와 마미야의 ‘마’가 같은 것이 어쩌면 운명일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러나 여지없이 형제의 사랑은 모두 실패하고야 만다. 하지만 마미야는 형제는 결코 사랑의 실패 때문에 기나긴 절망의 세월을 보내진 않는다. 아마도 그건 애인이 아니어도 서로의 삶을 기쁘게 해주고, 맥주 한 잔 마시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서로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수영을 못해도 물에 뜨는 비트 판이 있으니 문제없다. 
자동차 운전면허가 없어도 여행을 갈 수 있고, 여자가 없어도 즐거운 일은 얼마든지 있다.
-본문중에서



비록 연애에는 서툴지만 마미야 형제는 형제들만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고 편안한 감성을 지닌다. 그리고 그러한 방식으로 자신들만의 행복을 찾아나간다. 잠옷을 입고 퍼즐게임하기,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빌려다 영화 보기, 하루 종일 독서하기. 두 눈이 번쩍이는 화려함보단 계속 보아도 질리지 않는 소박함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형제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어린 시절의 앨범 속으로 들어간 것만 같은 아련하면서도 행복한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마미야 형제들과 ‘즐거운 지옥’으로 불리는 퍼즐게임을 함께 한다면 아마도 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도 몰라 그 즐거운 지옥 속에서 빠져나올 생각도 못할 것이다. 이러한 마미야 형제의 매력을,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나오미, 유미, 요리코, 겐타 또한 마찬가지로 느꼈을 것이다. 그들은 마미야 형제를 만나고 난 뒤, 그들과 함께 있을 때 느꼈던 따스하고 편안한 기분을 되새기며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본다. 형제가 일부러 그들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마미야 형제만의 타인과 조금은 다른 삶의 방식을 이들이 함께 겪고 느끼며 진짜 자신이 원하고자 했던 삶에 대해 고민하고, 새롭게 앞을 나아간다. 아마 마미야 형제는 모르겠지만, 그들은 확실히 표현할 순 없는 굉장한 힘을 지니고 있다. 한 사람의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것은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일이기에.
 
마미야 형제는 어떻게 보면 지금보다 과거가 더욱 초라했던 사람들이 아니었나 싶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화장실도 못가 오줌싸개가 되기도 했고, 겨울에 안경에 김이 껴 하얘지는 것이 창피해서 라면을 뚝 끊기도 했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없을 만큼 소심하고 타인의 시선에 갇혀 살았던 두 형제는 자신의 ‘형’, 그리고 ‘동생’에게 의지하며 그 벽을 부수었고, 지금의 마미야 형제로 거듭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남들의 눈에 좋아 보이는 화려한 것, 멋들어져 보이고 무언가 있어 보이는 것. 그러나 그것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마미야 형제가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애인이 없으면 어때. 형이 있으니까. 동생이 있으니까. 
추운 겨울날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형제는 행복하다. 

 
[임수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