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나는 꽃이 싫다’

꽃은 지지 않는다.
글 입력 2015.12.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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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jpg


지난 주, 씨어터 송에서 공연 중인 연극 <나는 꽃이 싫다>를
보러 갔다. 저번 연극 <아폴로 프로젝트>도 이 씨어터 송에서
공연했었는데 그 후 두 번째로 찾아온 거라 그런지 익숙함도 느껴졌다.


씨어터송.jpg


공연장 안에 들어서자 제일 먼저 호텔방이 눈길을 끌었다.
연극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어 배경이 호텔방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진짜 호텔방을 옮겨놓은 듯한 셋팅은 연극의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잠시후 공연이 시작되었다.
 


화장실에서 나와 거울을 한 번 보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 여인,
곧이어 호텔방문 앞에서 벨을 누르고 초조해하는 한 여자가 나타난다.
   


엄마 : 너구나.

딸 : 안녕하세요?

엄마: 알아보겠니?

딸 : 네

엄마: 알아보겠다. 네 아버지를 많이 닮았네.

딸 : ...
   


그들의 첫 대화이다. 모녀사이의 대화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보면 두 여자가
모녀사이라는 것을 잘 모를 수 있지만 극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이 몇 년 만에 재회한 모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극 중간에는 딸이다, 엄마다 하는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긴 하지만, 
말투와 행동에서 드러나는 어색함이 정말 그 두 사람이 모녀지간이 맞는 것인가 하고 
다시금 의문을 품게 할 정도였다.

 
공연사진 (6).jpg


엄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딸에게 잔소리하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한번쯤은 부드럽고 다정하게 다가갈 수도 있을법한데 그것조차 어색한 것인지
아님 아직은 살갑게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생각했던 것인지 아쉽게만 느껴졌다.
아마도 세월의 흔적이라 할 수 있겠지만 잔소리가 그리웠을 딸에겐 모든 면에서
자신을 부끄럽게 보는 것 같은 엄마가 그저 원망스러웠을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안부조차 묻지 않았던 엄마,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순간에도 곁에 없었던 엄마,
무엇보다 자신을 낳고, 자신을 버리고 돌아서서 멀리 떠나버린 엄마,
시간이 흐른 뒤 편지 한 통 없었던 엄마
딸에게 엄마는 원망스러움 그 자체였을 거다.
 


하지만 엄마에게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딸을 낳았지만 어린나이였기에
감당할 수 있는 자신이 없었던 거다. 물론 극단적이긴 했지만 
언젠간 이런 날이 올 것이란 걸 엄마는 알고 있었던 거다.
그래서 더 미안했기에 미안한 마음을 대단한 척, 멋있는 척을 보이게 된 것이다.
 


연극 마지막에 엄마도 결국 눈물을 흘리며 그 간의 마음을 쏟아낸다.
어색함과 잔소리와 고통과 원망으로 가득했던 만남에서
보통의 엄마와 딸이 되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암시하는
 따뜻한 마무리를 보여주며 끝맺음을 한다.
 


이 연극에서 꽃은 엄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을 함께하지 못했어도 그래서 더 원망스럽고 미워도
결국 엄마는 엄마니까.
겉으론 모진 말을 해도 다 자식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고 마음이란 것을,
여전히 아름다우세요라고 한 딸의 말에서 느꼈다.
엄마는 꽃이라는 것을.
어떤 일이 있어도 결코 지지 않는 꽃이라는 것을 말이다.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거나 굉장히 친밀한 관계인 딸들 모두에게
이 연극을 추천하고 싶다.
 




<공연 정보>


▶기간 : 2015년 12월 22일 (화)~2016년 3월 13일 (일)


▶공연시간 : 화,목,금 8시/ 수 4시/ 주말,공휴일 4시 (월 쉼)


*2016년 1월 1일, 2월 7일, 8일 쉼


▶장소 : 소극장 씨어터 송 (2호선 서초역 7번 출구)


▶제작 : 극단 그룹 動 시대


▶관람료 : 전석 30,000원



서포터즈5기_홍효정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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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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