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진실에 대한 믿음, 라이프 오브 파이 [시각예술]
글 입력 2015.12.2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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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한 영화라는 찬사에 영화를 보았지만 처음엔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보는 내내, 영상미가 대단한 영화라서 이런 찬사를 받나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만으론 납득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영화가 끝나기 20분 전에 충격적인 반전을 더해주는 이 영화는 영화가 끝나는 순간부터 영화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벵골 호랑이와의 표류기가 내용의 전부라 생각하면서 끝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끝내기엔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이 영화의 진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봐야한다.주인공 파이는 신의 존재에 눈을 뜨면서 갖은 종교에 관심을 가지고 믿기에 이른다. 그런 파이에게 이성주의자인 아버지는 주의를 준다.
“세상의 모든 종교를 믿는 것보단 이성을 믿는 건 어때? 누군 고기를 먹고 누군 채소를 먹고 모두의 생각이 똑같을 순 없지. 네가 뭘 믿든 상관은 없지만 맹목적인 믿음은 안 돼. 이성적인 사고를 가지란 거지. 알았니?”기독교인이면서 이슬람교도이고, 힌두교도이면서 유대교도 믿는 파이는 훗날 자신을 찾아온 작가에게 이렇게 말한다.
"종교는 방이 많은 집과 같아요.""의심의 방은 없어요?""층마다 아주 많죠. 의심은 좋은 거예요. 믿음을 유지시켜 주죠. 시험에 들기 전까지는 믿음의 힘을 모르니까."'라이프 오브 파이'가 시사하는 바는 누구든 진실이라 믿고 싶은 것을 믿는 자유라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현재와 미래를 현명하게 판단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믿는 것.표류의 순간, 파이를 생존할 수 있게 만들었던 결정적인 요인은 살아생전 이성을 강조한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그러나 생존 이후의 삶을 짙은 어둠에 잠식되지 않고 행복하게 나아갈 수 있는 파이의 원동력은, 남은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을 믿는 것이다. '이미 일어난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가.' 보다, '앞으로의 삶 동안 무엇에 의미를 두느냐.' 그리고 그 것이 파이가 믿는 종교의 힘이다.파이는 말한다. 표류기 동안 자신과 함께한 벵골 호랑이, 리처드 파커가 없었다면 자신은 죽었을 것이라고. 호랑이를 길들이는 것에 삶의 의미를 두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또, 아버지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죽었을 것이라고."우리 아버지가 옳으셨어요. 난, 리처드 파커에게 친구가 아니었죠. 생사를 같이했는데 돌아보지도 않고... 하지만 녀석의 눈에 비춰진 게 결코 내 모습만은 아니었어요. 틀림없어요. 느꼈거든요.입증은 못하지만..."[김정미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