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문화전반]

글 입력 2015.12.0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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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영화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문화전반]


얼마 전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를 다시금 보게 됐습니다. 


8s.jpg▲ 출처 : 영화 '봄날은 간다' 中
 

확실하지는 않지만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에 처음 그 영화를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라면 먹고 갈래요?”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명대사로 유명한 ‘봄날은 간다’는 당시에도 이미 ‘명작’의 반열에 올라있는 영화였습니다. 
 

7s.jpg▲ 출처 : 영화 '봄날은 간다' 中


하지만 당시의 저는 ‘봄날은 간다’를 보며 어떠한 감동이나 감흥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실망을 했었고 때문에 별점 5개 만점 중 3개를 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사실 저는 이 영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공감하지도 못했었습니다. 대학교에 갓 입학하여 사랑 한번, 이별 한번 해보지 않은 풋내기의 눈에는 썩 흥미롭고 유쾌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9s.jpg▲ 출처 : 영화 '봄날은 간다' 中
 

그런데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다시 만난 영화는 놀라울 정도로 재미있고 흥미로우며 이해를 넘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으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은수가 상우에게 넌지시 물었던 “라면 먹고 갈래?”는 단순히 잠자리를 암시하는 그저 그런 대사가 아니었고,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는 상우의 나지막한 질문은 메아리가 되어 저의 가슴 깊숙한 곳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10s.jpg▲ 출처 : 영화 '봄날은 간다' 中


다시 본 영화는 감독판도 아니었고, 5년 사이에 영화가 변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변한 것은 저 자신, 하나 밖에 없었습니다. 스크린 속 상우와 은수의 표정과 대사 그리고 풍경들조차 그때 그대로였지만 저는 그 사이 몇 번의 사랑과 이별을 겪어 본 것입니다.  


인생의 새로운 경험이 쌓이자 보이지 않던 부분이 보였고, 느낄 수 없던 것들이 느껴졌습니다. 영화는 완전히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2s.jpg▲ 출처 : 영화 '봄날은 간다' 中
 

3개의 별점을 주며 별로 공감되지 않는 영화로 단정 짓고 다시는 볼 일이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단 며칠 만에 인생의 가장 인상 깊은 영화 중 하나로 자리잡아버렸습니다.  

이처럼 소중한 영화를 놓칠 뻔했다고 생각하니 문득 선입견과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특히나 문화와 예술에 있어서 말입니다. 

파워블로거, 음악평론가, 영화평론가, 미술평론가, 맛 칼럼니스트부터 미학자까지 
우리는 수많은 이들이 내린 기존의 평가를 참고하고 가끔은 맹신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예전에 자기 자신이 내렸던 기존의 평가와 사고의 틀에 갇히기도 합니다. 


23_askcritic_560x350.jpg출처 : www.uni-watch.com
 

하지만 선입견과 편견을 비롯해 특정인의 평가 그리고 과거의 내가 내렸던 판단과 평가들까지 
이처럼 모든 종류의 ‘색안경’은 정말 훌륭한 ‘옥석’을 가리는 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묻던 ‘봄날은 간다’의 상우처럼 여러분에게 묻고 싶습니다. 
“평가와 판단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것일까요?”


5s.jpg▲ 출처 : 영화 '봄날은 간다' 中
 

이제 우리는 확증편향의 늪에서 벗어나 기존의 세계를 새롭게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상우와 은수를 5년 만에 다시 만난 것처럼 말이죠. 
 

12s.jpg▲ 출처 : 영화 '봄날은 간다' 中
 

[김성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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