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름다운 예술과 추악한 진실의 경계 [문화전반]

글 입력 2015.11.28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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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아름다운 예술과 추악한 진실의 경계 [문화전반]


베일이 걷히며 드러난 진실이 언제나 흥미롭고 아름답지는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때로는 고개를 돌려 외면하고 싶을 만큼, 진실이 추악한 경우도 허다합니다. 


매트릭스(S).jpg▲ 출처 : 영화 '매트릭스' 중
 

마냥 아름답고 화려할 것 같은 문화예술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베토벤이라 불리던 유명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의 대리작곡 스캔들은 추악한 진실의 대표적인 사건 중 하나입니다. 

사무라고치 마모루, 그는 18년 간 일본인의 사랑을 받은 유명 작곡가였습니다. 청력을 잃었지만 절대음감과 손으로 진동을 느껴가며 작곡 활동을 했다는 점 때문에 ‘일본의 베토벤’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mamoru-samuragochi(S).jpg▲ 출처 : www.edgardaily.com
 

그가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으며, 교향곡 1번의 경우 G8 하원의장 회의에서 발표되며 2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Daisuke Takahashi(S).jpg▲ 출처 : www.zimbio.com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은 그를 ‘디지털 시대의 베토벤’으로 소개했고, 그렇게 그는 오랜 기간 일본인들의 자랑인 국보급 작곡가로 클래식계의 새로운 신화를 써내려갔습니다. 

하지만 2014년, 18년 동안 지속된 사무라고치 마모루의 신화는 완벽하게 만들어진 ‘거짓’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진 모든 곡은 한 대학의 작곡전공 시간강사였던 ‘니가키 다카시’가 대리작곡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놀랍게도 사무라고치 마모루는 악보를 읽을 줄도 몰랐으며, 심지어 청력을 잃었다는 사실마저 거짓이었습니다. 


사과(S).jpg▲ 출처 : articles.latimes.com
     <기자회견 당시 '사무라고치 마모루'>


이렇게 추악한 진실이 밝혀지며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했고, 결국 그는 영원히 음악계를 떠나게 됩니다. 


비슷한 사건은 또 있습니다. 클래식 역사상 최악의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조이스 하토’ 사건입니다.

조이스 하토, 그녀는 2006년 암 투병 끝에 타계한 무명의 피아니스트였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아름다운 음악을 안타까워했던 남편에 의해, 그녀의 수많은 작품은 사후 레코드로 발매됩니다. 

대중과 평단의 반응은 그야말로 뜨거웠습니다. 그녀의 작품들은 순식간에 걸작과 명반의 칭호를 받으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조이스하토 통합.jpg▲ 출처 : www.pristineclassical.com
 

하지만 ‘우리 시대 최고의 거장’이라는 타이틀은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합니다. 

암투병 중이던 그녀가 어떻게 이처럼 방대한 레퍼토리의 음원을 남긴 것인지 의심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이를 계기로 음악 전문 매거진인 ‘그라모폰’의 편집진은 그녀의 음반을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음반을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라모폰통합.jpg▲ 출처 : pocketmags.com
 

분석결과 그녀의 음반은 다른 연주자들의 기존 음반을 무단으로 도용해서 짜깁기 한 것으로 밝혀졌고, 그렇게 그녀의 아름다운 신화역시 한 순간에 희대의 사기로 전락하며 막을 내리게 됩니다. 

우리네 인생에 활력소가 되는 문화예술은 언제나 아름답고 따뜻한 일만 가득할 것 같지만 사실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추악한 진실들은 아름다운 미담과 멋진 신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언론의 잘못일까요? 
아니면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아무런 의심 없이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중의 잘못일까요?


피노키오(S).jpg▲ 출처 : www.trendhunter.com
 

사실 이것이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잘못•책임으로 전가할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문화와 예술에 더욱 큰 관심과 애정을 갖는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베일이 걷히며 드러난 진실이 언제나 아름답지는 않은 법이지만, 우리는 그 진실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몫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할 것입니다.


베일(S).jpg▲ 출처 : marciomartins.deviantart.com
 

[김성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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