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세얼간이 [시각예술]

글 입력 2015.11.2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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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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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행복해질 거라 믿었던 고등학교 시절. 하지만 더 큰 고난과 고민들로 가득한 대학 생활을 보내면서 많은 대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곤 한다. 대학이란 어떤 곳이어야 할까? 앞으로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위기를 현명하게 해쳐나가는 방법은 뭘까?

이에 대한 해답은 ‘세얼간이’라는 영화에 잘 담겨 있다. 명문 ICE 공과 대학교에 합격한 세 학생 란초, 라주, 파르한 세 사람의 대학 생활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존의 관습에 도전하고, 자신만의 뚜렷한 삶의 철학을 갖고 있는 란초는 라주와 파르한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세 사람은 함께 다니면서 남들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곤 하는데 이를 보고 교수를 비롯한 어른들이 세 사람을 얼간이(idiot)라고 부른다. 과연 그들은 정말 얼간이일까?

진정한 배움이란 무엇인지. 나의 인생은 누가 결정하는 것인지. 위기의 순간에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 이 세가지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1. 교육 – 진정한 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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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는 최고의 명문 공과대학으로 매해 200명밖에 뽑지 않고 많은 이들의 칭송을 받는 학교이다. 그러나 사회적 평가와는 다르게 란초는 끊임없이 대학교의 교육 방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잘못된 점에 대해 비판한다. 란초는 어떤 것들을 지적했을까? 신기하게도 란초가 지적한 점들은 한국의 교육 현실과도 크게 닮아 있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이해 중심이 아닌 암기 위주의 공부 방식이다. 한 대학 강의에서 교수가 “기계가 뭐지?”라고 질문하자 란초는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는 건 다 기계라고 할 수 있죠. 일을 좀 더 쉽게 만들어주거나 걸리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기계입니다. 더운 날 버튼을 누르면 시원한 바람이 나오죠. 선풍기... 기계죠! 멀리 떨어진 친구와 이야기할 수 있는 전화기도 바로 기계죠! 수백만의 단위를 몇 초만에 계산하는 계산기도 기계죠! 우리는 기계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펜촉이나 바지의 지퍼같은 것도 다 기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수는 분필을 던지며, “그래서 정의가 뭔데? 시험에도 그렇게 쓸 건가?” 라며 소리 질렀다. 이어서 암기만큼은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 학생이 일어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계란 연결되어 있는 물체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들의 상대적 운동이 발생합니다. 그 말은 즉, 힘과 운동이 전달되고 변형됩니다. 나사와 너트,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지레, 도르레의 회전 등이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구조는 더 복잡할 수도 덜 복잡할 수도 있는데 움직이는 요소들로 결합되어 구성이 되어 있거나 바퀴나 지레, 캠과 같은 단순한 기계적 요소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를 들은 교수는 “최고의 답안이네.”라는 평을 내린다. 그러자 란초는 저 말을 쉽게 풀어 설명한 게 방금 전 본인이 말한 것이라며 따졌다. 과연 어렵고 딱딱한 정의를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머릿속에 집어넣는 게 옳은 것일까? 개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활용하고 적용하는 공부가 더 가치 있고 생산적이지 않을까? 공부란 과연 무엇일까? 우리는 옳은 공부를 하고 있는 걸까?
 
두 번째로, 학생들의 재능과 창의성을 무시하는 교육이다. ICE의 교장은 교내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을 철저히 공부해서 시험을 잘 치르고, 과제를 꼬박꼬박 제출하여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훌륭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실력으로 멋진 비행 기계를 만든 학생의 재능을 인정해 주지 않고 과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꾸짖는다. 이 학생은 좌절감에 휩싸여 결국엔 자살을 하고 만다. 란초는 장례식장에서 교장에게 이건 자살이 아니라 살인이라고 말한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가 죽게 된 이유는 그의 재능과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고 무시한 교육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이 죽음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서 멋진 공학자가 됐더라면 어땠을까.

마지막으로, 배움은 사라지고 취업의 장이 되어버린 교육 현장이다. 학점을 잘 따서 대기업에 들어가는 게 최고라며 수많은 학생들이 시험 점수에 목매다는 상황, 그리고 경쟁을 부추기기 위해 일등부터 꼴등까지의 등수를 학교 벽에 붙여놓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돈을 잘 버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돈보다도 선행되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선, 우리가 살면서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사회의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법과 기술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이에 대해 연구하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들의 삶은 더 행복하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그리고 꼭 무엇을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지 않더라도 순수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열심히 연구한다면 그만한 학문적 업적이 생길 것이고, 이것이 언젠가는 그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또한 몰랐던 것을 하나씩 배워가는 즐거움을 느끼기는커녕 학점을 더 잘 따기 위해 무한경쟁 속에 살아가며 몸과 마음을 다 다치고 마는 대학 교육에 대한 회의감도 든다. 대학이 인재를 키워내는 곳인지 환자를 만들어내는 곳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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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은 자신의 교육관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란초로부터 파르한과 라주를 떼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세 사람은 결코 떨어지지 않고 더욱 똘똘 뭉쳐 대항한다. 교장을 비롯해 여러 교수들을 골탕 먹이며 잘못된 교육에 대한 반감을 표시한다. 얼간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대항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란초는 작은 마을에 초등학교를 하나 만든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재능을 인정해주고 배움의 즐거움을 제공해주는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은 한 없이 행복해 보였다.
과연 진정한 배움은, 진정한 교육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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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생 – 내가 선택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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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초는 ‘나의 인생은 내가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인이 사랑하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처음에 란초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었던 것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기에 방해 요소 없이 오직 본인한테만 집중하면 되기 대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황이 다른 사람들도 란초처럼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살 수는 없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란초의 도움을 받아 파르한이 사진작가의 꿈을 이뤄내는 것을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아무리 부모가 원하는 자식의 미래상이 명확하다 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삶을 얻기 위해 용기를 내어 부모를 설득하면 충분히 꿈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라주처럼 가난하고 병든 아버지와 힘없는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보수가 적은 직업을 덜컥 선택할 수가 있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너의 재능을 따라가면 성공은 뒤따라올 것이다.”라는 란초의 말을 듣고 나니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리는 것만큼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스스로 선택하는 삶, 내 마음이 이끄는 삶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길이라는 것.
우리는 누구의 선택에 따라 살 것인가? 부모님? 사회적 평판? 돈? 





3. 긍정의 언어, 알 이즈 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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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은 쉽게 겁을 먹어. 그래서 속여 줄 필요가 있어.
큰 문제에 부딪히면 가슴에 손을 얹고 얘기하는 거야.
알 이즈 웰(all is well 모두 다 잘 될 거야).”


란초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얼굴 표정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모양이다. 란초가 늘 곤란한 상황에 빠질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알 이즈 웰. 알 이즈 웰.”

라주는 분명 공학을 좋아하는 데도 불구하고 늘 시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란초에게 묻자, 란초는 라주가 겁이 너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가난한 집안을 일으킬 유일한 사람이 라주뿐이고, 이것에 너무나도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할 수도 없었고 시험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란초는 라주에게 겁 먹지 말고 '알 이즈 웰'을 외치라고 했다. 그러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용기를 가지고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런 란초의 영향을 받아 라주는 용기를 얻었고 대기업에 당당히 합격해 경제적 문제도 해결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일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덜컥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서거나 좌절하곤 한다. 이렇게 해서는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하지만 “모두 다 잘 될거야. 나는 해낼 수 있어.” 라고 주문을 외면서 마음에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긍정적인 태도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면 힘든 일도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 책상 앞에 붙여 놓은 글귀가 있다. ‘고난과 역경을 피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것에 직접 맞서는 것이다.’ 잘 풀릴 것이라는 희망과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고 현재 갖고 있는 모든 어려움과 고민들을 해결해나가 보자. 우리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거다.  알 이즈 웰.





세 사람은 정말 얼간이였을까? 얼간이같이 바보같고 멍청한 삶을 살았을까? 대학 교수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맞지 않았고, 부모의 뜻에 따라 살지도 않았으며, 정해진 틀에 맞추기보다 계속 튕겨나가려 했기에 얼간이가 맞는 걸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오히려 현명했다. 자신의 삶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삶까지도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 줄 아는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알 이즈 웰'을 외치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든 일을 척척 해결해나갈 줄 아는 멋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결코 얼간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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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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