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천경자, 그녀가 말하는 나르시시스트란 무엇인가 [시각예술]

Narcissist
글 입력 2015.11.14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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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나르시시트[Narcissist]
: 자아의 중요성이 너무 과장되어 자기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 혹은 과대평가하는 사람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화백 천경자.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의 작품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만나고 왔다.
그녀가 작품을 통해 말하는 '영원한 나르시시스트'는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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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자 화백의 모습
 

천경자[千鏡子]는 1946년 첫 개인전을 연 이후 수많은 전시를 열었으며, 지구를 돌면서 쓴 해외여행기와 수필, 자서전 등 글로도 필명을 날렸던 대표 여류화백이다.

천경자의 작품세계는 1942년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하는 1969년까지를 전기, 그리고 1970년 서초동 시절부터 1990년대까지를 후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기에는 주로 현실의 삶과 일상에서 느낀 체험을 바탕으로 삶과 죽음 등 자신의 내면적 갈등을 보여주고 있으며, 후기에는 외부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을 통해 자신의 꿈과 낭면을 실현하려는 시기로 볼 수 있다. 후기는 특히 꽃과 여인을 소재로 환상을 표현하거나 해외여행에서 느낀 이국적 정취를 통해 원시에 대한 향수를 반영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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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시, 천경자


이 여인에게서 "그림을 그리다가 막힐 때 담배 한개비를 피워 물고 연기를 뿜어내던" 천경자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다. 

천경자 그녀의 작품에는 스스로의 모습이 끊임없이 투영되어 나타난다. '영원한 나르시시스트'는 그런 작가의 작품세계를 은유한다. "그것이 사람의 모습이거나 동식물로 표현되거나 상관없이, 그림은 나의 분신"이라고 말하는 천경자 화백의 작품세계는 그녀의 이름(鏡: 거울 경)처럼 마치 자신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한명의 여인으로써 천경자 작가의 젊은 날의 삶은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삶이었다. 그녀의 삶은 그대로 그녀의 작품에 반영되어 나타나고 있다. 이별과 시련, 절망 속에서도 그녀는 그림을 그렸고, 작품들을 통해 스스로를 그 속으로부터 끄집어낼 수 있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의 삶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그때마다 묘하게 새롭게 다가오곤한다. 화려하지만 그 이면에 슬픔이 담겨있기도 하고, 슬퍼보이지만 그 속에서 슬픔을 극복하려는 그녀의 의지가 드러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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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천경자


아쉽게도 서울시립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중 하나로, 이 작품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천경자는 도쿄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유학시절에 만난 남자와 결혼해 딸까지 하나 낳았다. 하지만 그 결혼은 오래가지 못했다. 이후 또 하나의 사랑을 만나게 되는데, 그 남자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는 그런 남자였다. 그와 함께 지냈던 시절을 천경자는 이렇게 기억한다. 

“나는 그가 가면 가고, 찾아오면 받아들인다는 그런 생활을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쉽게 가고 쉽게 오기를 반복하던 그 남자는 어느 날 정말로 떠났는지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천경자는 마흔 아홉 살이 되던 해에 드디어 관계라는 운명으로부터 자유롭기로 마음먹는다. 누구에게나 자기가 생각하는 자유가 있다. 그녀에게 자유롭다는 건 ‘혹시나 그가 오지 않을까’ 해서 이사도 가지 않고 같은 집에 살면서 멀리 떠나보지도 못한 삶을 접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가장 먼 나라들을 골랐다. 남미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이후 천경자는 자기 일생에서 벌어진 어느 사건을 돌아보면서 ‘슬픈’이라는 단어를 붙일 만큼 담담해졌다. 슬픔 속에 머물렀던 나날들을 부정하지 않고 모두 끌어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슬픔을 안아줄 수 있는 것은 타인의 품이 아니라 자기 안에 있는 자유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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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천경자


작가가 54세일 때 그린 자화상으로 22살의 과거를 회상하며 그린 작품이다.
여인의 머리에 얹어져있는 것을 '한'이라고 말하는 이 작품에는 작가의 젊은 날의 슬픈 기억이 깃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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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젊은 날의 슬픔을 담아낸 '내 슬픈 전설'에 대해 천경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 슬픈 전설'이라는 말이 왠지 좋았고, 나이 만 49세 때 아마추어가 아코디언을 켜듯 쓰기 시작한 글이어서 49페이지라 덧붙여 책이름을 지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앞으로 내 생애는 몇 페이지의 여백이 남아있는 것일까."


'영원한 나르시시스트 천경자'의 작품은 그녀 자신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녀를 표현하고 있다. 그것이 행복한 '나'의 모습이건, 불행한 '나'의 모습이건. 그 모습 그대로를 오롯이 작품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내가 오롯이 현재의 나를 표현하고 현재의 내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나르시시스트라면 한번쯤은 진정 되어보고 싶은 '영원한 나르시시스트'가 아닌가.

요즘의 우리들은 나보다 남이 중심이 되고 때때로 우리 삶의 기준을 내가 아닌 상대방으로 맞춰놓곤 한다. 내가 나를 표현하지 못하고 남이 표현해주는 나를 나로 받아들이곤 한다. 그렇게 우리는 남에 의해 나를 정의하곤 한다.

그녀의 '나르시시스트'가 지금 우리에게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그렇게 영원한 나르시시스트로 2015년 8월 6일,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작가 천경자 화백은 세상을 떠났다.





사진출처: 네이버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설명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에서 참고하였습니다.


[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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