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문화예술을사랑하는사람들 - 당신의 취미는 안녕하십니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11.2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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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에게 문화예술은 평생의 동반자이자 중요한 생업이다. 
그런데 예술가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문화예술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는 빗방울이 부스스 떨어지기 시작하던 저녁, 친구 H를 만났다. 쌀쌀한 거리에서 비 바람을 피하고자 눈에 보이자마자 들어간 곳은 돈부리 집이었다. 작은 식당은 이미 우리 같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 틈에서 우리는 각자의 근황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H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지만 최근 문화예술 강좌를 기획하는 아카데미 기획자가 되고자 마음을 먹었다. 몇 달 되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고 분명했다. 무엇이 친구를 그 길로 이끌었을까. 먼저 약속을 제안한 것도 이 이유에 대해 듣고 싶어서였다.  


H가 지금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된 것은 한 친구와의 대화였다. 


“우연치 않게 친구랑 문화예술 관련 강좌 목록을 볼 때였어. 
‘나 이거 참 배우고 싶었는데.’ 하는 거야. 그래서, ‘해 봐, 못할 게 뭐 있어?’ 했지. 
그런데 고민 끝에 결국 돌아온 것은 ‘차라리 전공과 좀 더 관련된 걸 하는 게 낫겠어.’
라는 대답이었어.” 


학창시절부터 연극 동아리, 밴드부, 얼마 전까진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안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문화 예술과 관련된 이런 저런 취미 활동을 이어 온 H로써는 답답한 대답이었다. 물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써야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친구를 아주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세상이 이렇게나 각박하나…’, 새삼 느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우선순위를 뒤엎으라는 게 아니야. 
다만 삶에서 99 퍼센트는 먹고 사는 데에 쓴다고 했을 때, 1퍼센트 정도는 
내가 알고 싶고 배우고 싶은 소소한 일들을 위해 내줄 수 있는 거잖아.”

“이력서 적을 때 마지막까지 빈칸으로 남는 것들 중에 하나가 뭔지 알아? ‘취미 특기’야. 
난 적어도 취미 생각할 때 고민하는 사람들이 없게 만들고 싶어. 
‘나 이거에 관심 있어’정도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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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미는 안녕하십니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어려운 것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취미가 있었던가, 돌아본다. 태어나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지금까지 당장 눈 앞에 있는 ‘더 중요한 것’을 위해 얼마나 많은 ‘덜 중요한 것’들을 그냥 넘기면서 온 걸까. 사실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내가 나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미처 몰랐던 내 자신을 만나게 해준 건, 그 사소하고 덜 중요한 것들이었는데. 


어색했던 시작도 잠시, 먹던 음식이 식어가는 줄도 모른 채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소란스럽던 돈부리 식당은 어느새 작은 아지트가 되어 누군가의 꿈으로, 좋은 문화 강좌를 만들어 다른 사람의 삶을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한 사람의 마음으로 채워져 나갔다. 
마음 한 구석이 뜨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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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정책연구팀 인포그래픽 홈페이지



[윤정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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