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첼리스트 조영창 리사이틀" - 두 연주자의 우정이 돋보였던 무대

우정을 나누는 첼리스트 조영창,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Pascal Devoyon), 이들의 아름다운 하모니
글 입력 2015.10.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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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그 날 저녁
예술의전당으로 첼리스트 조영창님의 리사이틀 공연을 보고 왔다.

이 전 '프리뷰'에서 밝힌 대로
내가 첼로라는 악기에 유독 더 호기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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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을 보러 개인적으로, 그리고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로 예술의전당 음악당의 콘서트 홀은 여러 번 가본 적이 있다. 하지만 IBK챔버홀에서의 공연은 이번 리사이틀이 처음이었기에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를 기다렸다. 첼리스트 조영창 리사이틀은 10월 6일 공연과 10월 7일 공연,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다. 





10월 6일 Tue

1) Cello Sonata No. 1 F Major Op.5-1

2) Cello Sonata No. 4 C Major Op. 102-1

3) 12 Variations on a theme from the oratorio "Judas Maccabaeus" by Handel WoO 45

4) Cello Sonata No. 2 g minor Op.5-2



10월 7일 Wed

1) 12 Variations on "Ein Maedchen oder Weibchen" from the opera "The Magic Flute" by Mozart Op.66

2) Cello Sonata No. 3 A Major Op.69

Intermission

3) Cello Sonata No. 5 D major Op.102-2

4) 7 Variations on "Bei Maennern, welche Liebe Fuehlen" from the opera "The Magic Flute" by Mozart WoO 46





 수많은 연주자가 무대에서 베토벤 첼로 소나타 연주를 한 적은 있지만 전곡 녹음 음반을 남긴 건 한국인으로는 첼리스트 조영창님이 처음이라고 한다. 내가 갔던 공연은 7일 수요일 공연이었는데, 이 분의 개인 인터뷰를 보니 베토벤이라는 작곡가에, 그리고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에 대한 생각과 애정이 분명한 연주자였다. 개인적으로 작곡가들 중에서도 베토벤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베토벤을 '너무나 인간적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린아이처럼 순수했다가 성난 사자처럼 괴팍스럽다가, 이웃에게 화를 내다가 갑자기 불쌍한 아이를 위해 눈물 흘리던 그의 성품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말이다. 그러니 그의 음악은 솔직하고 강하고, 그러면서도 내면적이고 서정적이며 익살스러움을 구사하기도 한다고.



"20대 중반에 만든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과 2번에는
젊은이다운 유머와 패기가 담겨있고,
왕성한 30대에 만들어진 3번은 참신함과 재미, 우아한 아름다움이 동시에 들어있어요.
40대 중반에 작곡한 4번과 5번 소나타에는
또 시기에 맞는 원숙함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1번은 많이 연주하는 곡은 아닌데 정말 연주하기 어려운 작품이지요.
아이디어가 많고 신선한 곡이에요.
2번부터는 베토벤이 시도하던 다양한 모티브가 빠지면서 간결해지기 시작합니다.
3번은 중후한 매력의 아름다움이 있고,
4번은 악보에 쓰여 있는 악상이 무척 많은데 그래서 더 연주하기 어려운 곡입니다.
5번의 2악장은 그의 느린 악장 중 최고라고 말할 만큼 아름답지요.
푸가로 넘어가는 동안 음악은 담백해지고 해피엔딩으로 끝맺습니다.

피아니스틱한 언어를 썼던 베토벤이 첼로의 음색을 통해 원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것을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출처 : 영앤잎섬 홈페이지 발췌 글1, 글2, 글3 >



 이 날의 프로그램에는 모짜르트의 2곡과 베토벤의 2곡으로 구성되었는데, 예정되었던 것과는 달리 모짜르트의 첫 곡인 "Ein Maedchen oder Weibchen (연인인가 아내인가)"라는 곡은 마지막에 마지막 곡이었던 "Bei Maennern, welche Liebe Fuehlen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은 첫 곡으로 연주되었다. 사실 처음엔 첼로의 소리보다 피아노 소리가 더 크게 들려서 첼로 연주가 피아노 연주에 묻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들으면 들을수록 점차 첼로가 내는 음들이 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첼로 연주에서의 비브라토나 피치카토를 좋아한다. 그건 피아노는 낼 수 없는 현악기만의 주법이고 특히나 첼로가 내는 그 소리가 나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영창님의 연주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 집중해서 보았고, 그의 음악에 귀 기울였다. 활의 보잉이 강렬해질 때마다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ㅎㅎ).
 
 조영창님과 마찬가지로 나도 모짜르트보다는 베토벤을 더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더더욱 첼로 소나타 곡들에 더 마음이 많이 갔다. 3번 곡도 참 아름다웠지만, 특히나 인터미션 이후 곡이었던 5번 소나타 그 중에서도 2악장이 정말 인상 깊었다. 베토벤 그의 느린 악장 중 최고라고 말하는 그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소나타 3번과 5번을 듣고 나니, 지난 6일의 공연까지도 무척이나 궁금해지기까지 했다. 연주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던, 첼리스트 조영창의 첼로 소나타 1번과 4번은 과연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의 음반으로나마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 연주자.jpg▲ (좌) 첼리스트 조영창, (우)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Pascal Devoyon)
 
 
 이 날의 리사이틀이 유독 빛났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두 연주자들의 우정이 돋보였던 무대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첼리스트 조영창님의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라 말하는 피아니스트 파스칼 드봐이용. 조영창님은 피아니스트 드봐이용이 베토벤 곡을 해석함에 있어 공감의 폭이 비슷하다고 했다. 원하는 사운드가 많이 닮아있기에 같은 색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 생략된다는 것이다. 연주생활을 계속해나갈 때마다 곡과, 작곡가와 그리고 지독한 고독과 싸워야 하는 것이 연주를 하는 예술가들의 삶일 것이라고 언제나 생각해왔다. 그래서 그 삶의 길에, 그 과정에 서로를 믿고, 이해하고, 호흡할 수 있는 동료 연주자 즉, 친구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 큰 행복일 거란 생각이 든다. 매 곡이 끝날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하고 서로를 격려했던 두 연주자의 모습이 참 보기가 좋았다. 나에게 가을날의 아름다운 첼로와 피아노 선율, 그리고 따뜻한 미소를 선물해 준 두 연주자 분에게 감사하며, 앞으로의 두 분의 공연에도 계속해서 그런 환한 웃음이 언제나 함께 하기를 바라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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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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