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레산드로 멘디니展

글 입력 2015.10.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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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 전 포스터 (2015.09.27).jpg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초대로 지난 일요일
알레산드로 멘디니전에 다녀왔다.
건축을 공부하였으나 디자인에서 뛰어난 두각을 보였고,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지만 마치 회화를 하는 사람처럼 풍부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멘디니.
실제로 그의 작품들을 접하는 것은 이미지 상으로 그의 작품들을 보는 것과는 또다른 자극이 되었다.
 
 
 
 
이번 멘디니전은 동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그의 단독 전시인만큼 규모도 크고 그 내용이 방대해서
리뷰를 작성하려 해도 모든 것을 담아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멘디니의 주요 작품 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몇 작품들을 위주로 리뷰를 작성해보고자 한다.
 
 
 
 
 
01. Giostrina.jpg
 [Giostrina, 2000]
 
 
 
 
 
전시 초반부는 동심의 세계를 자극하는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Giostrina는 섹션 2 Childhood에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멘디니와 여러번 협업을 했던 회사 Alessi에서 생산되고 있는 여러 제품들을 모아서
회전목마의 형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실제 제품으로 제작되었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친근하고 순진무구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장에서 Giostrina는 실제로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면 회전목마를 자연스럽게 연상하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간 듯한 향수를 느낄 수 있다.
 
 
 
 
 
02. Monumentino da case.jpg
 [Monumentino da case, 1975]
 
 
멘디니는 기능주의 디자인을 비판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과 같이 디자인 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열었다.
섹션 3에 있는 Monumentino da case는 이렇듯 기능주의 디자인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는 그의 퍼포먼스를 사진으로 남겨 둔 것이다.
의자로 정형화된 기존 질서가 불타는 장면을 사진으로 목도하는 것은 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
나 스스로가 Radical한 성향보다는 기존의 원칙과 방식을 고수하는 편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행보가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들이 열릴 수 있었다는 것을, 전시 후반부에 갈수록 여실히 절감할 수 있었다.
 
 
 
 
 
03. Lassu.jpg
 [Lassu, 1983]
 
 
 
 
 
의자의 형상이 피라미드와 같은 물체의 정점에 위치한 이 작품은
단순하고 기능적인 디자인, 즉 기능주의 디자인의 이념이 사실은 높은 권위를 가지고 디자인계에 군림하고 있었다는 것을 비판하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보면 이 작품은 27 x 27 x 35cm에 불과한, 매우 작은 작품이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디자인의 이상향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전에, 그가 무엇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는지를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09. Poltrona di Proust(miniature).jpg
 [Poltrona di Proust, 1996]
 
 
 
 
 
<프루스트의 의자>로 유명한 멘디니의 대표작. 이번 전시에서는 그 원본은 아니지만 미니어처의 형태 그리고 오버사이즈 형태로 각각 섹션 6과 8에서 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16세기 형태의 소파. 이미 한물 간 회화기법인 점묘법.
이 두 가지를 가지고 멘디니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내었다, 마치 프루스트의 동명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과거의 것들, 이미 잃어버린 것들을 결합시킴으로써 현대적이며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해낸 것이다.
 
 
진정한 새로운 것은 기존의 것들과는 완전히 무관한 별개의 어떤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과거의 것들을 결합시키고 그간에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niche를 찾아내는 과정 속에서 탄생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고이지신이라는 우리의 옛말에서도, 옛 것을 공고히 함으로써 새 것을 안다고 하지 않았던가.
 
 
 
 
 
12-1. ANNA G.jpg
 [Anna G]
 
 
 
 
 
멘디니의 또다른 대표작 Anna G는 사람 얼굴 모양을 한 와인 오프너로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여자친구인 Anna가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모습에서 착안하여 만들었다고 하는 이 작품은
단순한 와인 오프너에 사람의 형상을 부여함으로써
혁신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감성이 살아있는 디자인을 구현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간소화된 이미지를 띠고 있으면서도 심미성을 충분히 느낄 수가 있고
나아가 기능적인 측면까지 충분히 갖춘 이 작품은
멘디니가 그린 디자인의 이상이 무엇인지를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생각한다.
 
 
 
 
 
13-2. Amuleto.jpg
 [Amuleto, 2012]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대표적 조명 디자인 작품으로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자의 눈 건강과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만든 행운의 램프이다.
행운의 선물로 유명한 아물레또는 이태리어로 ‘수호물’이라는 의미이다. 그가 손자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작품명에서도 느낄 수가 있다.
이 스탠드의 형태에서 나타나는 세 개의 원은 태양, 달, 지구를 형상화한 것이다.
 
 
이러한 심미적 아름다움뿐만이 아니라 이 스탠드의 전구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전구와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여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그림자가 지지 않도록 구현되어 있다고 한다.
세계적인 안과병원과의 협업을 통한 눈보호 조명으로써 첨단 하이테크놀로지적인 기능성과 예술성을 가진 이 작품은 세계 여러 뮤지엄에 영구 소장품으로 전시되고 있다.
 
 
 
 
 
14-2. 12 Colonne.jpg
 [12 Colonne]
 
 
 
 
정확하게 사람처럼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길쭉하고 둥근 모양을 통해 사람의 형상을 연상하게끔 만든 작품.
 
 
멘디니는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고 아름다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인간의 형상 그리고 그에 가까운 것이라 생각했다.
12개의 기둥들이라는 타이틀의 이 작품은 그러한 그의 생각을 녹여낸 작품이라 볼 수 있다.
직접적으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그의 철학을 알고 이 작품을 본다면 단순한 기둥을 넘어서 새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18. Little Cathedral.jpg
 [Little Cathedral]
 
 
 
 
 
유럽 성당의 모양을 작게 축소한 형태 위에 다양한 색깔의 타일들을 붙여 제작된 5m규모의 초대형 작품이다.
이 작품은 화사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기는 하지만 멘디니 초기 작품과는 달리 저채도를 사용하여 밝으면서도 성스러운 분위기를 가득 느끼게 한다.
 
 
성당 내부에는 황금색 모자이크 타일로 제박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실제로 내부로 들어가 관람할 수 있다.
가야금 선율이 흐르는 내부 공간은 매우 종교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하는 공간이다.
멘디니가 점차 정신적인 것, 초월적인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이 작은 성당이라는 작품을 통해 느껴볼 수 있다.
 
 
 
 
 
 
하루 돌아보았지만 이번 멘디니전은 한번만 보기는 아쉬울 정도로 그 내용과 색채감, 깊이가 풍부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나에게 가장 와닿았던 것은 창의적이라는 것이 곧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niche를 찾아내는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니치를 찾아낸 멘디니는 정말 천재적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내년 초까지 이 전시가 이어지기 때문에, 시간을 내어 한 번은 더 관람해야겠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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