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학 테마 ①'억압': 여성주의 문학 [문학]

문학이 자주 다루는 테마들을 통해 작품 읽기!
글 입력 2015.11.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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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 몇 주간 문학에서 잘 다뤄지는 대표적인 몇 가지 테마들을 주제로 글을 써 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테마로 선정한 것은 바로 '억압'으로, 여성주의 관점에서 쓰인 소설을 가지고 문학이 여성의 억압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아보겠다. 글을 읽으며,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의 관계에 주목하면 좋겠다.
* 소설에 대한 줄거리를 포함합니다.
 

< 한 시간의 이야기(The Story of an Hour, 1894) - Kate Chopin >


Kate_Chopin.jpg
● Kate Chopin(1815~1904)
 
    케이트 쇼팽은 부유한 상인 아버지와 크리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루이지애나 주의 면화 중개상인 오스카 쇼팽과 결혼해 중앙 루이지애나의 대농장에서 살게 된다. 케이트 쇼팽의 섹슈얼리티를 솔직하게 다룬 작품들은 1960년대와1970년대에 재발견되어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는 그녀가 (현대를 살았던 인물은 아니지만) 현대 작가로 여겨지는 이유이다. 또한 그녀는 페미니즘 문학의 선구자들 중하나이기도 하다.



   한 시간의 이야기(The Story of an Hour)는 제목 그대로 한 시간동안 일어난 일을 소설로 담은, 아주 짧은 소설이다. 소설은 맬라드 부인에게 그녀의 남편이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작된다. 남편의 죽음 소식에 맬라드 부인은 매우 슬퍼한다. 하지만 슬퍼함도 잠시, 그녀 눈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는 집 앞의 나무들이 봄의 새 생명력으로 떨리고 있는 것을 열린 사각 창문을 통해 볼 수 있었다. 비의 달콤한 숨결이 공기 중에 가득 차 있었다. 아래의 길에서는 행상인이 소리치며 물건을 팔고 있었다. 누군가가 멀리서 부르고 있는 노래의 음들이 그녀에게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참새들이 처마 끝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맬라드 부인은 전에는 이렇게 세상이 아름다움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이 죽고 나자 비로소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이 그녀 눈에 들어오고, 들려오기 시작한다. 주변 풍경들도 맬라드 부인에게 다가오는 희망을 암시해준다. 이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이 그녀에게 억압적이었음을 의미함과 동시에, 그녀가 남편의 죽음에 기쁨을 느끼고 있다는 마음 상태를 암시한다. 
 
   이제 그녀는 “무언가가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맬라드 부인은 두려워하지만, 무엇인지 모를 그 무언가가 기다려진다.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는 무언가는 어떤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독립’과 ‘자유’를 의미한다. 맬라드 부인은 그 ‘무언가’가 자유임을 깨닫고, 자신의 해방을 선언한다. 
 


“자유, 자유 자유!” 그녀는 낮은 소리로 자꾸만 읖조렸다.
(중략)
“자유야! 몸 그리고 영혼까지 자유야!” 그녀는 계속해서 속삭였다.
그녀는 열린 창문을 통해 생명의 진수를 마시고 있었다.



   맬라드 부인은 억압받는 삶이 오래 지속되길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긴 삶을 살게 될까봐 기도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자유를 얻게 되었고, 그녀는 “몸을 전율하며, 삶이 오래 지속되길”바란다. 하지만 맬라드 부인의 행복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그녀가 새로운 삶, 억압받지 않는 새로운 삶을 살 각오를 다지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이 집에 돌아온다. 그리고 맬라드 부인은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누군가 무거운 열쇠를 가지고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집에 들어오는 브렌틀리 맬라드였다. … 그는 그 사고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해 보였다, 심지어 그런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 
 
의사들이 도착했을 때, 그들은 맬라드 부인이 심장마비-너무 기뻐서-로 죽었다고 말했다. 



   굉장히 허무하면서도 아이러니한 결말이다. 하지만 이는 작가가 남녀간의 문제, 결혼의 억압적인 본질을 서서히 드러내기 위해 의도한 구성이다. 남편이 죽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유에 기뻐하는 맬라드 부인은 나쁜 여자일까? 아니다. “대체 얼마나 다시 결혼 생활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길래 심장 마비로 죽은걸까?”라고 질문의 방향을 바꿔보자. 남편이 죽은 후에야 맬라드 부인의 눈에 봄의 나무, 비의 냄새, 새의 지저귐과 같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일상적이지만 아름다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녀의 결혼 생활이 억압적이었음을 드러내 준다. 소설 마지막 부분에서, 죽은 줄 알았던 남편은 ‘무거운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무거운 열쇠’ 역시 남편의 억압과 권위를 상징한다. 열쇠가 무겁다는 것은, 아마도 남편이 집안의 모든 중요한 곳의 열쇠를 아내에게는 하나도 주지 않고 본인이 모두 가지고 다니고 있음을 암시한다.
 
   ‘뭐야, 이런 정보만으로 남편과 결혼 생활이 억압적인지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유산’(The Legacy)라는 소설을 추천한다. 억압적인 남녀관계, 결혼생활이라는, ‘한 시간의 이야기’와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 하지만 ‘유산’은 아내가 죽은 후 남편의 시점에서 쓰여진 소설로, 남편인 길버트가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며 그들의 결혼 생활을 회상하고, 독자는 결혼 생활 속의 남편의 행동을 보며 아내의 억압받는 마음을 이해해 볼 수 있다. 억압받는 자가 주인공이었던 '한 시간의 이야기'와 달리, '유산'은 억압'하는'자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유산’의 길버트가 한 행동들을 보고 맬라드 부인이 자살한 이유를 다시 생각해보면 억압받는 자의 마음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페미니즘을 다룬 다른 소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작품들을 추천한다:
 
낭만적 사랑과 사회, 정이현(2006), 문학과지성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공지영, 푸른숲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2001), 살림
인형의 집(A Doll's House, 1879), 헨릭 입센(Henrik Ibsen)
경희, 나혜석(1918)
각성(The Awakening, 1899), 케이트 쇼팽(Kate Chopin)
버지니아 울프 단편소설 전집, 버지니아 울프. 유진 역(2006), 하늘연못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 1928), 버지니아 울프. 이소연 역(2010), 펭귄클래식코리아 


 
   끝으로, '억압'을 다룬 작품들을 볼 때 나는 내가 억압받는 자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억압하는 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는 남자/여자의 관계 뿐만 아니라 인종, 국가, 빈부격차 등에 의해 다양한 '강자'와 '약자'가 설정되니까.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약자'로써의 나를 항상 먼저 생각하게 된다. 이제는 '강자'로써의 나를 돌아보며, 내가 누군가를 억압하고 있지는 아닌지 반성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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