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꽃처럼 나비처럼 리뷰

김경민과 최승희를 통해 삶의 원동력을 얻다
글 입력 2015.09.16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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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나비처럼 리뷰
김경민과 최승희를 통해 삶의 원동력을 얻다


 지난 9월 9일,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연극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관람하였습니다. 처음 보는 모노드라마였기 때문에 솔직히 걱정도 되고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습니다. 해오름극장에 비해 작고 허름한 듯한 분위기를 풍긴 별오름극장, 단촐한 티켓, 게다가 70분 내외의 시간을 배우 혼자서 이끌어간다니. 여러모로 걱정을 하면서 간 공연이었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지금까지 제가 한 걱정은 모두 기우였습니다. 연극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벅차오를듯한 감동을 선사한, 정말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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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보 책자에도 쓰여있듯 이는 김경민 배우의 모노드라마입니다. 김경민 배우는 <꽃신>, <말괄량이 길들이기>, <견훤대왕>, <오월의 신부>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였고 연출가, 안무가로도 활동하였습니다. 극 중 소수의 목소리를 제외하면 70분은 오롯이 김경민 배우의 것이 됩니다. 그리고 김경민 배우는 그 시간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에너지를 끌어올려 폭발시켰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관객들과의 소통으로 공연장의 분위기를 장악했고 관객들의 참여와 작은 유머코드도 재미있었습니다.

 초반이 조금 가볍게 시작된다면 최승희의 삶을 김경민 배우가 표현하기로 마음먹은 뒤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집니다. 자칫 어색할 수 있었던 시간 이동은 인형극을 통해 매끄럽게 표현되었고 최승희의 삶을 표현하는 김경민 배우는 매끄러운, 그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연기와 함께 유감없는 춤실력을 뽐냅니다. 무대장치라고는 아무 것도 없고, 오직 외투를 입고 벗는 의상 교체와 간단한 소품들과 조명만을 이용해서 김경민 배우는 최승희의 삶을 멋지게 보여줍니다. 


 최승희는 무용을 배우기 위해 현해탄을 건너 일본으로 갑니다. 일본인 무용가 이시이바쿠의 연습생으로 들어간 승희는 샤이쇼키라 불리며 무용을 배우기 위해 낮에는 청소, 밤에는 몰래 연습을 합니다. 그리고 밤에 홀로 연습하는 승희를 보고 스승은 승희의 가능성을 발견, 승희를 제자로 삼습니다. 하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승희는 스승의 춤을 배우기보다는 자신만의, 한국인만의 춤사위를 찾겠다며 길을 나섭니다. 이러한 춤으로 승희는 조선을 뛰어넘어 일본 최고의 무용계 스타가 되고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남편과 결혼한 뒤 최승희는 벨기에, 파리, 남미 등을 순회하며 공연을 펼칩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승희의 공연을 보러왔던 오빠는 전쟁 중 죽게 됩니다. 그리고 이 때 김경민 배우는 극 중에서 가장 화려한 황금빛 옷을 입고 보살춤을 춥니다. 모든 것을 손끝, 발끝으로 승화시키는 듯한 분위기의 춤사위는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전쟁 중 남편을 따라 월북한 승희는 눈을 다치게 되고, 자유가 없는 곳에서 자유롭게 춤을 출 수 없게 되자 떠나려합니다. “나는 사상 그런거 몰라, 단지 춤을 추고 싶을 뿐이야”라는 대사는 승희의 절박함을 더욱 애처롭게 잘 나타내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승희는 마지막 춤을 추면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극의 전개상 당연하겠지만, 70분의 연극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름다운, 황홀한 춤은 승희의 마지막 춤이었습니다. 몇 번이나 연속되는 턴, 우아한 손길과 손끝,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불타오를 수 있었던 최승희의 혼이 오롯이 김경민 배우를 통해 느껴졌습니다.

 가슴뛰는 일을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는 도입부의 배우 김경민. 정말 그랬던 것인지, 대사인지 혼동이 가는 재미있는 대사들의 구성. 화려하지만 비극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더 극적이었던 최승희의 삶과 최승희를 표현함과 함께 활기를 찾았다는 배우 김경민. 서로 정말 유기적으로 잘 짜여있었던 연극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연극에서 너무 주제의식을 직접적으로 전달한 것 같았다는 점입니다. 삶의 재미를 찾고 가슴이 뛰는 일을 하라. 이러한 말을 굳이 대사에 집어넣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최승희의 삶을 표현하고 다시 배우 김경민으로 돌아온 뒤, 굳이 구구절절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오히려 대사를 최소화하고 표정과 음악으로 표현했다면 더 깊은 인상이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상태도로 연극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꼭 한 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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