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2015신진연출가전-뮤지컬 < 해바라기 >

글 입력 2015.08.2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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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2015신진연출가전-뮤지컬 <해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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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더울 때도 있기야 하지만 여름이 주는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양을 닮은 생김새 때문인지 개화한다는 시기 때문인지 해바라기는 여름을 연상시킨다. 뮤지컬 <해바라기>는 여름을 배경으로 한 신진연출가 임정빈의 창작뮤지컬이다. 에너지 넘치는 캐릭터와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어쩐지 이 여름과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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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과 맞닿은 달동네에 연서가 이사를 온다. 슈퍼를 운영하는 연서는 밤에만 가게를 열며, 처음 본 동네 사람들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친근하게 다가간다. 여러모로 범상치 않은 아가씨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밝은 연서는 서로에 대해 냉담하며 소통을 거부하는 태도를 지닌 차가운 마을 사람들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다.
마을 사람들이 지닌 마음의 벽이자 대문은 행거라는 소품으로 표현된다. 사각형 모양의 행거는 간소하면서도 문을 닮았기에 무대 위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효율적인 활용 측면에서도 행거의 효과에 대해서도 논할 수 있겠지만 행거는 마음의 벽을 표현하는 의미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효과적이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 배타적이기에 그들의 공간(물리적이건 심적이건)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다. 우현의 경우는 그 예민함이 극대화된 경우이다. 우현은 누구도 자신의 성에 다가올 수 없도록 행거를 지킨다. 이렇듯 행거는 인물이 지닌 배타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흥미로운 점은 행거가 벽과 같은 존재이면서도 뚫려있다는 점이다. 이에 그 구멍을 조금만 파고 들면 행거 속과 바깥의 인물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것이다. 본 이야기에서는 그 구멍을 파고 들 인물로 연서를 제시한다.
한편 밤에만 슈퍼를 하고, 낮에는 코빼기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그녀가 뱀파이어 증후군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햇빛에 닿으면 몸 상태가 악화된다는 것이다. 빛을 볼 수 없는 그녀에게 태양이란, 항상 꿈꾸지만 다가갈 수는 없는 신기루같은 존재이다.


 빛을 가질 수 없는 그녀는 역설적으로 마을의 태양 같은 존재로 선다. 연서는 치매에 걸린 수복 할머니를 도우려 발 벗고 나서는데 그 과정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던 마을 사람들은 어느새 융화되고 서로 연대감을 느끼기에 이른다. 연서 덕에 가까워진 마을 사람들은 연서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빛을 그리는 소설을 쓰면서도 어두운 방 안에만 갇혀 사는 작가 우현에게 빛을 꿈꾸며, 빛과도 닮아있는 연서는 꽤나 신기하고 매력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병을 반드시 고쳐주겠다던 아버지를 잃은 후 연서는 치료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태양을 마주하겠다 결심하기에 이른다. 이에 우현과 함께 마을 꼭대기로 향한다. 마을 꼭대기라는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서 상자가 활용되는데 소품이 꽤나 인상적이다. 이 상자는 수복 할머니가 주워 나르던 고물로 마을에 일어나는 갈등의 원인이자 수복 할머니의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극의 주요 소재를 표현하는 동시에 달동네, 그리고 달동네 중에서도 꼭대기 언덕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상자는 쌓여져 있다. 행거를 통해서도 그러했듯 연출가는 신선한 방법을 통해 작은 무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무대 소품의 활용과 더불어 조명을 통해서 현장감을 더하고자 했다는 점 역시 본 극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특성 중 하나이다. 빛은 병을 앓고 있는 연서에게 있어서 매우 강렬한 존재이다. 열두시의 햇빛은 더욱더 그럴 것이다. 극이 클라이맥스에 도달했다는 점과 빛의 강렬함은 조명을 통해 표현된다. 일반적으로 객석에 직접적으로 조명을 쏘는 경우는 드물다. 연출가는 강렬한 조명을 관객석을 향해 비추는데 이를 통해 관객은 연서에게 있어 빛의 의미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무대 소품과 조명이 흥미로운 방식으로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신진 연출가의 활약이 빛을 발하긴 했으나 스토리면에서는 아쉬움이 뒤따른다. 특히 연서라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외로워도 슬퍼도 울지 않고 오지랖 발동시키는 연서. 물론 캔디형 캐릭터가 하나의 레파토리로 자리잡은지는 오래긴 하나 타고난 성품이 그렇다는 말로 그 오지랖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해보인다.


 아버지의 죽음 역시 살짝 떨떠름하다. 앞선 마을의 화해 스토리에서 모든 것이 끝나는 듯 하였으나 불현듯 다시 이야기가 시작되는 모양이 연결성이 부족해보일 뿐더러 가족연극 특유에 드러나는 억지 감동 유발 요소로 보였기 때문이다. 유독 창작극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는 듯 보인다. 스토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곁들여진다면 공연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 신진연출가전, 참가자들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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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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