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천재 수학자 이야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시각 예술]

24시간 마다 바뀌는 해독불가 암호 암호를 풀고 1,400 만 명의 목숨을 구한 천재 수학자
글 입력 2015.08.28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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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정확히 얘기하자면, 한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질문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상담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취조를 한다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대화 속, 주도권을 잡는 사람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가? 상담을 해주는(들어주는) 사람 혹은 취조하는 사람? 아니면 상담 받는 혹은 취조 받는 자? 일반적으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자라고 말할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해왔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영화의 시작은 두 사람의 이러한 대화로 시작한다. 주도권은 전자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그 생각은 착각이라고. 전자는 후자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기에 주도권은 말하고 있는 사람에게 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화는 영화의 중반부, 후반부 다시 등장한다. 개개인의 차이, 다름이 있다라는 것을 언급하며 자신과 게임을 하자고, 내 말에 제대로 집중해달라고 말한다. 그 때부터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자 그가 말하고자 하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이 도대체 무엇일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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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소개하려는 영화는 올 해 초, 국내에 개봉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 이다.


 이 영화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군 그리고 그들의 무기보다도 더 무서운 프로그램이었던 ‘에니그마(Enigma)’를 풀어냈던 영국 최고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에 대해 다룬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스어로 수수께끼를 뜻하는 ‘에니그마’는 문장을 24시간마다 암호화하여 바꾸는 독일의 천재적인 프로그램이다. 그 당시, 이를 이용하여 독일 군이 전쟁에 유리한 위치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절대 해독이 불가능한 암호인 ‘에니그마’를 풀고자 영국의 각 분야 수재들이 모두 모여 기밀 프로젝트로서 암호 해독 팀이 꾸려지게 된다.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중심으로 모인 팀은 ‘에니그마’ 암호를 풀기 위해 특별한 기계를 발명하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간다.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또 다른 천재 역할 연기로 주목을 받은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 나는 지금부터 그가 연기한 주인공이자 실제 인물인 “앨런 튜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 볼까 한다.





#1 그의 천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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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세에 이미 케임브리지(Cambridge) 킹스 칼리지(King’s College)의 교수로 임용이 되었으며, 24세엔 케임브리지에서 선임 연구원으로 발탁됐었고, 23세에 일반인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운 수준의 논문을 발표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그는 천재적인 캐릭터이다. 게다가 극 중간중간 나오는 그의 어린 시절 회상 장면에서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수학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dumb)고 말할 정도로 그의 천재성은 일찌감치 부각되었다. 

 암호를 푸는 것은 마치 십자낱말풀이를 하는 것과 같다 말하는 그는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에니그마’에 접근하기 시작한다.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모인 팀원들이 하루하루 그 날에 주어지는 독일의 암호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 때 그는 그 암호를 풀기 보다는 그를 풀어나갈 수 있는 기계, 즉 체계 자체를 만들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 당시 영국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의 힘을 이용하여 자신이 계획을 끝까지 이끌어갈 정도로 그는 영리하고 똑똑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해독기, ‘크리스토퍼’를 이용하여 그는 결국 ‘에니그마’를 푸는 데에 성공했고, 1,400만 명의 목숨을 구했으며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2년이나 앞당기게 했다.





#2 그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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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천재였다. 천재는 고독하고 외롭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듯, 사교성이라는 것은 1도 없어 보일 정도로 타인에게 딱딱하고 냉정한 사람이기도 했다. 단 한 사람, 학창 시절 그를 도와주고 위해줬던 그의 유일한 친구, ‘크리스토퍼’만 빼고 말이다. 그랬기에 처음 모인 암호 해독팀에 앨런 튜링, 그의 존재 자체는 팀워크를 해치는 장본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동료들이 풀어낸 해독은 마치 ‘고장 난 시계가 하루에 두 번은 맞을 수 있다’란 식의 비유를 댈 만큼 그의 태도는 오만하였으며 무례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를 동료들과 같이 어울릴 수 있게 하고 힘을 합쳐 ‘에니그마’를 풀어낼 수 있게 만든 사람은 바로 ‘조안 클라크’였다.

 그녀는 그 당시엔 흔하지 않은, 앨런 만큼이나 영특하고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던 ‘신여성상’을 극 속에서 보여주었다. 여성의 역할을 정의 내린다고 한다면 사실 요즘에는 그 범위가 넓고 또 모호하여 그 누구도 쉽게 단정지을 수 없지만, 그 당시의 여성들의 역할은 조신한 숙녀로 자라서 혼기가 차면 좋은 남편감을 만나 그를 잘 보필하며 가정을 잘 꾸려나가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조안은 그렇지 않았다. 평범한 여자처럼 살고 싶어하지 않았고, ‘일’을 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앨런에게 가장 부족했던 사교성 또한 지니고 있었다. ‘여성의 몸으로 남자들이 하는 일을 해야 되니 꼴보기 싫은 인간이 될 여유가 없다’라는 것이 이유라고 말하니 그녀가 얼마나 현명한 여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앨런을 한 사람으로, 인간 그 자체로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고, 그를 좋아하고 아꼈기에(그 둘은 서로에게 “care for-“이라는 표현을 썼다) 앨런과 휴, 존, 그리고 피터 사이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수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암호 해독도 결국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에니그마’를 풀기 위해 모였던 팀원들(휴, 존, 그리고 피터)은 초반엔 앨런만의 독자적이고 동료에게 무심한 태도로 인해 그와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고, 그를 동료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조안의 끊임없는 노력과 처음으로 인간관계에 있어 달라지려 애썼던 앨런의 노력으로 그들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앨런의 천재성을 이해하기 시작했으며 그를 받아들여줬고, 앨런이 해고될 위험에 처했을 땐 그를 지지해주기까지 했다. 서로를 이해하려 애썼던 그들의 노력으로 팀워크가 만들어진 것이고 이는 그들이 목표한 바를 이루는 데에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3 그의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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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동성애자였다. 그의 인생은 언제나 가족이나 친구가 없는, 지독한 외로움 속에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더 ‘에니그마’를 풀기 위해, ‘크리스토퍼’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헌신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암호 해독 기계의 이름이자 앨런의 학창 시절 친구의 이름이었던 ‘크리스토퍼,’ 이는 영화 속에서 앨런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일 것이다. 자신을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괴롭히지 않았고, 유일하게 말이 잘 통했으며,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아한다고 마음을 표현하려 했던 친구였다는 점이 말이다(비록 전해지지는 못했지만). 어른이 된 앨런 튜링보다도 훨씬 불안정하고 폐쇄적인 앨런에게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게 한 대상을 이제는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아주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극의 마지막 자신 본연의 모습을 없애는 치료를 하면 ‘크리스토퍼’와 함께 할 수 있다라는 조건에 어김없이 이를 선택한 앨런 튜링. 그도 한 명의 인간이고 사람이기에 외로움은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살린 전쟁 영웅이었지만, 어느새 범죄자가 되어버린 그가 본인이 무엇(what)이냐 묻는 질문에 형사는 판단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그 누가 한 사람을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이 물음 자체만으로도 말도 안 되는 질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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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네이버 블로그 >


 시대를 잘못 태어난 이 천재가 슬프다. 그는 괴물도 아니고 범죄자도 아닌 그저 평범하지 않은, 비범한 능력을 가진 소수성애자일뿐인데... 어린 앨렌 튜링의 마지막 그 눈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앨런튜링을 맡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연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가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천재만이 가지고 있는 그 고독함과 외로움, 그리고 그가 담고 있던 마음과 마음껏 드러낼 수 없었던 본인의 성정체성까지 모든 것을 세세히 뿜어내고 있었다. 그가 앨런 튜링이었고, 앨런 튜링이 그였다. 

 이미테이션 게임이란 영화는 그가 동성애자였음을 과장하거나 호들갑스럽게 다루지 않았고, 그저 그의 비범함을 보여주듯 그의 일부로 그려냈다.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위대함, 그리고 각각의 다른 정체성을 교훈처럼 이러이러하다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는 사람이 직접 생각하게 만들어주었다. 



"
Sometimes it's the people no one imagines anything
of who do the things no one can imagine
"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때론 아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을 해내거든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라고 한 번쯤은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 자신의 진로를 찾을 때 그랬을 수도 있고, 혹은 기다리던 결과에 떨어졌을 때나 계획했던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일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런 적이 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그러한 고찰을 하는 것이라고 바꾸어 생각해 보면 어떨까? 동물이나 기계가 아닌 사람이기에 실패하고 절망하지만 사람이기에 또 다른 것에 도전하고, 결국은 성취해 내는 것이다.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자신만의 멋진 인생을 우리 모두가 살아가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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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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