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문화원] 터키를 읽는 키워드 03. 달콤한 것을 먹고 달콤한 말을 하라 ①

터키의 다양한 디저트들
글 입력 2015.08.1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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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하바~잘 지내셨나요?

위의 장면은 <나니아 연대기-사자와 마녀와 옷장>의 한 장면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이 장면이 익숙하실 텐데요, 주인공 네 남매 중 한 명인 에드먼드를 못된 하얀 마녀가 먹을 것으로 꼬시는 상황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먹을 걸 준다고 하면 따라가지 않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이건만...).
여기서 에드먼드가 형제자매들과 나니아의 사자왕 아슬란마저 위험에 빠뜨리게 되는 계기가 되는 음식이 바로 터키쉬 딜라이트, 즉 로쿰입니다.
흔히 디저트의 나라 하면 프랑스를 떠올리지만 사실 터키 또한 달콤함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나라랍니다. 이번 시간에는 터키의 다양한 디저트들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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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는 "달콤한 것을 먹고 달콤한 말을 하라"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동양에서 차를 마시는 것이나 서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식후에 달콤한 과자로 입가심을 하는 것은 터키의 오랜 풍습입니다. 배부르게 먹고 마신 뒤 차 한잔과 과자 한 조각을 곁들여 나누는 담소는 각별하죠. 

터키는 여러 문화가 집결되었던 곳이니만큼 정말 많은 종류의 과자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에 가장 잘 알려진 로쿰을 비롯한 사탕들, 바클라바를 위시한 패스트리류, 우유가 듬뿍 들어간 과자와 다양한 튀김과자들까지 없는 것이 없습니다. 수많은 디저트들을 모두 소개하려면 평생 가도 모자랄테니, 입문격이라고 할 수 있는 디저트 10개!를 꼽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바클라바(Bakla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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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stikli baklava (피스타치오 바클라바)

터키 과자 중 가장 유명한 바클라바(바클라와)! 바클라바는 이집트의 대추야자 시럽을 넣은 패스트리에서 유래한 아랍 지방의 가장 대표적인 과자 중 하나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얇은 밀가루 반죽을 겹겹이 쌓아서 꿀에 절인 종이파이를 참 많이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 종이파이의 원조가 바클라바가 아닐까 싶네요. 가장 기본적인 바클라바는 야주 얇게 민 반죽을 겹겹이 쌓아서 사이마다 피스타치오나 호두같은 다진 견과류를 넣고 구운 뒤, 꿀이나 시럽에 푹 적셔서 만듭니다. 이 종이처럼 얇은 패스트리 시트를 만드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어서, 예전에는 우리가 김장철처럼 동네 주부들이 함께 모여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디저트 품앗이라니, 과연 디저트의 나라인 터키답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클라바는 한입 베어물면 진저리가 쳐질만큼 달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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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라바에는 피스타치오가 가장 대표적이지만, 그 외에도 수많은 바클라바들이 있다. 
이들 모두에게 제각기 다른 이름이 붙어있다는 사실!

바클라바는 수많은 나라에서 퍼져 있는 만큼 종류도 매우 많아서, 바클라바로 유명한 터키의 가지안텝에서는 무려 120여종의 바클라바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터키의 크고 작은 모임에서 바클라바는 빠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140여가지의 바클라바중 흔히 먹는 것만해도 40여가지에 달한다고 하니, 터키인의 바클라바 사랑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스탄불에는 바클라바만 190년이 넘게 만들어온 카라쿄이 귤루울루(Karakoygulluoglu)라는 가게가 있습니다. 사실 이 귤루울루는 한 가족의 이름인데요, 바로 앞서 말한 바클라바의 고장인 가지안텝 출신입니다. 귤루울루는 1871년에 바클라바 가게를 열었고 지금은 패스트리와 잼, 초콜릿, 각종 디저트 제품까지 생산, 판매하고 있는 또다른 유서깊은 상점입니다. 


2.로쿰(Lok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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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로쿰들

Turkish delight, 로쿰은 터키의 전통사탕으로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터키의 가장 대표적인 과자 중 하나로, 젤리같은 쫄깃쫄깃한 식감에 견과나 말린 과일이 박혀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렇게나 유명한 로쿰을 만드는 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녹말과 물, 설탕과 레몬즙을 냄비에 넣고 걸쭉해 질때까지 주걱으로 저어서 끓이다가 견과류 등을 넣고 저어주고, 적당히 뻑뻑해지면 틀에 넣어 굳힌 뒤 겉에 설탕옷을 입혀주면 됩니다. 로쿰에는 좋은 향을 내기 위해 민트나 장미꽃물을 추가하기도 하고, 피스타치오나 아몬드, 헤이즐넛, 호두와 같은 견과류나 건포도, 말린 과일, 무화과, 호박씨, 초콜렛을 넣기도 합니다.

로쿰은 15세기 경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로쿰은 '한 입'을 의미하는 Lokma에서 유래되었는데, 초기의 로쿰은 지금과 달리 튀김에 꿀을 묻힌 모습이었습니다. 이후 1777년경 이스탄불에 사탕가게를 낸 '알리 무힛딘 하즈 베키르(Ali Muhiddin Hacı Bekir)'라는 사람이 만든 것이 오늘날의 로쿰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 로쿰 외에도 많은 터키 과자들을 개량하고 세계에 알렸으며, 나중에 공적을 인정받아 훈장과 더불어 궁중 사탕 요리사의 관직까지 오르게 됩니다. 오늘날 하즈 베키르는 현재 터키에서 가장 권위있는 브랜드 중 하나이며, 최초의 하즈 베키르 가게는 오늘날까지도 문을 열고 있습니다. 터키 과자의 성지와도 같은 장소이자 터키의 산 역사를 대표하는 가게이니 이스탄불을 방문하시면 꼭 한번 가보시면 좋겠습니다. 사프란볼루라는 작은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로쿰도 매우 유명합니다. 

하즈 베키르 홈페이지 (영어/터키어)

로쿰은 대표적인 라마단 과자이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도 손님을 접대하는 가장 대표적인 다과이지만 특히 라마단시기에 소비가 급증합니다. 예전에는 로쿰의 재료들이 비싸고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마을 유지나 부자들이 로쿰을 만들어서 이웃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풍습이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날에도 로쿰을 사서 이웃들과 나눠먹는 풍습이 지켜지고 있습니다.  


3. 로크마(Lok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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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쿰을 이야기하면서 로크마를 빼놓을 수는 없겠죠? 터키식 튀김과자인 로크마는 로쿰의 초기 모습이기도 합니다. 동글동글한 밀가루반죽을 튀긴 다음 꿀이나 시럽에 푹 적셔서 만듭니다. 터키식 도넛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이름 그대로 한입거리인 로크마는 터키 길거리에서 흔히 사먹을 수 있는 인기있는 군것질거리입니다. 터키에서는 대표적인 휴양도시인 이즈미르의 로크마가 유명합니다. 로크마는 그리스와 터키 중 어디에서 유래되었느냐하는 끊임없는 논쟁에 휩싸여 있는 과자이기도 합니다. 그리스어로는 로쿠마데스로 불리며, 이즈미르가 그리스의 영향을 많이 받은 도시이니만큼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어느 나라가 먼저인지는 그 시절의 사람들만이 알겠지요^^


4. 돈두르마(Dondur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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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아이스크림 장수. 

우리나라에서 케밥 다음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터키 아이스크림, 돈두르마! 돈두르마는 터키어로 '얼린 것'이라는 뜻입니다. Kesme dondurma라고도 부르는데, 여기서  kesme는 '자르다'라는 터키어에서 온 것으로 나이프를 이용해 잘라먹어야 할 정도로 쫀득쫀득한 아이스크림을 의미합니다. 터키 동남부에 위치한 마라슈(maraş)가 돈두르마의 본고장이며, 이 도시에서 만든 돈두르마만을 '돈두르마'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돈두르마는 살렙(Sahlep)이라는 풀의 뿌리와 염소젖으로 만드는데, 돈두르마의 독특한 식감이 바로 이 살렙에서 나옵니다. 살렙은 전통적으로 가루로 만든 다음 우유와 함께 끓여서 겨울철 몸보신을 위한 음료로 이용되었는데, 이것을 얼린 것이 돈두르마의 시작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돈두르마 특유의 쫀득함은 터키 아이스크림장수들의 짖궂은 장난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현란한 봉돌리기와 재치있는 입담은 터키 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기 위해 손님들이 거쳐야 할 필수적인 관문입니다.

돈두르마에도 많은 브랜드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MADO'라는 회사입니다. 이스탄불에 가면 배스킨라빈스대신 이 마도를 보실 수 있습니다. 다양한 맛과 토핑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돈두르마는 우리 나라에서도 맛볼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터키 음식 중 하나입니다. 



5. 쾨네페(Küne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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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가 듬뿍 들어간 쾨네페는 한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터키식 치즈케이크인 쾨네페는 본래 안타키야 지방의 토속요리였지만 지금은 터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디저트가 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동부 지중해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전해지는데, 카다이으프(kadayıf)라고 불리는 패스트리 반죽 위에 치즈를 듬뿍 올리고 다시 카다이으프를 올린뒤 구워냅니다. 이 위에 시럽을 흥건히 뿌리고 터키 과자에 빠질 수 없는 재료인 피스타치오까지 잘게 다져 뿌려주면 쾨네페가 완성됩니다. 갓 만들어낸 따끈따끈한 쾨네페는 한 입 베어물면 치즈가 쭉 늘어나는 것이 마치 피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풍미를 더하기 위해 오렌지향을 첨가하기도 합니다. 

잘 구워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하고 부드러운 쾨네페는 오븐에 굽는것보다 숯불화로 위에 굽는 것이 제맛입니다. 터키의 길거리에서는 쾨네페를 파는 상인들이 종종 보이는데, 숙련된 장인은 단 한번만 뒤집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쾨네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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쾨네페의 황금조합, 카이막.

그냥 먹어도 맛있는 쾨네페지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곁들이면 더욱 맛있는 쾨네페를 즐길 수 있습니다. 따끈한 쾨네페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스쿱을 얹으면 따끈한 쾨네페와 차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이 더할나위없는 조화를 이룹니다. 아이스크림 외에도 카이막(kaymak)이라는 클로티드 크림을 곁들여도 환상의 궁합을 맛볼 수 있습니다. 





아직 다섯개밖에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나오는 이야기들을 끝이 없네요.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터키의 크고 작은 일에는 달콤한 디저트들이 빠지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터키의 디저트들을 보면 이렇게 설탕을 많이 먹고도 괜찮은 건가..? 라는 생각과 이런 디저트들을 먹을 수 있다면 설탕에 빠져죽어도 좋아...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게 되네요. 
오늘은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기로 하고, 
다음 글에 이어서 나머지 다섯 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귈레귈레(Güle güle), 안녕히 가세요!


 참고 자료 
[임여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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