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하이틴 영화를 섭렵했었던 적이 있다. 재미있을 것 같은 모든
하이틴 영화들을 보다 보면, 결국 모든 스토리의 흐름은 비슷하게 귀결된다. 평범하다고 하지만 결국은 특별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한 남자를 만나고, 갈등이 발생하지만 마지막엔 극복하고 해피엔딩. 하이틴 영화들은 유년기에나
읽던 동화 속 이야기의 무대를 고등학교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나는 어렸을 적 읽었던 동화를
여전히 좋아하듯이, 10대가 아닌 지금도 가끔은 하이틴 영화를 본다.
얼마 전 오랜만에 팝스타 케이티 페리의 트윗에서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을 다시 만났다. 그녀는 “양의 탈을 쓴 레지나 조지를 조심하라”라는 트윗을 올렸다. 레지나 조지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 등장하는 학교의 여왕벌 캐릭터이다. 케이티 페리와 테일러 스위프트의 신경전에 대해서는 각설하고, 케이티
페리가 이 말을 쓴 것은 모두가 그녀의 비유를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퀸카로 살아남는 법’이 미국 10대 소녀들의 바이블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 중
10대라는 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모든 감정들은 증폭된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완성되지 않은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고 모든 것에 더 강하게 반응하며, 감정적이 된다. 평범하다는 사실에 절망하면서도 사실은 보다 사실은 내가 누구보다 특별하다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다. 그런 10대들에게 학교는 본능만이 남은 야생의 동물 왕국과도 같다. 아프리카에서 온 ‘퀸카로 살아남는 법’의 주인공 케이디가 처음 학교에 가서 학생들을 보고 그들을 야생동물들과 동일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영화의 제목(원제: Mean
girls)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인기 있어지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Mean girl이 된다. 또한 이들은 친구라는 포장으로 그들의 우정에서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고, 비밀을
털어놓게 하고, 끊임없이 다른 이들의 상태를 체크한다. 그럼으로써
이들은 그룹 내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미국 십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픽션이기에
약간의 과장은 있을지 몰라도 다른 십대를 다룬 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상당히 그들의 삶이 잘 반영된 것 같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이야기가 단순히 십대 청소년들에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른이 되어 조금 더 점잖아지고 모든 감정과 사건들에 익숙해졌을 뿐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고, 돋보이고 싶어하고,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는 하나의 무대일 뿐이고 청소년들은 반응을 좀 더 강하게 보이는 사회집단 중 하나일 뿐이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은 다른 하이틴 영화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영화 'DUFF'에서 주인공은 자신이 친구들 사이에서 DUFF(Designated
ugly fat friend), 즉 잘생기고 예쁜 친구들 옆에서 그들이 더욱 주목 받게 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알고 친구들과 절교하고
DUFF로 남지 않기 위해, 곧 주목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DUFF'의 한 장면
영화 'Easy A'에서도 주목 받고자 하는 열망은 잘 드러난다. 엠마 스톤이 연기한 주인공 올리브는 가벼운 거짓말이 학교에 퍼져 자신이 주목 받자 거짓말을 바로잡지 않고 오히려
눈덩이처럼 부풀린다.
이 영화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모두 주목 받고자 했고, 이를 통해
그들이 특별해짐을 느꼈지만 결국 그들 자신을 잃어버리고 후회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타인의
생각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특별해지고자 마음이 그들로 하여금 오히려 그 자신을 잃게 한 것이다. 문제는, 우리도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너무 신경
쓰고 있다. SNS가 발달한 지금 우리는 매일 누군가의 SNS를
보며 그들의 삶을 부러워하고, SNS에 글을 올리고 좋아요와 댓글을 기다린다. 하지만 사실, 좋아요를 받기 위해 SNS에 올린 보여주기 식의 사진들, 글들이 진짜 나와 진짜 나의 삶을
나타내는 지는 모를 일이다.
여전히 흔들리는 성장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을 위해 하이틴 영화들은 여전히 의미가 있다. 영화 '더프'에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신경쓰기 보다 너 자신의
생각에 신경을 써 보라’는 대사가 나온다. '더프'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기를 정의하는 것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자신이다. 나에게
나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기보다 진짜 자신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기보다 우선 자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어라. 해피엔딩 일색의 전형적인 성장물인 하이틴 영화가
희망적으로 담은 이 시대의 우리를 위한 메세지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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