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만과 편견》: 결혼은 사랑일까 현실일까?[문학]

엘리자베스는 왜 다아시를 선택했을까?
글 입력 2015.07.3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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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과 편견》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오만한 다아시(Darcy)에게 편견을 갖게 되는 엘리자베스(Elizabeth), 이제까지 자신이 보아 왔던 여자들과 다른 느낌에 그 여자에게 끌리는 다아시, 그들이 오해를 풀고 결혼한다는 해피엔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요즘 TV에서 자주 하는 “나한테 이런 여자는 니가 처음이야” 류의 신데렐라 드라마가 생각나는 스토리이다. 이렇게 《오만과 편견》의 이야기는 사실 굉장히 간단하고 통속적이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은 통속적 이야기 이면에 작가의 결혼, 계급, 그리고 여성(의 지위)에 대한 신랄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특히, 작가는 《오만과 편견》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결혼을 보여주며 어떠한 결합이 올바른 두 남녀의 결합인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1. 샬롯과 콜린스의 결혼

   샬롯(Charlotte)과 콜린스(Collins)의 결혼을 보자. 엘리자베스의 가장 친한 친구인 샬롯은 외모도 보잘것없고 얼굴도 예쁘지 않은 노처녀이다. 마침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했다 단번에 거절당한 콜린스가 차선책으로 샬롯에게 청혼을 하고, 샬롯은 승낙한다. 샬롯은 현실적인 여자이다. 비록 콜린스가 인간성이 좋은 인물이 아니고, 자신의 친구에게 청혼했던 사람이긴 하지만, 그는 목사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와 함께 충분한 재산을 가진 사람이다. 여성이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사회에서, 샬롯처럼 재산을 상속받지 못한 여성이 다가올 가난을 예방할 유일한 방법이 결혼인 것이다. 샬롯같은 여성들에게 있어, 결혼은 애초에 로맨틱할 수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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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펨벌리 저택 씬: 문제적 장면

   한편, 엘리자베스는 샬롯이 콜린스와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악한다. 엘리자베스는 결혼이란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감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혼관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안정 단 하나만 바라보고 결혼한 샬롯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자신 역시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다. 엘리자베스가 오만하다고 질색했던 다아시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터닝포인트는 가디너(Gardiner)부부와 함께 한 여행에서 위엄있고 귀족다운 펨벌리 저택(다아시의 저택)의 모습을 보고 난 순간부터이다. 엘리자베스는 펨벌리 저택을 보며 “펨벌리의 안주인이 된다는 것은 대단한 것”1)이라 느낀다. 이는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의 재력을 보고 그에 대한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경제적인 면을 강하게 의식하고 그와 결혼한 것일까?


   내가 이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엘리자베스가 저택을 보며 감탄하는 장면이 문제가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도 처음에는 품위있고 거대한 펨벌리 저택을 보고 감정적인 변화를 겪는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보며 부정적인 생각이 앞섰다. 앞서 엘리자베스는 샬롯이 콜린스와의 결혼이 주는 물질적·안정적인 측면만 바라보고 결혼한다며 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펨벌리 저택을 본 후에 다아시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엘리자베스의 태도는 샬롯과 다를 바 없다고 무방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인물의 행동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적 현실과 여성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된 후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 엘리자베스 행동의 정당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람들의 비판대로 엘리자베스는 분명 어느 정도는 다아시의 경제적인 면을 강하게 의식하고 결혼한게 맞다. 엘리자베스가 아무리 ‘자연스러운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할지라도 결국 그녀의 선택에도 경제적 안정의 욕구가 고려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아시의 재력은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 대한 편견을 버린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다. 작가는 엘리자베스 감정 변화에 대한 근거를 작품 속에서 여러가지로 보여준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가 오만한 모습을 보일 때는 그가 가진 경제적 조건이 얼마나 좋던지, 그를 이상적인 결혼의 상대로 고려조차 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는 그가 자신보다 물질적, 신분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을 때는 몹시 불쾌해하며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엘리자베스는 펨벌리 저택을 방문하며 다아시의 진정한 품성을 이해하게 되며, 이것이 엘리자베스가 다아시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결정적인 이유이다. 펨벌리는 다아시의 성격과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저택이다. 그 저택의 가구 배치나 조각, 정원의 모습, 그림, 서재 등을 감상하면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품성과 진정한 신사다운 모습을 알게 된다. 또한 저택의 관리인인 레이놀즈 부인의 다아시에 대한 칭찬을 듣고, 그가 지주로서, 집주인으로서, 그리고 여동생에게는 오빠로서 얼마나 ‘괜찮은’사람인지 알게 된다. 또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가 서로를 통해 성장하는 바람직한 결합이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를 통해 자신의 분별력을 돌아볼 수 있었고, 다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지적을 통해 더 나은 품성을 지니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떠한 정신적 성장도 가져다줄 수 없는 샬롯과 콜린스의 결합보다는 훨씬 정당한 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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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 의도적 구성

   그렇다면 작가는 왜 애초에 펨벌리 저택 장면을 집어넣었을까? 작가는 엘리자베스를 끝까지 남녀관게에 있어 물질적인 것과 안정보다 진정한 감정을 중시하는 소위 개념있어 ‘보이는’ 여성의 모습으로 남게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엘리자베스에게 펨벌리 저택을 보여주지 않고, 진정으로 서로의 감정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는 사건을 구성해서 둘을 맺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굳이 엘리자베스에게 펨벌리 저택을 먼저 보게 한 뒤에 다아시에 대한 애정이 싹트게 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도 존재한다. 작가는 엘리자베스와 같은, 총명하고 사회의 통념에 굴복하지 않는 여성들조차도 결국은 경제적 안정을 제공하는 결혼을 피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똑똑한 여성인 엘리자베스마저도 결국은 여성이 처한 경제적인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당시의 가부장제 사회를 강하게 비판하는 리얼리즘의 극치를 보여준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은 현실을 비판하고 현실성을 부각하는 작가의 의도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2)


21세기에는 결혼을 하기 앞서 어떤 점들을 고려하여야 할까? 
아직은 먼 얘기처럼 느껴지지만, 
결혼은 사랑 아니면 돈이라는 이분법적 문제로 결정될 것이 아니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참고문헌

1)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윤지관, 전승희 옮김, 민음사
2) 영미문학의 길잡이1, 영미문학연구회, 2001, 창작과비평사
 

[이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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