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 끝자락 소녀의 단상(斷想) - 미술관 안과 밖, 그 사이에 서서 [문화 전반]

문화마케팅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글 입력 2015.07.2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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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안 – 기업의 노력을 읽다

   나는 가끔 꿈을 꾼다. 정장을 입고 사람들 앞에서 미술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을, 그리고 바쁘게 뛰며 작가들과 이야기하는 나의 모습을 흐릿한 이미지로나마 발견한다. 어릴 적부터 비엔날레가 좋았고, 각종 전시회가 익숙했던 내게 미술관은 불확실한 꿈이자 확실한 미래였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정말이지 불확실한 꿈이었다. 그러다 몇 주 전부터 삼청동의 아트선재센터에서 도슨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관련 학과 석사 2학기 이상 지원 가능’이라는 차갑고 높은 진입장벽의 다른 미술관 인턴과는 달리, 예전부터 자주 발을 들이던 그 곳은 일반인에게도 기회를 주고 있었다. 물론 도슨트는 미술관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높은 위치가 아니며, 내가 지금껏 원했던 공부를 모두 할 수 있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말 그대로 나는 미술관의 끝자락에 서있다. 그렇다 하여도 미술관 안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미술관 밖을 향해 서서는 사람들과 미술관을 연결해주는 소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곳에서 내가 처음 만났던 사람들은 미술관의 ‘교육팀’ 직원들이었다(교육의 대상이 미술관 직원이 아닌 일반인이라는 사실은 항상 놀랍다). 대우그룹의 비영리 미술관이라는 간략한 소개에서부터 내가 맡게 될 전시의 작가가 양현미술상의 지원을 받아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는 것까지 알게 되었는데, 현재 문화계의 이슈 <기업의 문화마케팅>과 맞물리며 끝자락 소녀의 생각은 복잡다단해졌다.
    

 
미술관 밖 – 문화를 위한 마케팅일까, 마케팅을 위한 문화일까

   몇 년 전, 네덜란드 국립미술관의 재개관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었다. 당시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자금 조달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해 리모델링 기간이 예상보다 7년이나 더 걸렸지만,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필립스, ING, 네덜란드 국영항공사인 KLM 등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덕에 시공 10년 후 미술관은 완전히 새롭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즉, 기업의 자발성이 역사적인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다. 필자는 국내 대기업들이 국가에서 진행하는 문화재 복구 사업이나 미술 작품 지원에 인색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라고 말했었는데, 실제로 당시의 대기업 대부분은 자체 미술관을 만들어 회사 홍보용으로만 사용했기 때문에 실패한 문화마케팅의 사례가 되기도 했다.
   지금, 미술관과 길거리의 경계선에 서있는 나는 이전과 달리 더욱 넓어진 ‘미술관 밖’을 발견한다. 문화마케팅의 정의는 ‘문화 발전을 위한 마케팅’일수도, 또는 ‘마케팅을 위한 문화 발전’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기업들이 자국의 미술관 발전을 위해 비영리적 투자를 감행하고, 스페인 카이샤 은행이 현대미술발전을 목표로 수많은 작가들을 발굴해냈던 것을 보며 문화마케팅은 결코 ‘마케팅을 위한 문화 발전’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위의 기업들은 사회 환원과 문화산업을 통한 기업 이미지 마케팅이 결국 눈앞에 보이는 실질적인 이윤 추구보다 더 장기적이고 효과적임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들의 문화마케팅에서 ‘문화’는 수단으로만 남지 않았으며, 문화발전을 우선적으로 이룩한 뒤 그들이 목표하던 마케팅의 효과까지도 충분히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과 네덜란드를 비교하며 기업을 비판했던 필자의 의견은 지금쯤 바뀌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기획 전시가 여러 기업의 사내 미술관에서 조그마하게 열리고 있고, 몇몇 기업은 직접 미술관을 개관하며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물론 유럽의 문화마케팅 범위와는 아직 차이가 있겠지만, 한국 기업들에 있어 문화마케팅의 방향이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낀다. 문화를 위한 마케팅은 마케팅을 위한 문화로 이어질 수 있지만, 마케팅만을 위한 문화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놓치는 것이 된다는 사실 말이다.


[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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