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자유'라고 표현하고 '희망'이라고 말한다", 연극 < 아일랜드 >

아주 오래간만에 정극을 보았다.
글 입력 2015.07.0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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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의 초대로 지난 토요일에 연극 <아일랜드>를 보고 왔다.
원작에 더하여 극단의 새로운 연출이 가미된 이번 연극이
어떻게 그 의미를 전달할 지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가 됐다.​
 
 
 
아일랜드 상세페이지 확정본.jpg
 
 
 
 
 
포스터를 보면 스타시티 극장의 TM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한다고 안내가 되어 있다.
그런데 스타시티 극장 초입에 가면 1관과 2관에 대한 안내는 있는데
TM스테이지가 어디인지에 대한 안내는 찾지 못했다.
TM스테이지로 가려면 스타시티 극장의 지하 1층으로 가면 된다.
지하 1층에는 삼무곡 카페가 있는데
바로 이 삼무곡 카페의 안 쪽에 TM스테이지가 있다.
 
 
 
 
 
3티켓.jpeg
 
 
 
 
 
티켓과 포스터만 보아도, 이 연극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외딴 로벤섬에서 벌어지는,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여 체포된 죄수들의 이야기.
과연 어떻게 연출할지 궁금해졌다.
 
 
 
 
 
1출입구.jpg
 
 
 
 
 
삼무곡 카페의 안 쪽으로 가면 이렇게 캐스팅에 대한 안내가 있고
바로 그 뒷편에 위치한 유리문을 통해 관객들이 입장하게 된다.
 
 
 
 
관객들이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것은, 극이 시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석 쪽으로 나와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는 '자유(배우 최우정)'의 모습이다.
'자유'는 사진을 찍는 관객들 옆에서 함께 브이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속닥속닥 동행들끼리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 스리슬쩍 끼어서 함께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들어오는 관객들에게 웃으며 손을 흔들기도 한다.
 
 
흰 드레스를 입은 소녀같은 모습으로 관객들 틈을 누비는 '자유'의 모습은
우리가 그만큼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비언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유'는 관객들에게 다가서지만 단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다.
연극이 시작되고 끝나는 그 순간까지, '자유'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을 바라보고 그 틈에서 살아 숨쉬고 있을 뿐이다.
그만큼 자유는, 우리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부지불식간에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적으로, 내가 '관객'의 입장에 서 있고 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 <아일랜드>는 1972년 작이다. 과연 그 시대 사람들은,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연극의 배경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람들은,
나와 동일하게 자유를 인식할 수 있었을까?
 
 
 
극의 무대를 살펴보면 로벤섬을 상징하기 위해 무대의 중앙에 잔디밭이 있고 그 주변을 물이 둘러싸고 있다.
그 섬의 주변에는 빨간 우체통도 있고, 가로등도 있고, 세발자전거도 있고, 나무도 있다.
 
존(배우 배창호)은 10년형을 선고받고 투옥되었고, 그의 친구 윈스턴(배우 박정식)은 종신형을 선고받은 상태이다.
3년 간의 투옥생활동안 그들은 점점 희망이 가득한 소식(우체통)으로부터 배제되어 가고
비인간적인 생활의 연속으로 인해 자신들이 걸어왔던 길과 그 목적(가로등)을 상실해가면서
가족(나무)과 동심(세발자전거) 역시 희미해져감을 느낀다.
존과 윈스턴이 밝은 대화에서 시작하여 점차 무거워져가는 모습에서, 그리고 무대 장치들을 통해
객석은 그들이 느끼는 혼란과 불안함, 자유에 대한 갈망에 동화되어 간다.
 
 
극의 절정은, 연극의 마지막 부분에 해당하는 존과 윈스턴의 '안티고네'의 재판 장면 연출일 것이다.
사실상 이 연극이 직접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 하나의 장면에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벤섬 감옥의 간부들 앞에서 현 정책, 즉 흑인들을 차별하는 아파르트헤이트를 비판하는 이 장면.
 
이것은 비단 인종차별정책에 대한 고발만이 아니다.
자연법과 실정법의 간극, 국가와 개인의 삶의 간극을 처절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연극은 문학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은 내가 공부하는 학문에 직결되는 부분이기에
개인적으로 마지막 부분에서 눈을 뜨기가 힘들었다.
이는 나 역시도, 계속적으로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할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간만에 정극을 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연극이 끝나고 나오는데 머리가 무거웠다.
이 연극을 보고 나면 정말 생각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매우 의미있는 연극이므로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 연극을 보고자 한다면
관객들이 꼭, 연극의 배경과 대략적인 줄거리를 파악하고 가기를 권하고 싶다.
이 연극은 맥락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몰입하기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투자하여 연극을 보기 전에 사전 정보들을 파악한다면
현재의 한국 사회에도 너무나 많은 메시지를 던지는
연극 <아일랜드>를, 매우 풍성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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