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화 베개 - 누이조 약력,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 컬렉션 중.

글 입력 2015.06.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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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베개.
국화모양의 베개를 말하는 걸까요?
아닙니다. 국화꽃을 잘 말려 이를 천주머니에 넣고 베개를 만든 것인데요, 
'징회록'이라는 고서에는 이런 말이 나와 있다고 합니다.

"국화베개를 베고 자면 머리를 맑게 하고 나쁜 기운을 없앤다."


국화1.jpg



향기로운 국화 냄새를 상상해보며 일본의 대표적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와 그의 단편작품, 국화 베게-누이조 약력 에 대해 소개해 드립니다!





1. 마쓰모토 세이초, 그는?

"다만 남들이 가는 길은 걷고 싶지 않았다."


마쓰모토 세이초.jpg



▶궁핍과 학력차별의 벽을 뛰어넘어, 41세에 작가의 길로 들어선 늦깎이

1909년 기타큐슈의 작은 도시 고쿠라에서 태어난 마쓰모토 세이초(마츠모토 세이초, 松本清張, 1909.12.21~1992.8.4)는, 소학교만 마친 채로 가난한 집안을 부양하기 위해 작은 전기회사의 급사로 들어갔다. 원래 신문기자가 꿈이었던 세이초는 궁핍한 환경에서도 책을 탐독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아니면 신문기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좌절감을 맛본다. 
1936년 27세 때 우치다 나요와 결혼할 무렵 아사히신문사 규슈 지사가 고쿠라로 이전되어 오자, 용감하게 지사장에게 편지를 써서 채용되었다. 그 뒤로 20년 동안 이 신문사를 다니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원했던 직장에는 학력주의가 버티고 있었다. 대졸 정사원들에 비해 월급날도 하루 늦고 회사의 행사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등 심한 학력차별에 시달렸던 세월이었다.
그의 데뷔작 ‘사이고사쓰’ 소설은 학력차별과 싸워가며 가난 속에서 묵묵히 문학의 꿈을 키워온 세이초의 세계가 열리는 신호탄이었다.


▶사회파 추리소설에서 논픽션까지, 시대와 정면으로 대치하고 인간을 탐구하다

소설가로서 자리를 잡자마자, 세이초가 다음으로 파고든 것은 논픽션이었다. 그는 실제 사건들을 정력적으로 조사하면서 “자료를 가공 없이 배열하고, 그 자료들을 추리를 통해 연결하는” 독자적인 논픽션 장르와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이전까지는 금기시되었던 의혹의 사건들을 찾아내고 그 핵심에 초점을 맞추는 세이초의 추리는, 그 추리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작가로서의 용감한 태도와 사명감만으로도 찬사를 받을 만한 것이었다.
보편적인 테마로 인간을 묘사하고, 역사와 사회의 어둠을 파헤치려 했던 세이초의 고독한 투쟁은 “내용은 시대를 반영하고, 그 사상의 빛을 받아 면모해 간다”라는 신념에서 나온 것이었다. 세이초의 이런 정신은 1992년에 그가 세상을 뜰 때까지 내내 지켜졌다. 끊임없는 자기공부와 불굴의 정신력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던 세이초였기 때문에 픽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으로 창작 세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사회파 추리소설은 ‘세이초의 아이들’로 불리는 작가들의 맹활약으로 그 면모가 이어지고 있다. 세이초의 장녀를 자처하는 미야베 미유키를 위시하여, 모리무라 세이치, 히가시노 게이고, 기리노 나쓰오, 다카무라 가오루등 지금 전성기를 누리는 이들이 세이초 월드를 당당히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네이버 캐스트 마쓰모토 세이토 참조-





2. 『국화 베개 - 누이조 약력』

여성작가의 삶이란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단편 컬렉션(하)
⌜국화베개⌟ -누이조 약력 을 읽고


⌜국화베개⌟를 읽는 동안, 플로베르의 소설 ⌜마담 보바리⌟가 생각났다. 이 소설에서도 마담 보바리는 소녀시절 봤던 순정소설, 낭만주의적 사랑에 도취되어 꿈을 꾸다가 형편없는 어느 마을의 시골 의사에게 시집을 간다. 결혼생활의 지극한 일상에 지치고 실망한 그녀는 일탈을 꿈꾼다. 그 일탈은 바람을 피우며 무도회 등을 나가는 것으로 이뤄졌는데 이는 곧 허상으로 시작한 것은 허상으로 끝나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결국 마담 보바리는 죽음으로서 삶을 일단락하게 되는데 여기서의 ⌜국화베개 - 누이조 약력⌟도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소설은 누이조의 남편, 미쓰오카 게이스카의 시점을 중심으로 한 3인칭 객관적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된다. 제목의 ‘누이조 약력’답게 정말 남편의 담담한 어조로 누이조의 태생과 성장배경, 그녀가 어떻게 결혼을 했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나열하고 있다. 사실 남편의 담담한 어조라고는 했지만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게 남편의 말투라고는 도무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애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마치 국어사전처럼 사람에 대한 감정이 아닌 사물에 대해 말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먼저 말하자면 마지막으로 갈수록 마음이 서늘해지고 애틋한 남편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국화베개’를 통해 누이의 광기어린 ‘센도’선생님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이, 그녀의 정신이 온전치 못했을 때 남편 게이스카에게로 이동되었을 때 이런 관심에 가까운 사랑이라도 바랐던 남편 게이스카에게 동정심이 갔다. 미쳐버린 아내 누이가 “당신에게 줄 국화 베개를 만들어 놨어요.”라고 말하며 그에게 내민 것은 시든 나팔꽃이 가득 들어있는 천주머니였는데 ‘실성한 뒤에야 내 품으로 돌아왔구나.’를 느끼는 그의 심정이 오죽할까. 여기서는 소설 ⌜덕혜옹주⌟에서 덕혜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여 난동을 부리는 장면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자신의 모든 일생이 끝나갈 무렵,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 받은 한 여자의 심정은 결국 광기어린 모습으로밖에 표출되지 않는다는 무서울 정도로 비참함과 쓰라림을 묵묵히, 그리고 조용히 느낄 수 있었다.
 게이스카는 부부싸움 때도 누이가 하는 모든 불평불만을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가난한 시골 미술교사의 아내라는 아내의 타이틀이 자신에게 붙여진 것을 인정했고 아내의 분노가 자신의 무능에 있음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습관을 가진다. 아내의 억센 기에 남편 게이스카는 자신도 모르게 세뇌 당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보면 게이스카는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자아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작가 세이초는 소학교까지 나온 인물이고 그럼에도 작가로서 성공을 했을지 몰라도, 마음 한 쪽에는 항상 고학력 문학세계에서의 압박감이 남아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누이를 통해 ‘여성 작가로서의 삶’을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녀의 결혼생활은 ‘마담 보바리’와 거의 일맥상통한다. 거기에 ‘하이쿠’라는 문학생활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좋은 교육을 받고 얼굴도 반반한 그녀들은 자신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남편을 등한시하고 외도를 일삼게 된다. 특히 누이는 확실한 외도라고는 말을 못하지만, 하이쿠 활동을 통해 적어도 일상의 답답함은 벗어날 수 있었다.
그녀들은 남편을 졸라 무도회 옷, 봄맞이 기모노를 장만하고는 다른 남자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끝은 항상 좋지 않다. 누이는 하이쿠의 이념인 ‘객관사생’을 따라 자연관찰을 중시한다. 시상을 얻기 위해 가정에 소홀히 하고 밖을 방랑하기 일쑤였다. 그녀는 그러면서 문학계의 절대권위자인, 센도선생님을 거의 신처럼 모신다. 누이에게 센도는 절대적인 존재이고, 그 가르침은 성전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잘 보이기 위해, 그의 건강을 위해 ‘국화 베개’를 선물하지만, 그녀의 정성을 그는 전혀 알아봐주지 않는다. 오히려 귀찮아하고 외면해 버린다. 
그녀는 그런 그 때문에 앓아눕기도 한다. 엄청난 자존심을 가진 그녀는 센도 앞에서 어린아이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는 문인들 사이에 그녀에 대한 인식에 화를 더 낳는다. 
그녀는 다시 하이쿠 전성시절로 돌아가려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지만, 하면 할수록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주체할 수 없는 광기였다. 그녀는 이제 죽지 않기 위해 발악하는 한 마리의 작은 짐승에 지나지 않았다.

여성작가로서 문학계에서 활동한다는 것이 이런 케이스만이 있지는 않겠지만, 누이조는 너무 심각한 경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문학계 절대강자여도 스승은 스승일 뿐, 광적으로 추종하는 듯한 그녀는 오히려 비정상적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아직 그 심오한 문학세계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결혼생활과 문학활동을 겸한다면, 어느 것 하나에 치중하지 말고 둘 다 열심히 할 것.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문학이라면 새로운 파를 만들어서라도 미치지 않고 문학을 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나를 위한 삶을 살 것이라는 것 말이다.  
^.^ (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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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연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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