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똑똑한 그녀, 착한 그녀, 예쁜 그녀 그리고 상처 - 연극 [그녀들의 집]

글 입력 2015.06.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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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그녀, 착한 그녀, 예쁜 그녀 그리고 상처 - 연극 [그녀들의 집]


 박소연 (ART insight SNS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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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15.5.1 ~ 2015.6.14 
시간: 화,목,금 8pm / 수 3pm / 토,일, 공휴일 3pm / 월 쉼
장소: 서초동 소극장 씨어터 송
극작: 김수미
각색/ 연출: 오유경



연극 [그녀들의 집]을 보러 서초 씨어터 송에 다녀왔습니다.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는데, 법률 사무소와 사무실이 몰려있는 서초동에 소극장이 홀로 서있으니 
마치 회색빛 도는 건물들 사이에 혼자 색깔과 숨을 가진 건물처럼 보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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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를 보니 이 여자들, 심상치 않아보여서 뭔가 제대로 왔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비밀스러우면서도,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그녀들.
아예 기대를 하지 않고 왔다가 점점 기대감이 커졌답니다.

조금 일찍가서 입장시간을 기다리면서 건물 안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요.
유리문 안에 무대구조를 미니어처로 만들어놔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세련된 세트와 세트 이곳 저곳에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는 좌석이
여태껏 제가 본 연극무대 중에 가장 구조가 특이했습니다.


IMG_20150526_193714.jpg



연극 '그녀들의 집' <시놉시스>


재개발이 한창인 도시 외곽 호숫가
몸이 굳어 죽어가는 아버지가 사는 '그녀들의 집'

도망쳐 나왔던 그곳으로 그녀들이 돌아온다.

무한한 기대 속에 무너져내린 첫째,
조건없는 복종과 헌신 속에 박제된 둘째,
아버지의 성(性)스러운 존재 막내
이들을 기다리는 지난 날의 추억

아버지의 그늘 아래 화석처럼 남아 있는 가족의 흔적

가족이란 이름의 메말라 버린 혈관 속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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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보는 내내, 첫째, 둘째, 그리고 막내의 
각기 다른 성격의 캐릭터를 신경쓰면서 감상했는데요.
그녀들은 모두 엄격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서로 다른 상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아버지를 대신해서 무엇이든 최고가 되야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을
가지고 있었고, 뭐 하나 특이한 점 없던 둘째는, 그저 '착하고 양보잘하는 애'라는 타이틀을
쥐고 원하지 않음에도 아버지의 관심을 얻기 위해 착한 아이가 되어야만 했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막내는 아버지의 성적인 존재가 되어 어머니에게 질투를 받아야만 했던
비정상적인 상처를 여태껏 품은 채 제각각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각각 똑똑하고, 착하고, 예쁜 여자로 성장했지만,
아버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기는 커녕 오히려 지금 그녀들의 속은
이미 곪을 대로 곪아서, 아버지를 증오하고 있었는데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 그녀들이 그 복잡한 감정과 상처를
정말 반미친 것처럼 토해내는 장면을 보고, 저는 같은 여자로서 안타까움에
연극을 보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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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뚤어진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탓에 그들이 하는 사랑 또한 비정상적인데요.
그녀들은 어릴 때 받지 못한 아버지의 사랑을 다른 남자와의 사랑으로 보상받으려 합니다.
어디선가 '딸들은 자기 아버지같은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끌린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극 중에서 아버지와 비슷한 '의사'에게 세 자매가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 이 말이 아예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의사를 그들이 각각 가진 무기
(첫째는, 지성/ 둘째는 헌신과 희생 / 셋째는, 아름다움과 성적매력)로
유혹하는 장면을 보고 그녀들은  아버지가 준 상처를 증오하면서도
그녀들도 모르게 그 상처를 무기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저만 느꼈던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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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마지막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한 에피소드 , 헤라,아테네,아프로디테 세 여신이
황금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서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를 유혹하는 장면을 언급했는데요.
여신임에도 불구하고 인간 남자에게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선택을 받는 다는 이야기가
그녀들의 집과 많이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양성평등의 시대가 많이 발전됬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남성중심의 관습적인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런 무기가 아직까진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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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다른 공연예술보다도 저는 연극을 보면서 감동을 받거나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느낀 적이 거의 없었는데요. 아무래도 그 동안에 봐왔던 연극이 주제가 가벼우면
그 날 재밌고 끝이어서 남는게 없고, 너무 무거우면 심오하지만 별로 공감되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그녀들의 집은 여자들의 이야기라서 그들이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가
이해되고 공감이 되서 여태껏 제가 본 연극 중에 가장 뜨거운 연극이었습니다.


새삼 소극장을 나오면서 남성비율이 높은 법률사무소가 밀집해있는 이 지역에
여자들의 이야기를 펼치는 소극장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멋있다고 느껴졌는데요.
내용이 조금은 씁쓸하기도, 슬프기도 했지만, 이런 연극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앞으로의
여성들의 인식을 조금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너무 멋있었고요. 개인적으로 
별 5개★★★★★를 드려도 아깝지 않은 연극이었습니다.^^   


[박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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