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소장품특별전 < 무제 > [다원예술, 국립현대미술관]

글 입력 2015.05.17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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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특별전 <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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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특별전 <무제>


일자 : 2015.05.04 - 2015.07.26

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0:00am~09:00pm / 월요일 휴관

장소 : 국립현대미술과 과천관 제2전시실

티켓가격 : 무료

주최 : 국립현대미술관




문의 : 02.2188.6000





<상세정보>


우리 각자는 자신의 과거를 진정으로 자신만이 알고 있는 책 속 페이지처럼 감추고 있다. 친구들은 오직 제목만을 읽을 수 있을 뿐.
 -버지니아 울프 

   난해한 현대미술 앞에서 최소한의 단서라도 얻어볼까 하고 필사적으로 명제표를 찾아봤지만 ‘무제’라는 제목에 좌절했던 경험이 있는가. 제목 없이는 도저히 작품을 이해하기 어려운 자신의 무능력에, 또는 마치 대화를 원치 않는 듯한 작가의 냉정함에 분노를 느낀 적은 없는가. 여러모로 현대미술에 있어서 ‘무제’라는 제목은 애증이 교차하는 대상이다. 심지어 이 전시가 제안되었을 때 미술관 내부에서조차 전시제목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기획자에게 제목 변경을 요구했을 정도였다. 이런 격렬한 반응은 이 제목이 수용자의 입장에서는 현대미술의 현학적인 태도, 대중과의 소통 거부, 작가의 방관자적인 태도에 대한 즉각적인 반감을 유발하는 하나의 요소라는 점을 보여준다. 

   관객이 느끼는 소외감은 ‘무제’가 단지 ‘제목이 없다’는 중성적인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목을 달지 않겠다’는 작가의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그래. 이것이 작품의 해석을 관객에게 맡겨두는 ‘열린’ 태도라는 것은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국 이 작품은 작가의 온전한 창작물이 아닌가. 그것을 작업실로부터 공공 전시장소로 옮겼을 때는 어떤 식으로든 소통을 하겠다는 의도이고, 그렇다면 제목을 통해서라도 우리에게 뭔가를 들려 주려고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야 온당하지 않은가. 제목을 달지 않겠다니. 자기가 낳은 자식을 이름표도 없이 고아원 앞에 버리는 패륜과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이런 비난에 작가는 작가대로 억울하기 짝이 없다. 어설픈 제목은 달지 않느니만 못하다는 점이 정말 이해가 안 가는가? 관객들이 제각기 상상력을 보태어 만들어 갈 수많은 해석들, 그 보석 같은 가능성들을 내가 붙이는 ‘제목’ 하나로 제한해 버리는 것이 아깝지도 않은가? 모름지기 작품이란 캔버스나 조각대 위에서가 아니라 관객 각자 마음 속에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 제목 따위는 일단 제쳐두고 선입견 없이 작품을 찬찬히 음미하는 것만으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는 것인가? 내가 관객을 버렸다고? ‘무제’라는 제목을 붙였을 때 우리의 첫 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을 왜 이리 몰라주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특별전: 무제≫는 관객과 작가 사이에 가로놓인 이 간극에 다리를 놓고 멈춰진 대화를 다시 이어가고자 한다. 대화란 모름지기 사소한 질문에서 시작되는 법. 작가들에게 당신은 ‘왜’ 이런 제목을 선택하셨는지 물어보는 것으로 그 첫 돌을 놓는다. ‘결자해지’라… 작가들이 육성으로 들려주는 대답을 시작으로 ‘무제’를 화두(話頭)로 삼은 긴 대화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가 이 무표정한 제목 너머로 얼마나 다양한 표현들이 가능한지, 또 얼마나 깊은 고민들이 이어질 수 있는지, 무엇보다 과연 ‘무제’라는 제목을 작가들이 우리 관객들에게 보내는 현대미술로의 초대장으로 읽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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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 <무제(친숙한 고통#1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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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택, <무제>, 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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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혜, <무제>, 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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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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