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역시 필립 윤트! 스위스 뉴 취리히 오케스트라

글 입력 2015.05.03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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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필립 윤트! 

스위스 뉴 취리히 오케스트라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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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정보>

공연명 : <창단25주년 아시아투어> 스위스 뉴 취리히 오케스트라 
지  휘 : 마틴 스튜더 Martin Studer
협  연 : 플루트_필립 윤트 Philipp Jundt
일시 및 장소 : 2015. 4. 25(토) 오후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티  켓 : SACTicket 580-1300  인터파크,   옥션,   yes24
가  격 : R150,000원  S100,000원  A70,000원  B40,000원  C30,000원
공연문의 : 브라보컴 1661-1605   후원 : 주한 스위스대사관

<지방투어> 4.24(토) 천안예술의전당 1566-0155







“안녕하쎄요우.” 딱 들어도 어색한 한국어로 서툴게 인사를 건네는 지휘자 ‘마틴 스튜더’는 정말 귀여웠다. 오케스트라에 앞서 짧게 이 오케스트라의 의미와 그가 이 오케스트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줘야 합니다’ 였다. 그는 이 오케스트라를 수백명, 수천명에게 들려줬고 이 오케스트라로 청중 뿐 아니라 자신의 단원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그가 단원들의 개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그들의 재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지휘자로 유명하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따뜻한 지휘자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첫 곡인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이 연주되었다. 참고로 서곡이란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을 말한다. 앞으로 전개될 음악에 대한 도입에 대해 암시할 뿐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 되기도 한다. ‘피가로의 결혼’은 레파토리가 가장 완벽하여 모차르트의 21곡의 오페라 곡 중 최고라 일컫어진다. 그 중 서곡은 소나타 형식으로 발랄하면서도 재치와 유머가 잘 표현된 곡으로 현악기의 속삭이듯이 질주하는 빠른 흐름은 짧지만 서곡으로서의 분위기를 잘 빚어낸다.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본 곡이라 익숙한 곡이었다. 마치 자격증시험 듣기 파트에서 나올 법한 곡이었다. 

소나타 형식 (sonata form)

소나타, 교향곡을 비롯하여 중주곡, 협주곡 등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광범위하게 쓰이는 악곡 형식.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의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으며 제시부 앞에 서주, 재현부 뒤에 종결부(코드)가 딸려 있는 경우도 있다. 보통 제시부에는 두 개의 주제 대비를 기본축으로 구축되어 있고, 이 두 개의 주제는 전개부, 재현부에서도 여러 가지 기교를 통해 반복해서 사용된다.



Teatro La Fenice - Ouverture da 'Le nozze di Figaro' di Wolfgang Amadeus Mozart


두 번째 곡은 오페라 ‘나부코’ 서곡이었다. 베르디의 첫 히트작으로, 이 작품을 만들면서부터 베르디의 찬란한 경력이 시작됬다고 한다. ‘나부코’는 당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 및 나폴레옹의 지배를 받고 있던 북이탈리아의 정치적 상황에 적합한 내용을 담고 있어 대성공을 거뒀다. 서곡의 주제 음악은 막이 바뀔 때마다 계속되는데, 억압에 대한 저항을 뚜렷이 나타낸다. 처음에는 조용히 시작되다가 갑자기 크게 터뜨리고, 다시 엄숙하게 바뀌는 선율이 대담하면서도 경건했다. 저항의 의미가 담겨있는 곡이라는 것을 알고 들으니 음율이 도전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금관악기가 리드하는 초입의 조용한 부분은 승전곡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Giuseppe Verdi - Nabucco Overture


그리고 바로 다음이 내가 보고싶어 마지않았던 플루티스트 ‘필립 윤트’ 와의 협주곡, 로드리고의 플루트 협주곡 ‘전원’ 이었다. 로드리고의 플루트 협주곡은 세기의 명인 제임스 골웨이의 위촉으로 1978년에 런던에서 초연된 명곡이다. 눈이 보이지 않았던 스페인의 천재 작곡가 로드리고의 명곡이자 난곡으로, 이 협주곡에 ‘전원’이라는 부제가 붙은 것은 2악장의 서정적인 인상들이 자연 속에 빠져드는 아름다운 체험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1악장과 3악장에서는 뛰어난 기교를 지닌 연주자만이 해결할 수 있는 빠른 음형들과 높은 도약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실황과 녹음 모두에서 상당히 드문 명곡이라고 한다. 확실히 초입부에 새의 지저귀는 소리처럼 빠르고 휘날리는 플롯의 높낮이만 들어도 얼마나 기교가 많은 곡인지 알 수 있었다. 실수 하나라도 하면 금방 티가 나는 곡이었다. 플롯이 내는 고음역대의 소리가 이렇게 화려한 줄은 미처 몰랐다. 카나리아를 곁에 두고 듣는 느낌이랄까. 역시 필립 윤트, 이 난곡을 멋지게 소화해내셨다. 절로 박수를 부르는 연주였다. 엄청난 속도의 운지법과 긴 호흡은 정말 감탄스러웠다. 화려한 플롯의 고음역대가 로드리고가 의도한 ‘전원적인’ 소리를 소화시켰다.


1악장 Allegro 



           2악장 Adagio-Allegro moderato 



           3악장 Rondo : Allegro-Allegretto 



중간의 휴식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곡의 연주 전에 마틴 스튜더는 또 한번 가슴을 따뜻하게 해줬다. 한국에 있었던 참사(세월호 사건)에 애도를 표하며 이를 추모하는 뜻에서 예정에 없었던 곡을 연주해 준 것이다. 그의 배려에 다시 훈훈하게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마지막 곡인,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5번 E단조, 64번은 그의 6개의 교향곡 중에서도 4, 6번과 함께 걸작으로 알려진 곡이다. 러시아색이 짙은 4번과 달리 5번은 좀 더 다듬어진 균형미가 돋보이고, 비통한 기분이 곡 전체를 감싼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슬프면서 화려하며, 격렬함이 함께 어우러진다. 첫 머리에 전주 없이 연주되는 클라리넷은 우울한 운명의 발자취를 암시하는데, 이것이 각 악장에 나타나 전체를 통해 주요한 조성을 이룬다. 이윽고 현악기가 죽음과 같은 우울한 환상적인 악절을 떠올리고 다음으로 플루트가 가담하여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모든 악장이 마치 서서히 스며들듯 올라오는 죽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우울한데 화려하다는 이 모순적인 수식어가 이렇게 잘 어울린다니, 하고 감탄했다. 특히 1악 장 1주제의 절정 부분은 울부짖는 듯한 강인한 음율이 인상적이었다. 



1악장 Andante - Allegro con anima

서주에는 클라리넷이 무겁게 애조를 띄고 나타나며, 이것이 교향곡 전체를 통하는 주요 선율로 각 악장에 수시로 나타난다. 폴란드 민요에서 발췌한 1주제와는 달리 2주제는 다소 밝은 기분으로 나타나고 마지막엔 으뜸선율로 끝맺는다. 



2악장 Andante cantabile

자유로이 노래하는 듯 한 느린 템포의 세도막 형식. 달콤하고 슬픈 분위기의 주선율이 호른으로 연주된다. 얼마 후 오보에의 부주제부가 밝고 여성적으로, 중간부의 가락이 목관부에 나타나 점차 절정을 이루고 다시 느린 템포의 주선율이 등장한다.  

           

3악장 Valse. Allegro moderato

흔히 3악장은 미뉴엣이나 스케르초로 되어 있지만, 이 곡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가진 왈츠로 되어 있다. 당시 왈츠가 사교계의 대표적인 음악이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4악장 Finale. Andante maestoso - Allegro vivace 

이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사자의 으르렁거리는 듯한 저음부가 공포감을 준다. 제 1주제에서 팀파니 주자의 연타는 장엄하고 격렬한 진군을 표현하며, 사랑스런 느낌의 제 2주제에도 등장하여 다양히 연주된다. 늠름하고 스피드한 행진은 승리에 찬 대단원에 이른다. 


이번 스위스 뉴 취리히 오케스트라를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의 묘미를 알 수 있었다. 또한 마지막 앵콜곡까지 관객들의 박수소리에 맞춰 흥겹게 연주하는 지휘자, 마틴 스튜더 덕분에 오케스트라 내내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가장 고대했던 필립 윤트의 무대는 한층 더 멋드러진 연주로 돌아와 예전과는 다른 화려함으로 나를 사로잡았다. 과연 다음번에는 어떤 곡으로 무대에 설지 기대하게 만드는 플루티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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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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