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다락 한 구석에 숨어있는 감성 발견! 인형극 '다락에서'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5.02 00:1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다락 한 구석에 숨어있는 감성 발견!

인형극 ‘다락에서’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다락에서 (웹, 2015.04.14).jpg


<공연정보>

기간: 2014.04.17.~ 2015.05.31.
금요일- PM 5:00, PM 8:00
토일 공휴일- PM 3:00, PM 6:00
장소: 다락극장
마포구 합정동 360-1번지 1층
Seoul, Korea 121-884





어릴 적, 내가 챙겨보던 프로그램 중 하나는 ‘세서미 스트리트(Sesame Street)’였다. 뭔 소린지 하나도 못알아들었지만, 어린이들의 동심을 만족시켜주는 ‘살아 움직이는 인형’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세서미 스트리트


세서미 스트리트를 졸업한 이후로는 영 인형극을 접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내 모든 문화예술의 프리패스(?)인 아트인사이트 덕분에 인형극의 원조인 체코의 인형극, ‘다락에서’를 보게 되었다. 합정역의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가다 보면 민박집같은 인형극장 ‘다락극장’ 이 나온다. 체코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 관광상품인 인형극을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있다니,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다락극장 입구.jpg


인형극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다락에서’는 마리오네트를 이용한 인형극을 선보였다. 쉽게 말하면 줄인형이다. 가수 스텔라가 부른 ‘마리오네트’도 바로 이것이다. 



마리오네트 (marionette)


마리오네트 정의.jpg


르네상스 때부터 19세기에 걸쳐 성행하며 인기를 끌었다. 소형무대를 설치하고 조작하는 사람이 무대 상부에서 인형을 움직인다. 옛날에는 인형 머리에 붙인 나뭇개비나 철사로 조작하였으나 18∼19세기에 몇 가닥 실로 조종하는 법을 연구해 냈다. 프랑스에서는 샤를마뉴 대제(大帝)의 군대 이야기나 롤랑 전설, 영국에서는 이탈리아 희극의 흐름을 이은 펀치와 주디의 쇼 같은 것이 인기를 끌었으며, 19세기에는 풍자나 희화화(戱畵化)의 수단으로 인형극이 예술가 사이에 새로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체코 인형극의 전통도 ‘가족 마리오네트 극장’에서 시작되었다. 탁자 위에 놓는 미니어쳐 극장인데 집마다 다 가지고 있었다. 모든 가족이 각자 역할을 맡아 공연하며 인형극을 즐긴 것이다. 이런 전통이 이어지면서 프라하는 인형극의 천국이라고 불릴 만큼 인형극이 발달했다. 당연히 인형극과 마리오네트는 체코 최고의 문화상품으로 자리잡았다.


프라하 인형거리.jpg


그래서 프라하는 연중 무휴로 인형극 공연이 항상 있다. 종류도 다양하여 시민들은 언제든지 취향에 맞게 원하는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 프라하 시내 곳곳에 인형극 전용 극장이 있어서 보러 가기도 편하다. 가장 유명한 인형극장은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 이다. 체코는 한국과 다르게 인형극을 어려서부터 접하는 전통이 있다 보니 관람연령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인지 아주 오래 전부터 쓰인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의 의자는 아이들을 배려하여 의자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마리오네트 극장 입구 장식.jpg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 인형극이다. 프라하 시민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을 사랑했던 모차르트는 프라하에서 오페라 ‘돈 지오반니’를 작곡했고 프라하에서 최초로 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예술성 있는 스토리와 더불어 배우들이 인형에 달린 줄로 실제 사람같은 섬세한 동작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전혀 유치하지 않다. 심지어 실제로 비를 내리는 장면을 연출하여 사실적인 느낌도 준다.  



돈 지오반니 인형극


체코의 인형극에 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EBS의 ‘세계테마기행-체코’ 편에 잘 나와 있다. 4부로 만들어졌는데, 체코의 전통인 인형극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세계테마기행-체코 편 (1부)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다락에서’ 인형극에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겠다.
사실 다락극장은 반지하같은 지상의 작은 극장이다. 원래 이 극장이 다락처럼 건물의 맨 윗층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이름을 그대로 갖고 지상으로 내려 온(?) 것이라고 주인 겸 연출가 겸 배우이신 분이 설명해주셨다. 

‘다락에서’는 어릴 적 썼던 그림일기처럼, 꼭 품에 안고 자던 낡은 인형처럼 포근한 11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어른들을 위한 인형극인 만큼 에피소드의 주제가 수준이 높았다. 막장 가정사를 닭 부부에 견주어 코믹하게 그려내기도 하고, 희망과 절망을 죄수의 탈출 이야기에 담아내기도 했다. 


닭.jpg


전반적인 무대에 관해서는, 좁은 공간인데도 자잘한 소품의 활용이 많았던 것이 인상깊었다. 소품 하나하나에 다락의 감성이 묻어있었는데, 정말로 다락 창고에 묵혀놨을 법한 물건들이 나왔다. 오래된 아코디언, 초딩 때 쓰던 리코더와 캐스터네츠 등 추억의 물건들은 인형극만의 아기자기함을 부각시켰다.  


아코디언 연주.jpg


특히 위의 아코디언이 나왔던 ‘오케스트라 지휘’ 에피소드는 관객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더욱 재밌었다. 앞 줄에 앉은 관객들에게 트라이앵글, 캐스터네츠 등을 나눠줬는데, 배우가 실제로 연주하는 아코디언에 맞춰 즉석 미니 음악회를 열었다. 엇박이 나기도 하고, 박자를 놓치기도 하면서 이 어설픈 연주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되는 모습이 신기했다. 관객과 함께 만들어나가는 작품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소형 무대를 배경으로 진행된 에피소드도 있었다. 늙은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다룬 에피소드였는데, 직접 제작한 미니 극장에서 배우 분이 마리오네트로 멋진 연주를 들려주셨다. 물론 음악은 녹음 파일을 재생한 것이었지만, 곡의 절정 부분이나 기교 부분에 맞춰 움직이는 섬세한 손동작이나 멈추는 동작 등이 정교해서 감탄했다. 사계절을 다룬 곡이었는데, 각 계절에 맞춰 눈을 뿌리거나 분무기로 비를 뿌리는 등 여러 효과를 주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깨알같이 외국인 배우 분이 빗자루로 눈송이를 쓸어내거나 우산으로 비를 막아주는 등의 제스쳐를 함께 해 주어 귀여움이 가미되었다. 


피아니스트.jpg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봤던 에피소드는 한 에스키모의 일상을 표현한 이야기였다. 비록 많은 움직임을 보이는 역동적인 에피소드는 아니었지만, 내게 와 닿는 의미가 컸다. 그 에피소드에서는 처음에 광활한 대자연에서 사냥으로 살아가는 에스키모의 모습이 얼마나 나약한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냥감을 갖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멋진 아빠가 되어 돌아간다. 이 때의 배경음악도 굉장히 좋았지만, 사냥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갈 때 서서히 멀어져가는 모습을 마리오네트로 표현한 것과, 저 멀리서 아득히 들려오는 아빠의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장 마음을 울렸다. 그 웃음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오는 순간 울컥하고야 말았다. 


에스키모.jpg


여기에 쓰인 배경음악이 굉장히 특이했는데, 내가 봤던 러시아 영화 ‘리바이어던’ 의 삽입곡과 굉장히 유사한 스타일이어서 흥미로웠다. 아래는 언급했던 영화 ‘리바이어던’의 삽입곡과 예고편이다. 첫번째 동영상은 삽입곡 전곡으로, 약 4분즈음부터 절정을 맞이한다. 러시아 특유의 휘몰아치는듯한 선율과 투박함이 잘 드러난다. 덧붙이자면 영화도 걸작이다.


     
Leviathan 2014 SoundTrack - Akhnaten / Philip Glass
 


영화 ‘리바이어던’ 트레일러


‘다락에서’ 연극은 모두 체코어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예술에는 정말로 국경도 필요없었다. 몸짓, 억양, 표정과 약간의 센스로 어떤 이야기인지 전부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형이 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스토리도, 소품의 사용도 전부 신선했다. 마치 내가 거인이 되어 인형들의 세계를 엿보는 느낌이 들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이라면 공간이 협소해서 편안히 볼 수 없었다는 것 정도일까. 문 밖으로 나가는 순간까지 인형의 집에 초대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들어갈 땐 어른이었지만, 나올 때는 어린이가 되어 나온 기분이었다. 

마지막 동영상은 재치있는 해골 마리오네트가 선보이는 거리 인형극이다. 







<출처 및 참고자료>







서포터즈3기-김지현님-태그2.png


아트인사이트 

아트인사이트 페이스북


[김지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