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영화로 보는 심리학② -「시계태엽 오렌지」[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26 23:1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영화로 보는 심리학②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한 남자가 있다고 하자. 그는 날씬한 몸이라는 이상을 위해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는 충동, 혹은 운동을 하지 않고 자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한다. 간혹 그 충동을 이기지 못할 때도 있지만 그는 계속해서 날씬한 몸을 위해 노력한다. 이 남자에게 있어 날씬한 몸이라는 이상은 정신분석학에서의 슈퍼에고(초자아)이다. 그리고 충동, 즉 먹고, 자고 싶다는 본능은 이드(원초아)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충동 이기고 노력하는 것, 자신을 통제하는 것을 에고(자아)라 할 수 있겠다. 이 남자는 날씬한 몸이라는 슈퍼에고를 위해 에고를 통해 이드를 억제한다. 그러나 건강한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가끔씩 맛있는 것을 먹어주듯 때로는 이드를 충족시키기도 한다. 어찌 보면 삶의 많은 부분은 무언가를 위해 욕망을 억제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결정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슈퍼에고와 에고, 그리고 이드는 우리의 삶과 의식에 있어서 중요한 존재이다. 또한 건강한 정신을 위해서는 셋의 조화가 필수적이다.


 오늘 다룰 영화는 20세기 최고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A Clockwork Orange)」(1971)이다. 온갖 비행을 저지르는 알렉스, 그리고 이후에 치료당하는 알렉스의 모습은 다분히 충격적이다. 그 비정상적인 모습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이를 정신분석학적 개념과 연관 지어 살펴보고자 한다.


A Clockwork Orange 1971 720p  BDRip H264 AAC-RyDeR (Kingdom-Release) 0000049424ms.png


 주인공 알렉스는 끊임없이 비행을 저지른다. 마약, 강간, 폭행, 살인 등 끔찍한 일들을 하는 알렉스의 행위에는 목적이 없다. 우연히 강간당할 뻔한 여자를 구하지만 그것은 또 다른 폭력을 위한 것이었을 뿐 선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는 도덕도 선악도 없으며 논리적 사고도 작용하지 않는 본능적 에너지, 즉 이드에만 따른다. 다만 그의 본능은 죽음에 대한 본능, 즉 타나토스적인 본능에 주로 집중되어있다. 생의 본능(에로스적 본능)이 사랑과 애타적 행위를 촉진한다면 죽음의 본능은 파괴적 행위나 공격을 이끈다. 즉, 그는 친구건, 전혀 모르는 사람이건 누군가를 공격하고 해를 가하면서 자신의 이드를 충족시킨다.


A Clockwork Orange 1971 720p  BDRip H264 AAC-RyDeR (Kingdom-Release) 0000458681ms.png


 흥미로운 점은 알렉스가 다니는 장소 곳곳에 남성의 성기 모습을 한 아이템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알렉스 일당이 범죄를 저지를 때 착용하는 마스크, 레코드샵에서 만난 소녀들이 먹는 사탕, 알렉스가 살인하는 여인의 집에 있는 예술품 모두 남근을 나타낸다. 뿐만 아니라 알렉스가 키우는 뱀 역시 남성의 성기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한 요소이다. 연속적인 남근의 등장은 알렉스가 분출하는 이드를 연상시킨다.


A Clockwork Orange 1971 720p  BDRip H264 AAC-RyDeR (Kingdom-Release) 0001622780ms.png


 알렉스의 무절제한 행위는 사회적 틀에 의해 제압당한다. 경찰에 체포된 것이다. 이드만이 존재하는 삶은 바람직하지도, 사회적으로 용인되지도 않는다. 그는 교도소에 수감되었지만 전혀 교화되지 않는다. 그는 성경을 보며 싸움과 섹스를 상상한다. 나아진 게 있다면 이러한 상상을 표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 Clockwork Orange 1971 720p  BDRip H264 AAC-RyDeR (Kingdom-Release) 0003356093ms.png


 이러한 그가 완전히 변한 것은 ‘루드비코 치료법’이라는 정부의 시책 때문이다. 이 치료법은 범죄에 대해 공포를 심어주는 세뇌교육을 함으로써 폭력, 강간 등 범죄와 관련된 생각을 할 경우 극심한 고통을 느끼게 만든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연상시키는 이 치료법은 범죄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라는 조건 반사적 결과를 야기한다. 알렉스는 이 ‘루드비코 치료법’에 의해 치료를 받고 사회로 돌아온다.


A Clockwork Orange 1971 720p  BDRip H264 AAC-RyDeR (Kingdom-Release) 0004324903ms.png


 알렉스는 사회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기뻐하지만 사회에서 그는 생각만큼 즐겁게 지내지는 못한다. 그가 쓰던 방에는 다른 누군가가 들어왔으며 그가 아끼던 애완 뱀은 사라졌다. 남근을 상징하던 뱀이 사라졌다는 것에서 그의 이드가 거세당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알렉스는 예전에 폭행한 노인에게 두들겨 맞고 친구들에게 물고문 당한다. 강도짓을 한 작가의 집에 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복수 당한다. 알렉스는 복수를 당할수록 더욱 괴로울 뿐이다. 그 괴로움은 양심의 가책 혹은 후회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알러지 반응 때문이다.


A Clockwork Orange 1971 720p  BDRip H264 AAC-RyDeR (Kingdom-Release) 0007225948ms.png


 거세당했던 그의 폭력성은 정부에 의해 다시 복원된다. 교도소 수감 중 알렉스는 폭력성을 치료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삶은 정상적이었는가? 이전의 삶을 정상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후의 삶 역시 정상과는 거리가 멀다. 치료받은 이후의 삶이 비정상적이었던 것은 이드가 거세당했기 때문이다. 이드는 억압당하고 이를 통제하는 에고만이 존재할 뿐, 알렉스에게는 슈퍼에고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도덕적 관념 혹은 가치 체계가 전혀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통제만을 강요당했기에 비정상적인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결국 이드와 에고, 그리고 슈퍼에고의 부조화가 어그러진 결말을 야기한다.


A Clockwork Orange 1971 720p  BDRip H264 AAC-RyDeR (Kingdom-Release) 0008027981ms.png


 작품 제목인 ‘시계태엽 오렌지’는 알렉스를 연상시킨다. 제목을 자연에서 자라는 오렌지를 시계태엽으로 통제한다는 의미로 볼 때 오렌지는 이드를 좇는 알렉스, 시계태엽은 에고를 강제하는 정부를 떠오르게 한다. 여기에서도 강제당하는 오렌지는 그 방향, 즉 슈퍼에고가 부재한다. 정신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부재 혹은 부조화는 부재하는 것이 어떤 것이건 끔찍한 결말을 야기한다. 마지막, 본능을 회복한 알렉스는 말한다. “난 회복됐어.” 그는 진정 회복된 것인가.

[조은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30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