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렌치 느와르 ‘공포의 보수’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2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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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분위기. 범죄. 스릴러. 폭력. 갱스터. 우울. 고독. 고뇌 …

느와르(Noir)영화를 보기 전 우리는 기대한다.
느와르 영화의 선택에는 일종의 장르적 약속이 담겨있다.
머릿속을 떠돌던 위의 키워드들은 스크린에 시각적으로 재현된다.

'검은'이라는 의미를 지닌 프랑스어 느와르(Noir). 좀 더 정확히 발음하면 누아르.
느와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에 소개된 할리우드 영화들 중에서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B급 영화이자 어두운 분위기의 범죄스릴러물들을 의미한다. 우리에게 느와르 장르의 영화란, 할리우드 갱스터 영화 혹은 장국영과 주윤발이 주연한 홍콩 느와르 <영웅본색>이 익숙할 것이다. 

조금은 생소하기도 한 프랑스 느와르. 시대가 오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과 인간적 성찰을 보여주는 프렌치 느와르 한 편을 준비했다. 잘생긴 이브 몽탕의 얼굴도 맘껏 감상할 수 있다!!!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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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보수> (1953) 
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
출연 이브 몽탕, 안토니오 첸타, 윌리엄 텁스, 피터 반 아이크, 샤를 버넬, 베라 클루조, 폴코 루리
원작 조르주 아르노의 소설 〈공포의 보수〉
• 1953년 칸국제영화제 그랑프리(최고상), 특별언급(샤를 버넬)
• 1953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 1955년 영국 아카데미영화제 작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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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 새로운 삶을 위해 죽음에 가까이 다가가는 그들
도망자, 범법자, 실업자로 가득한 남아메리카의 조그만 섬 라스피에드라스는 미래가 없고 한심한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들은 따분하며 소모적인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섬 반대편의 유전에서 큰 화재가 발생하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니트로글리세린(엄청난 폭발을 일으켜 주위의 산소를 일시적으로 흡수함으로써 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이 필요하게 된다. 마을에는 미세한 진동에도 폭발하는 니트로글리세린을 섬 끝으로 운반할 사람을 뽑는 전단이 붙는다. 이에 경쟁을 통해 프랑스인 마리오, 이탈리아인 루이지, 늙은 전직 폭력배 프랑스인 죠, 나치 강제수용소를 탈출한 네덜란드인 빔바가 선별된다. 그들의 목숨이 달린 위험한 운반의 보수인 2000달러는 그들이 섬을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희망인 것이다. 
니트로글리세린을 운반하는 도중에 그들은 비포장도로를 달려야만 하거나, 위험천만한 절벽에서 차를 돌려야만 하고, 길을 막은 큰 바위와 조우하거나, 석유로 가득 찬 깊은 웅덩이를 지나야하는 등의 위기에 계속해서 봉착하게 된다. 그들은 이러한 위기들을 힘을 합쳐 이겨나가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그들이 고난을 이겨나갈수록, 왠지 모르게 그들은 영웅적이기보다는 더욱 비참해 보인다. 결국 빔바와 루이지는 니트로글리세린의 폭발로 죽게 되고, 죠 또한 트럭바퀴에 다리가 부러져 살이 썩는 고통을 느끼며 죽게 된다. 가까스로 유전에 도착해 니트로글리세린을 운반한 마리오는 영웅대접을 받으며 영화의 제목이 의미하는 공포의 보수를 손에 쥔 체 신나게 트럭을 몰며 마을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마을로 돌아가는 도중 트럭의 추락으로 절벽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프랑스의 히치콕이 만든 프랑스 느와르 – 서스펜스와 허무주의
프랑스의 히치콕이라 불리는 앙리 조르주 클루조는 스릴러 장르의 컨벤션과 같은 빠른 템포와 피의 등장 없이도 극을 긴장감 있게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공포의 보수>에서 영화의 3분의 1을 극 중 인물의 캐릭터 묘사와 구축에 할애하고 있다. 이는 극을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도 있지만, 그의 이러한 섬세한 캐릭터 묘사는 이어지는 각 인물들이 겪는 위기에 관객들의 큰 연민과 더욱 강한 공포감을 실어줄 수 있었다. 또한, 니트로글리세린이 예민한 액체로써 작은 진동에도 강하게 폭발할 수 있다는 전제는 관객들로 하여금 엄청난 두려움을 심어주어 피 없이도 충분히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었다.
클루조는 영상에서 클로즈업 쇼트컷(바위가 폭발하는 장면에서 등장인물들의 긴장한 손짓 표현 - 성냥통을 두드린다던지, 담배 잎을 씹는다던지)을 사용하여 관객들의 긴장감을 조성하기도 했다.
긴장되는 위기의 장면들이 연달아 이어지는 내러티브는 서스펜스의 남용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영화 <연가시>의 김명민이 계속해서 치료제인 윈다졸을 놓치는 장면들은 관객들을 화나게 했다...), 클루조는 허무주의라는 주제의식을 프랑스 느와르를 통해 강하게 표현했다. 죠가 죽음을 향해 달려갈 때의 표정은 삶에 대한 허무를 이야기 하는 듯 했고, 죠와 마리오가 고향의 담장너머에는 결국 아무것도 없었다고 대화하는 장면은 마치 마리오의 허무한 죽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또한 그의 죽음은 언제 니트로글리세린이 폭발할지 두려움에 떨며 운반하던 일촉즉발의 상황보다, 방심했을 때 진정한 위험이 찾아온다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마리오의 이러한 죽음의 상황은 프랑스 느와르와 미국할리우드 느와르를 강하게 구별 지어 준다. 삶에 대한 섬세한 성찰력이 돋보이는 주제인 것이다. 

반미주의와 자본의 늪
<공포의 보수>는 반미주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는 몇몇 장면이 편집된 체 상영되었다. 영화 속의 은유적인 표현들은 2차세계대전 이후 당시의 유럽과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게서 느끼는 감정과 맞아떨어진다. 그 당시 미국은 2차세계대전의 승리로 인해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었다. 극 중의 정유회사는 미국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해 볼 수가 있다. 정유회사는 자신들의 부주의로 일어난 일을 자본의 힘을 통하여 가난하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이들에게 위험한 일을 떠넘기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살기 위해 목숨을 건 이 일이라도 해야 한다. 자존심이 자본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석유에 빠져 허우적대는 죠와 마리오의 모습은 마치 자본의 늪에 빠진 인간들의 모습을 비유하는 듯하다. 
감독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힘 있는 나라들의 제국주의 적인 행동과 자본의 힘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가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비판하고 싶었던 것이다.

영화 <공포의 보수>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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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네이버 지식백과 시사상식사전
[신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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