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로 보는 문학 : 메타포로 보는 세상-「일 포스티노」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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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보는 문학 : 메타포로 보는 세상
-「일 포스티노(Il Postino)」(1994)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 시가 나를 찾아온 것은.

모른다. 그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난 모른다.

겨울에서 왔는지, 강에서 왔는지

어떻게, 언제 왔는지 난 모른다.

아니, 그건 목소리가 아니었다.

언어도 아니었고, 침묵도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헤매고 다닌 길거리에서였다.

밤의 가지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격렬히 타오르는 불꽃들 사이에서,

혹은 귀로길에서,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건드렸다.

(중략)


칠레의 국민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POETRY)’ 중 일부이다. 시가 어떻게 시인에게 왔는지에 대해 말하는 이 시는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1994)와 닮아있다. 시와 은유를 예찬하는 영화를 통해 시 혹은 언어예술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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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다룰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1994)는 위 시를 지은 네루다를 만나 변화하는, 이탈리아 변두리 섬에 사는 평범했던 우편배달부의 이야기이다.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칠레정부의 탄압에 의해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망명해온다. 네루다의 팬들이 보내는 편지로 인해 우편물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이에 평범한 어부의 아들이었던 마리오는 우편배달부로 채용된다. 마리오는 아름다운 여인 베아트리체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을 말하기 위해 마리오는 네루다의 도움을 받아 시를 쓰고, 은유에 대해 알아간다. 이를 통해 평범한 우편배달부였던 마리오는 삶에 전환점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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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오가 삶에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것이 그가 위대한 시인으로 발돋움했다는 뜻은 아니다. 네루다가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물었을 때, 사랑하는 여인의 이름 말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마리오는 점차 파도, 바람, 그물, 종, 별, 태동 등 마을의 모든 부분에서 그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마리오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발견한다. 은유에 의해 평범하고 조그맣던 섬은 아름다운 섬이 된다. 마리오는 은유를 알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세상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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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물에 대한 시각은 사람에 대한 시각, 더 나아가 사상에 대한 시각에까지 이른다. 마을에 수도가 설치되지 않아 물이 부족할 때 이전의 마리오가 그저 물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은유를 만난 후의 마리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을 비판한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각이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으로 이어진 것이다. 은유와 시는 사랑하는 여인을, 섬을, 그리고 삶을 바라보는 눈을 변화시키고, 삶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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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가 의미 있는 건 현상에 대한 자신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여인이 웃는다고 말하는 것과 여인의 미소가 나비의 날갯짓 같다고 표현하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 여인의 미소를 나비의 날갯짓으로 은유하기 위해서는 그 여인의 미소에 대해 몇 번이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사유는 날갯짓이라는 표현으로 구체화되고, 그 표현은 자신만의 것이기에 의미를 지니게 된다. 가령, 진달래를 보고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연인과의 봄놀이를, 누군가는 화전을, 또 다른 누군가는 초여름을 떠올릴 것이다. 똑같은 현상을 보더라도 떠올리는 것은 다르다는 것을 구체화하는 것이 시의 의미라 할 수 있겠다. 사진을 보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스타그램에서 해쉬태그를 다는 이유는 무엇인가? 특정 모습, 그리고 그 모습을 통해 느낀 바를 그대로,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은유 역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독자적인 시각에서 표현하기에 사용하는 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식을 통해 표현한다는 모순 역시 시가 가지는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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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평범했던 한 사내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는 과정은 시와 문학을 연구해야지만 시와 은유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삶을 넓게 볼 수 있는 눈, 그리고 그에 대한 애정이 있다면, 같은 세상이라도 더 남다른, 자신만의 시각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 그리고 언어예술은 어떻게 우리의 삶과 연결되는가? 「일 포스티노(Il Postino)」(1994)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다.

[조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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