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로미오는 충동적인가? [문학]

글 입력 2015.04.07 23:37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로미오는 충동적인가?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얼마 전에, ‘문제적 남자’ 라는 tvN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게 됐다. 여섯 남자들이 다양한 주제로 자신의 뇌를 섹시하게(?)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인데, 그 날의 주제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로미오는 충동적인가 메인.jpg


바로 ‘로미오는 충동적인가’ 라는 주제였다. 캠브리지에서 입시 문제로 나왔다고 한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과 죽음이 단 5일 안에 이뤄진 일이라는 것이다. 


문제적 남자 1-2일.jpg

문제적 남자 3일.jpg

문제적 남자 4일.jpg

문제적 남자 5일.jpg


아직까지도 비극 로맨스의 대명사로 불리는 ‘로미오와 줄리엣’ 에 이런 함정이 있다니. 놀랠 노 자다. 심지어 로미오는 약 17살, 줄리엣은 약 13살이었다고 하니, 어린애들의 사랑놀음이라고 생각할만 하다. 

패널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대체로 ‘충동적이다’ 라는 의견을 냈다. 아마 기간이 5일이라는 점, 그리고 그들이 아직 10대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과연 로미오는 충동적인가? 

‘충동적’ 이라는 말을 한번 떠올려 보자. 사실 한국에서는 ‘충동적’ 이라는 단어가 환영받는 어감은 아니다. 무계획적이고, 위험부담이 큰 일을 할 때 ‘충동적’ 이라는 단어를 쓰기 때문이다.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것만큼 어른들이 싫어하는 것도 없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로미오와 줄리엣은 뭣도 모르는 어린애들이 사랑 운운하다가 허무하게 죽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는 것보다, ‘그 시대 사람들’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에서는, 각 가문의 명예를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아무리 어려도 가문의 명예를 목숨과 맞바꾸면서까지 지키고자 한다. 가문의 수치는 자신의 수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로미오에게, 줄리엣과의 사랑은 일종의 ‘명예’ 가 아니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가 죽은 줄 알고 자살을 마음먹은 것은, 서로에게 했던 ‘사랑의 약속’ 을 지키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 약속을 깨고 한 명만 살아남는다면, 이것은 영원히 함께 하기로 한 두 사람의 사랑을 더럽히는 일, 즉 그 둘의 고귀한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리비아 핫세 로미오와 줄리엣.jpg


유명한 미국의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을 보면, 이런 ‘명예’에 관한 중요성 인식을 볼 수 있다. 자식이어도 가문의 수치라면 버리고, 명예 회복을 위해 결투를 신청하는 등 명예를 중요시하는 풍조가 잘 드러난다. 어려서부터 이런 명예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즉,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의 사랑을 위해 죽은 것은 당시 사람들에게 ‘충동적’ 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책임감 있다’ 라는 이미지를 심어 줬을 것이다.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을 어떠한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지키는 것이 당시에는 명예스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죽는 장면.jpg


부수적인 이유로는 가문에 대한 명예 회복도 있을 것이다. 자신들로 인해 일어난 가문 간의 불화에 죄스러워하며, 더럽힌 가문의 명예를 죽음으로 갚은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만약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도 그 둘을 받아주는 것이 용인되는 분위기였다면, 자살까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에도, 지금까지도 자살로 명예를 회복하는 일은 많았다. 한국에서도 여인들이 정절을 위해 은장도로 목숨을 끊어 명예를 지키기도 했고, 죄 없는 과부들에게 자살을 하라 강요하며 열녀문으로 가문의 영광을 세우고자 했다. 중동에서는 아직까지도 가문의 명예 운운하면서 약자인 여자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일이 허다하다. 


우리는 소방관이 사람을 구하려고 자신의 목숨을 바친 것을 ‘충동적’ 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사람에게 최고의 가치이자, 최고의 긍지, 최고의 명예가 타인의 목숨을 구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잃었다면 우리는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 사람의 가치를 존중해 줘야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jpg


마찬가지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통한 사랑도 존중받아야 한다. 사랑하는 나이와 기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디 사람의 마음이 이성적이고 계획적이던가. 
우리가 ‘계획적’ 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사실 충동적으로 나온 것이다. 당신이 ‘계획을 세워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다. 어떻게 이 생각을 하게 됐는지 물으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는데 계획표를 차근차근 짜는 것도,계획표를 짜고 지킨 적이 별로 없는 것도 보면 우리의 삶에서 ‘계획적’ 인 것은 없어 보인다.  

주저리주저리 많은 말을 했지만 결론은 이것이다. 
로미오는 ‘충동적’ 인 사람이 아니라 ‘충실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해 충실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것에 대해 충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이 충실함이 ‘죽음’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서 우리는 '충동적'이라고 단순히 치부할 수 없다.

왜 많은 드라마, 소설, 영화에서 금단의 사랑을 다루는지, 왜 헤어질 것처럼 싸우면서 마지막은 아름답게 끝내는지 아는가?
사랑은 충동적일 때 가장 진가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및 출처>

네이버
tvN





서포터즈3기-김지현님-태그2.png


[김지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