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짓된 삶 속 가짜 행복 - 리플리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0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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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기 전날 밤 난 크리스찬 베일이 주연한 아메리칸싸이코를 보았다. 제목답게 '싸이코' 스러운 영화였다. 물론 뜻이 담겨있는 영화지만. 무튼 난 그 영화를 보면서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크리스찬 베일이 피범벅을 한 채 전기톱을 들고 광기스러운 얼굴로 사방을 뛰어다녀도 놀라기만 했을 뿐 힘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 리플리는 한 번에 볼 수가 없어서 끊고 이어보길 반복했다.

[재능 많은 리플리] 라는 원작 소설로 시작하여 1960년 [태양은 가득히] 라는 영화로 맨 처음 제작되고, 99년에 다시 [리플리]란 이름으로 리메이크된 영화. 내가 익히 알고 있었던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것도 이 소설에서 나온 것이었다. 소설 주인공 이름이 사회과학적 용어까지 만들만큼의 저력. 실로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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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 '디키' 그리고 디키의 연인 '마지'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프링스턴대학의 자켓을 빌렸던 것을 계기로 거짓말을 시작해 리플리는 미국 선박 부호인 그린로프의 눈에 든다. 아들을 이태리에서 데리고 와달란 그의 부탁을 받고 리플리는 '디키'를 찾아가게 된다. 동창인 척 다가가 디키와 그  여자친구 '마지' 와 가까워지고 그들과  함께 상류층 문화에 심취하며 그로부터 끊임없는 거짓말로 이어지는 주인공 리플리의 삶을 얘기하고 있다.

리플리는 자꾸 내 마음을 건드렸던 것 같다. 자신보다 잘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닮고 싶은 마음. 그 마음과 욕망이 과도하게 발현되면서 그가 벌이는 수많은 거짓말과 악행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플리처럼 악행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과정은 지니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조차도 그러기 때문에.. 

철자를 잘 몰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편하게 취하고 언제나 삶이 여유로웠던 디키. 가난하고, 초라하고, 어딘가 불안정하여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리플리. 리플리의 그런 모습은 극중 디키와 피터의 어깨에 기대어 옷냄새를 맡는 여러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자칫 리플리는 동성애자라고 생각 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무튼 그런 리플리를 소름끼쳐 하며 무시하는 디키와 그럼에도 매달리는 리플리. 정말 어디서 본 한줄평처럼 주드 로는 맷 데이먼을 징그러워한다. 소름끼친다고 대놓고 면전에서 놀리기 까지 한다. 역할 맡은 두 배우가 너무도 연기를 잘해서 그런 장면이 나올때마다 내가 괜히 민망하고 숨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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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플리는 디키가 되려 그의 반지를 끼고, 그의 색소폰을 챙기고, 옷을 입었지만 될 수 없었다.  디키의 삶을 훔쳤지만 디키는 될 수 없었다. 리플리가 자신을 아예 내려 놓고 , 그의 '피아노' 를 포기할 수 없었듯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자신이 했던 거짓말들이 그의 발목을 잡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또 다시 악행을 저지르는 그 순환 속에서 결국 마지막은 리플리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졌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은 그의 모습은 처량하기까지 했다.  리플리의 대사대로 그는 자신을 잃었다. 결국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는,

 거짓말로 만들어진  순간순간의 삶을 영유할 수 밖에 없다. 영화 시작과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이 소름끼치면서 슬펐는데 마치 리플리의 삶 같았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  
 
거짓말로 이어지는 리플리의 아찔 아슬한 줄타기를 보는 내가 더 힘겨워 했던 영화, 조금은 그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온전히 미워만 할 수는 없었던 영화.    였다.  
[강정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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