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크 발레 감독, 영화 <와일드(Wild), 2014>

글 입력 2015.03.29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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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마크 발레, 와일드(Wild),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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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파스텔톤의 푸른 하늘, 영화 속 주인공 셰릴 역의 리즈 위더스푼의 푸른 체크셔츠와 푸른 배낭이 눈길을 끌었다. 사실 나는 포스터에 혹해 영화를 고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 중 하나였다. 모르는데도 끌리는 것이 있지 않던가. 난 무작정 표를 끊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 사실 나는 포스터에 혹해 영화를 고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 중 하나였다. 모르는데도 끌리는 것이 있지 않던가. 난 무작정 표를 끊고 영화관에 들어갔다.
 
 첫 장면이 셰릴이 산 꼭대기에서 부츠를 벗다가 부츠가 벼랑으로 떨어져 소리치는 것이었는데, 매우 인상깊었다. 부츠를 잃어버리고는 허무하게 앉아, 발이 파아서 신발을 벗는데 발이 피에 젖어 엉망이었다. 셰릴은 하는 수없이 스스로 발톱을 뽑게 된다. 첫 씬부터 자극적이여서 충격이긴 했다. 하지만 그 만큼 힘든 길임을 짧은 시간에 보여주는 매력적인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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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를 따라 PCT를 걷고있는 셰릴.

  
 그러고는 영화는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왜 그녀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 국경에 이르는 트레킹(PCT : Parcific Crest Trail)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부터 그녀의 삶이 보여진다. 술주정뱅이의 아빠, 가난한 가정, 암으로 45세에 돌아가신 엄마. 그녀가 엄마는 내 삶의 중심이라 했기에, 엄마의 죽음은 그녀가 삶의 의미를 잃은 것과 같았다. 마약에, 남편을 두고 바람도 피고, 애도 얻게 되는... 그런데 이런 그녀의 삶이 거북했다기 보다는 불쌍해 보였고 이해가 됐던게, 나 또한 그녀만큼이나 엄마에 대한 의존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셰릴과 같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릴까봐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겁먹곤 한다. 셰릴은 엄마의 죽음 이후 삶의 방향을 잃은 채, 멕시코에서 캐나다까지 이르는 트래킹을 나서게 된다. 그 여행에서 그녀는 그 동안 아팠던 기억, 좋았던 기억, 후회하는 기억 등을 떠올리며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을 거친다. 고통스럽지만 점점 상처를 어루만지는 그녀 자신이 나아질 때마다 그녀는 점점 자신이 생각보다 가치있는 사람으로 깨닫게 되는 것 같아 보였다.
 
 사실 나도 작년 말에 홀로 제주도 여행을 일주일 다녀오면서 셰릴과 같이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 되었다자존감도 낮고, 큰 꿈을 부풀고 온 서울과 대학생활이었지만 이룬 거 하나 없다고 깨닫게 된 쯤이었기에 삶의 회의도 느끼던 참이었다. 그래서 무심결에 떠난 여행에서 정말 셰릴처럼 배낭을 메고 하염없이 혼자 걸으면서 그동안의 좋았던 일, 슬펐던 일, 힘들었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격했던 감정들을 조금씩 걷어내게 되었고, 생각보다 헛되게 시간을 보낸게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눈에 보이는, 그리고 남들에게 내세울만한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삶을 의미있게 보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도 국한된 생각인 것 같다.  나는 내면적인 성숙과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방황했던 시간 마저도 다 소중하고 의미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지막 씬은 눈 때문에 우회해서 가야했던 길에 셰릴이 신들의 다리를 만나게 되고, 다리 위에서 그녀가 미래를 계획하는 것으로 끝난다. 열린 결말이었지만, 그녀가 이 여정을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가서는 20센트 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시작해야하는 시련 속에서 다시 딛고 살아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사실 여행이라는 게 현실 도피로 보일 수도 있고, 소비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여행으로 지친 자신을 치유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활력소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 (영화 속 셰릴도 트래킹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도 의미있는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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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이 쉼터에서 머물 때, 버려야 할 짐들을 살펴봐 주고 있는 숙소 주인 아저씨.
 
셰릴이 쉼터에서 머물 때, 버려야 할 짐들을 살펴봐 주고 있는 숙소 주인 아저씨.
 
 영화에서 내 심장을 쿡쿡 찌른 대사가 있었는데, 셰릴이 노래부르는 엄마에게 뭐 그리 좋은 게 있다고 노래를 부르냐며 묻는 장면이 있다. 아빠는 술주정뱅이로 이혼하고, 집은 무너져가고 가난한데 왜 그리 기쁘냐고. 그 때 엄마가 너와 동생이 있지 않냐며, 그것이 행복이라고 답한다. 나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내가 고생하는 엄마에게 가끔 물을 때면 엄마가 늘 하시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너와 동생을 낳은 것이 가장 성공이고 행복이라고. 엄마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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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릴의 엄마가 셰릴에게 "너와 동생이 있는 것이 행복이다."라 말하는 장면.

 
 정말 보기 잘했다고 생각하는 영화 와일드였다.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과 비슷하게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는 내용이었는데, <꾸뻬씨의 행복여행>과는 다른 방향으로 표현되서 더 색달랐고 가슴에 와닿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더 삶의 고찰을 잘 풀어낸 듯하다. 그리고 여자주인공(리즈 위더스푼)이 정말 작품 속 인물 그 자체로 느껴졌다. 조금이라도 배우거나 연예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꾸미지않고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줘서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지금 잘 살고 있는지 확신이 들지 않거나 지쳐있다면, 이 영화로 트래킹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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