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외로움이라는 괴몰. 시에나, 안녕 시에나

글 입력 2015.03.09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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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괴물.언어
시에나, 안녕 시에나

시에나 안녕 시에나 포스터.jpg



본 공연의 포스터를 보면 약간 오싹한 기분이 든다.
물 같기도 하고 아니같기도 한, 뭔지 모를 정체불명의 액체에 사람 얼굴이 두둥실 떠있는 포스터가 썩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폰트도 그렇다.
유쾌한 부름이 아닌 깨림칙한 흐름이 유독 눈에 띄는 글씨다. 학교를 다니다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안녕’이 결코 아닌 것이 느껴진다.



시에나.jpg


극은 약 90분간 진행됐다.
처음부터 으스스한 BGM이 깔렸다. 공포영화는 죽도록 싫어하는 나였기에 연극 시작부터 어떠한 것이 툭 튀어나올 지 걱정됐다. ‘나 혼자 소리 지르면 어떡하지?’ 다행히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휴..

딸 한 명을 자녀도 둔 채, 환경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어느 한 부부.
이 부부의 특성은 ‘이성적’에 지나칠 정도로 집착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부는 직사각형이 가득 메워진 옷을 입고 있다. 자신들의 모든 감정적인 것을 일정한 ‘틀’ 안에 가두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감성적’인 것을 매우 싫어하며, 오직 이성적인 사고를 통한 판단력 등 만을 중요시한다.
그들의 동작도 조금은 특이하다. 마치 로봇이 움직이는 듯, 딱딱 끊어지는 느낌의 움직임이 매우 부자연스럽게 다가온다. ‘부드럽고 유하다 = 감성적이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들인가??

이들에게 손님이 찾아온다. ‘시에나’. 그녀도 환경운동가로 활약하는 중이다. 시에나는 부부의 딸을 유독 경계한다. 부부의 딸이 언급하는 괴물 때문일지도 모른다.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이 된다.’

무대 배경은 극 내내 집이다. 하지만 시점은 변한다.
현실이 되기도 하고, 시에나의 기억이 되기도 한다. 혼란을 야기하는 듯 싶으나 극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장치인 것 같다. 작은 변화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가방 꼬옥 잡고 극에 집중했다.

앞서 말한 직사각형이 가득 메워진 옷. 이 옷을 시에나가 입는다. 그리고 기억 속의 상황이 펼쳐진다. 자신이 생각했던 괴물과의 대립. 하지만 그 괴물은 결코 괴물이 아니었다.
바로 ‘언어’가 없었기에 ‘정의’될 수 없던 감정 그 자체였다. ‘외로움’
표현할 수 없었기에, 다루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힌 것이었다. 막상 괴물이라 생각했던 이 정체불명의 감정은 시에나를 위로해준다. 그리고 도와준다.
감정을 표출할 수 있도록.
자신을 꼬옥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잠을 재워주는 부모를 회상하며..

극이 시작되자마자 BGM이 깔릴 때, 영화 ‘스토커’가 생각났다. BGM 자체에서 ‘스토커’ 도입부의 BGM과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은 나 뿐인가?
‘스토커’는 주인공이 ‘자아’를 찾는 하나의 여정을 찾는 과정이라 하면, ‘시에나, 안녕 시에나’는 내면의 ‘자아’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이 된다.’ 이 대사가 읊어지는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문학작품이 하나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카산드라의 거울’
‘카산드라’는 부모님의 하나의 실험체로 유년기를 겪는다. 바로 언어를 전혀 터득하지 않는 것. 문학작품 속 카산드라는 언어가 갖고 있는 연계성에 큰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남들과는 다른 약간 특이한 성질도 같이 띄고 있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

연극이 모두 마친 후, 생각이 약간 복잡해졌다.
극에선 말한다.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은 당신 마음 속 괴물이 된다.’
‘언어를 갖지 못한 감정’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감정을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을 때에 오는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 두려움을 두려움으로 끌고 갈 수도 있겠지만. 뒤집어서 ‘이성’이 아닌 ‘또 다른 감성’으로 이를 극복해내면 어떠한 시너지가 나올까?
극 중 시에나보다 더 한 막연함에 휩싸이는 사람이 될까?
혹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성인군자와 같은 사람이 될까?



공연정보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
- 제12회 대산대학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작 -

공연 기간 : 2015. 03. 04 (수) ~ 03. 27 (금)
공연 시간 : 평일 오후 8시 / 토요일,일요일 오후 4시, 7시 (2회) / 월요일 공연 없음
티켓 가격 : 전석 30,000원
공연 장소 :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공연 문의 : 이범훈 010.2961.2722
주관/주최 : 창작집단 빛과 돌

박민규문화초대문영팀원-태그.jpg
[박민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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