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르조 모란디 : 모란디와의 대화-국립현대미술관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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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안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조르조 모란디 : 모란디와의 대화> 전에 다녀왔다.
사실 이전까지 조르조 모란디라는 화가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지만, 지인의 소개로 우연치 않은 기회를 얻어 보러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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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 – 조르조 모란디
 
조르조 모란디는 이탈리아 태생의 화가로, 평생 볼로냐에서 삶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현실적인 것으로부터 추상적인 감정’ 을 끌어내는 것을 중요시했다. 즉, 지극히 현실적인 사물들의 본질을 살리는 과정을 통해 그것의 추상성을 부각시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는 당시의 이탈리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던 그릇에 페인트를 부어 단순화시킨 후 그것을 보고 그림을 그렸다. 페인트 색을 입기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의 그릇’ 이라는 개념 안에 갇혀 있었던 것을 자유롭게 하고 조형성을 살림으로서 본질과 추상성을 이끌어낸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훌륭하다’, ’섬세하다’ 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기보다는 적막감, 고요함을 연상시켰다. 주로 단순해 보이는 사물들을 은은한 톤으로 표현하였고, 충분히 화려하게 그릴 수 있는 풍경화조차 소박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화풍만이 전달하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었고,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눈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전시회는 크게 ‘그릇 정물, 조개 껍질, 꽃, 풍경’ 의 4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있었다.
 
 
1. 그릇 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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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 테마 중에서도 그릇 정물화가 제일 많았는데, 주로 병이나 그릇으로 보이는 것들을 4~6개 정도 나열한 후 보고 그린 작품들이었고, 색상은 주로 자극적인 원색이 아닌 은은한 파스텔톤이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가 작품에 사용한 그릇들은 페인트로 색이 입혀진 후 그림으로 옮겨졌고, 그 그릇들은 전시장 한 편에 전시되어 있었다.
 
 
2. 조개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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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병 위주의 정물화를 그리는 데 주력하다가, 세계 대전을 겪으며 조개 껍질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정물화에서는 단순한 선의 묘사가 주된 특징이었다면, 조개 껍질 그림에서는 이전보다 더 섬세한 곡선의 표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조개껍질에는 모두 3가지 의미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파편’, ‘세상과의 단절’,그리고 ‘생명이 사라진 후의 흔적’이다. 그는 조개껍질을 전쟁 중 찾아볼 수 있었던 파편에 비유했으며, 조개가 껍질 안에 숨듯 당시의 험난한 전쟁 상황을 피해 혼자만의 세계에 숨고 싶다는 의미에서 세상과의 단절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였다. 또한 더 이상 그 안에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빈 껍질은, 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참담한 흔적과 비슷한 이미지를 표현하기도 한다. 조개 껍질 하나에 다양한 의미를 부여한 모란디의 창의력에 감탄했다.
 
 
 
3.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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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그림 역시 화려한 느낌보다는 절제되고 쓸쓸한 느낌을 준다. 꽃의 색깔도 탁하고 어두워 보인다. 이렇듯 조르조 모란디가 그린 꽃은 일반적인 꽃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생화가 아닌 조화 또는 말라 죽어가는 꽃을 보고 그림을 그렸고, 이를 통해 한 때는 아름답지만 곧 저물어버리기 마련인 삶의 유한함과 허무함을 표현하고자 했다.
 
 
4.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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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화 역시 마치 의도한 듯이 단순하다. 풍경화는 충분히 수많은 소재들을 담아 화려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모란디는 풍경화도 실외에 나가서 그리는 것보다, 집 안에서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그리는 것을 선호했다고 했다. 그래서 그림의 구도도 독특하고 단순하며, 그림 속에서 사람을 찾아볼 수 없어 역시 적막한 느낌이 들었다. 건물들 사이에 나타난 그림자를 눈에 띄게 잘 표현한 것이 인상깊었다.
 
 

 
감탄사를 절로 자아내는 화려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접하게 되었던 모란디의 작품들도 신선했다. 사물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표현하고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고자 한 태도가 인상깊게 다가왔다. 모험을 무릅쓰지 않고 한 곳에서 평생 미술 활동을 하고, 집 안에서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하고 싶어했다는 그의 성격으로부터 동질감도 느꼈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서 받았던 안정되고 고요한 느낌이 너무나 포근했다. 집에 하나 걸어놓고 마음이 복잡해질 때마다 보면 영혼이 정화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조르조 모란디 전시회는 ‘그림은 무조건 그 색상이나 화풍이 화려해야만 아름다울 수 있다’ 는 나의 편견을 시원하게 깨트려 주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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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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