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하나의 끝은 새로운 시작. 롤라 런 Lola Rennt 1998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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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 런 Lola Rennt 1998
감독: 톰 티크베어 Tom Tykwer
출연: 프란카 포텐테, 모리츠 블라이브트로이

가끔씩 실수로 인해 원치 않는 결과를 얻었을 때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영화 '롤라 런(Lola Rennt, 1998)은 이러한 우리가 던지는 삶의 질문에 대해서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는 탐험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탐험의 끝은 처음으로 돌아가 그 시작을 알려줄 것이다.'
-T.S. 엘리엇

'게임의 끝은 곧 게임의 시작이다.' 
-S. 허버거

영화는 이 끝과 시작에 관한 문구와 함께 마치 게임을 시작하듯이, 영화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는 살아가면서 끝없는 질문에 답을 구하고 그 답은 새로운 질문을 창출한다.'고 말하면서 역시 시작과 끝, 답과 질문에 관해서 언급한다. 

'엉켜버린 실을 풀 수 있다면',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답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롤라 런'은 한 번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 결과를 바꿀 수 있다는 가정을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번 지나가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라는 우리의 삶을 뒤집어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1. 영화의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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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는 자신의 애인 마니와 약속장소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서로 엇갈려버린다. 이상하게도 그 날 따라 일이 계속 꼬여버린 것이다. 롤라는 누군가 자신의 스쿠터를 훔쳐가고 택시기사가 길을 잘못 들어서 마니와 만날 수 없었다고 말한다. 마니는 롤라를 기다리다가 결국 지하철을 타게 된다. 그러다가 검표원의 눈을 피해 지하철에서 내리다가 보스에게 전해야할 돈가방을 잃어버리고 만다. 마니는 지하철에 탔을 때 한 부랑자를 발견했고, 분명 부랑자가 돈가방을 가져갔다고 확신한다. 20분 안에 잃어버린 10만 마르크를 구해야 하는 상황. 마니는 20분 안에 롤라가 오지 않으면 마트에서 돈을 훔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단지 운이 좋지 않았던 사건이 실타래를 단단히 엉켜버린 것처럼 더 큰 사건을 만들게 된 것이다. 롤라는 10만 마르크를 아버지가 일하는 은행에 가서 빌리려고 한다. 그러다가 아버지로부터 자신이 아버지의 친딸이 아니라는 소리를 듣고, 결국 돈을 구하지 못한 채 마니에게로 간다. 마니는 롤라가 20분 안에 오지 않자 결국 총을 꺼내들고 마트로 향한다. 롤라가 도착했을 때, 물은 이미 엎질러지고 만 상황이었다. 결국 롤라는 마니를 도와 마트에서 돈을 훔쳐서 달아나려고 한다. 하지만 경찰에게 포위되고 롤라는 총에 맞고 쓰러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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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이렇게 끝이 날까? 아니다. 롤라가 죽는 결말은 다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롤라는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답을 구하기 위하여. 

결국 세 번째로 마니에게 달려갈 때, 롤라는 그 전에 아파트 복도에서 마주친 개와 개의 주인으로부터 공격 받았을 때와는 다르게 오히려 개를 위협하는 행동을 보인다. 첫 시작부터 다르게 이야기가 진행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또한 롤라는 아버지의 직장동료 마이어의 차에 부딪칠 뻔하다가 롤라를 알아본 마이어와 인사를 주고 받는다. 덕분에 마이어는 지나가던 차와 부딪치지 않게 된다. 그로 인해 아버지는 무사히 은행 앞에 도착한 마이어를 만나기 위해 자리를 비우고, 롤라는 아버지를 만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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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자 롤라는 카지노에 발을 들이고 놀랍게도 10만 마르크를 딴다. 게다가 마니는 부랑자를 발견해 돈을 찾게 된다. 

2. 시작과 끝에 대한 메시지

영화는 이러한 시작과 끝, 원인과 결과에 대한 철학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듯하다. 전체적으로는 롤라와 마니의 이야기가 어떤 결말을 지을 것인지 다루지만, 영화 속에서 롤라가 10만 마르크를 구해서 마니를 만나러가기까지 지나쳤던 사람들의 미래의 모습까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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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라와 부딪친 일을 시작으로 아이를 빼앗기고 다시 아이를 몰래 데려오는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 몇 개의 컷으로 펼쳐진다. 또한 아버지의 은행에서 일하는 여성이 자살하는 미래의 모습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전혀 관계가 없어보이는 어떤 사건이 그 다음에 일어날 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힌트를 주는 장면처럼 여겨진다. 이는 마치 '나비효과'의 메시지와도 비슷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롤라가 스쿠터를 잃어버리고 마니와 길이 엇갈리면서부터 일이 꼬여버린 것을 보면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다. 영화 속에서는 시간을 되돌려서 서로 다른 결말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러한 하나의 작은 사건과 다른 사건의 인과관계를 끊임 없이 보여주면서 한 번 지나가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해서 더욱 깊고 섬세한 시각을 요구하는 것 같다. 영화에서 말하는 우리의 삶은 찰나의 순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생, 영원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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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슬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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