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환상세계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쿠쉬전

글 입력 2015.02.0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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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쿠쉬전 (2015.01.19).jpg


이동진 평론가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 <빅 피쉬(2003>에 대해 이렇게 평했습니다.

“‘왜 판타지인가에 대해 팀 버튼은 이렇게 답한다.”

<빅 피쉬>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아름답고 환상적인 모험담으로 바꾸어 이야기하는 아버지에 대한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팀 버튼이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아름다운 상상력에 감탄하는 한편 아버지와 아들이 소통해가는 과정에서 오는 감동 또한 묵직하게 전해집니다.

 

지난달 31(토요일), 아트인사이트의 문화 초대로 <블라디미르 쿠쉬 전>에 다녀왔습니다. 170여 점의 환상적인 쿠쉬의 작품들과 만났을 때의 느낌은 영화 <빅 피쉬>를 볼 때의 감동과 같았습니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일상의 기억들이 유쾌한 상상력이 더해져서 다른 차원의 일상, 환상의 세계로 변화하는 감동은 여운이 길게 남았습니다. 한국에 최초로 공개되는 이번 쿠쉬 전은 따라서 ‘“왜 판타지인가에 대한 쿠쉬의 답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무의식, 욕망, 그리고 환상의 세 가지 테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쿠쉬가 만들어낸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며, 무의식 테마가 다음과 같은 소개말로 그 시작을 알립니다.

 

인간은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고 표현한다. 동시에 생각의 흐름은 무의식적으로 진행되기도 하는데 그 무의식의 진행이 회화로 표현될 때 그것은 또다시 의식적인 행위로 이루어진다. 어린 왕자의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의 실루엣을 처음 본 사람은 그것이 모자라고 생각한다. 사물을 관찰하고 무의식의 흐름에 집중하는 쿠쉬의 작품에서 작가의 정치적 상황과 현실의 반증을 비추어 볼 수 있다.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표현으로 더욱 풍부한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초현실주의 이념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한다.

 

무의식 테마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진행된 생각의 흐름이 드러나는 쿠쉬의 작품들을 보면서 쿠쉬의 세계로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집스레 가지고 있었던 일상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며 무의식 테마의 작품들은 관객들을 쿠쉬의 세계로 끌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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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선글라스>

무의식 테마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잃어버린 선글라스)>였습니다. 모든 형태는 사라지고, 오직 눈만 남아 선글라스에 갇혀 있는 장면을 보면서 어딘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체셔 고양이가 생각났는데, 작가가 체셔 고양이에 영향을 받아 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무의식 테마에서 관객은 이상한 나라에서 체셔 고양이를 만난 앨리스처럼 알쏭달쏭한 새로운 세계로 끌려들어가게 됩니다.

 


 

무의식 테마에서 쿠쉬의 세계에 들어설 준비를 마쳤다면, 두 번째 테마인 욕망이 시작됩니다. 욕망 테마에서는 다음과 같은 소개말과 함께 한층 더 짙고 아름다운 상상력을 만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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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별의 키스>

입술로 오버랩된 일몰과 연인을 표현한 작별의 키스는 인간의 욕망의 대한 문학적인 해석의 표현으로 평가받는 쿠쉬의 대표작으로 작가는 우리가 사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스피노자는 욕망을 인간의 현실로 규정한다. 여기서 욕망이란 자기보존의 힘은 충동이라 명명한다. 자기를 보존하려는 이러한 힘은 코나투스(conatus)라고 한다. 코나투스는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존재의 현실적 본질을 말한다. 본 테마-욕망에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말하기 위해 우리 이면의 모습들을 블라드미르 쿠쉬의 회화에서 그려진 모습으로 찾아볼 수 있다.

 

소개말에서도 언급된 작품 작별의 키스)>는 그 분위기에 매료되어 한동안 그 작품 앞을 떠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노을을 품은 구름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밖에 없으나, 그에 입술의 형태를 더한 쿠쉬의 상상력에는 온 마음을 빼앗겨버릴 정도였습니다. 욕망 테마에서는 <작별의 키스> 외에도 <붉은 지갑> 등의 매혹적인 작품들과, <바늘의 눈>, <에덴의 호두>와 같은 신화적인 상상력을 담은 그림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욕망 테마에서 매혹적인 시간을 보낸 후엔 쿠쉬의 상상력의 절정을 볼 수 있는 환상 테마가 펼쳐집니다. 환상 테마에서도 역시 소개말로 관객들에게 환상 세계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환상은 쿠쉬 작품세계의 가장 중요하게 전반적으로 보이는 주제이다. ‘바운티선박을 모티브로 한 플라워 선박의 입항과 같은 동화적인 쿠쉬의 대표작들과 작가의 상상력의 결정체인 오브제 조각들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주변의 일상적인 소재에서 컬러풀하고 무한한 상상력으로 환상적인 세계를 만들어내는 작가 쿠쉬의 위트 있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그려진 작품들은 일상적인 라이프에 무뎌진 감각을 유쾌하게 깨워줄 미적 경험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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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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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라워선박의 입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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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저편>


환상 테마에서는 모든 작품들에서 기발한 상상력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의 포스터에 대표작으로 실린 바람)>에서는 어딘지 쓸쓸한 푸른색 상상력이 느껴집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카리브 해안의 타히티로 향하는 바운티 선박(Bounty)’을 모티브로 하였다는 플라워 선박의 입항)>에서는 힘차게 피어오른 꽃송이에서 환희의 감정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무저편)>에서는 거대하게 존재하는 사슴과 숲의 입구에 있는 사냥꾼이 대비되어 위대한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잔인성을 부각하여 자연과 생명의 존엄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의식-욕망-환상으로 이어지는 전시 사이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삽화 같은 드로잉 작품들과 이상한 나라에 있는 소품과 같은 조각 작품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전시실 한 켠에 자리한 작가의 방역시 놓칠 수 없는 재미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러시아 문학 이론가 슈클로프스키는 낯설게 하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문학의 목적이 대상을 친숙하지 않게 만들고, 형태를 난해하게 만들고, 지각과정을 더 곤란하고 길어지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쿠쉬의 작품은 우리가 지나쳐왔던 일상의 세계를 낯설게 제시하여 친숙하고 단순했던 것들이 친숙하지 않고, 난해한 형태로 뒤바뀌며, 그를 통해 이상한 나라로 뚝 떨어진 앨리스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20151월의 마지막 날 쿠쉬가 만든 환상세계로 떠났던 여행은 잊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전시 제목: 환상세계로의 초대 블라디미르 쿠쉬 (World of fantasy Vladimir Kush)

전시 기간: 2014.12.23() ~ 2015.4.5()

참여 작가: 블라디미르 쿠쉬 (Vladimir Kush)

장 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2

관람문의: 02-784-2117

[유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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