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내 1세대 패션포토그래퍼 '남현범'의 이야기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2.05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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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을 전공하지 않았다. 사진에 대해서 공부한 적이 없다.

호기심만으로 밀라노 패션위크로 향했고,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갔다.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을 올렸고 해외 잡지사들과 사람들은 그의 사진에 거짓말처럼 열광하기 시작했다.

잡지사에서 일한 적도 없거니와 가족 누구도 패션과 관련 있지 않았다.

이건 국내 1세대 포토그래퍼 남현범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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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스물다섯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인생이 컴퓨터와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전공과 맞지 않는 다른 어느 대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는 관찰을 했다. 

 평소 관심이 있었던 패션이나 사진에 대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였고, 우연히 밀라노 패션 위크를 알고 나서부터 대체 그 곳엔 어느 멋진 사람들이 있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궁금해 했다. 

 그래서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밀라노로 향했고 그의 사진에는 그들의 멋진 순간들이 가득 담겼다. 

 물론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었기에 다른 스트릿 포토그래퍼와는 분위기가 매우 다른 사진들이 많았다. 

 그의 사진들 중에서 인물이나 패션만이 집중된 사진보다는 엉뚱한 상황들, 북적거리는 분위기를 담는 것들을 찍었다. 그는 순간을 잡아내는 상황에 대해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다고 한다. 

 아마 그것이 ‘남현범’을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로 만든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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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내가 대학교에 들어와 처음으로 본 스트릿패션의 사진이 남현범 포토그래퍼의 사진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전에 스트릿패션의 사진을 접해본 적이 없었기에 모든 스트릿패션의 사진들은 남현범 작가의 사진처럼 상황과 환경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인 줄 알았다. 

 내가 남현범 작가의 사진만 보고도 스트릿패션 사진의 특징을 단정 지어버렸다는 건 그만큼 사진만의 특성이 눈에 확실히 들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럼 그는 왜 패션과 인물이 중심이 아닌 그들의 상황과 환경에 집중했을까?

 


“한 발짝 뒤로 물러가 큰 그림을 봐야 해요. 그래야만 다른 포토그래퍼가 놓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그는 아마 처음부터 다른 포토그래퍼들이 놓친 것만을 찍을 생각으로 사진을 찍진 않았을 것이다. 

순간에 담아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던 그는 분명 다른 포토그래퍼와 달리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기가 쉬웠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보다도 큰 그림을 빠르고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었고 그 이유에서 그들의 상황과 환경에 더욱 집중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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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그는 한국에서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다. 

 엉뚱한 스트릿 패션 사진들을 모은 만큼 전시회 이름도 ‘Unique Street’이다. 

 패션사진만큼 패셔너블한 사진도 있고, 역동적인 순간을 기록한 사진, 위트 있는 사진들이 가득하다. 

 패션위크에서 찍은 사진인 만큼 그의 사진엔 세계 유명 인사들이 있고,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와 에디터들도 있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 사진을 찍고 있는 포토그래퍼들의 모습까지 담아내 사진만 보더라도 내가 현장에 있는듯한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지금은 국내 스트릿 포토그래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자리 잡은 사람들도 많이 존재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은 거의 불모지 같은 시장이었다. 

 그 속에서 해외파 포토그래퍼가 아닌, 심지어 한국에서조차 사진과 패션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1세대 포토그래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남들보다 다른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담아냈다는 점이 가장 컸을 것이다. 

 배우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누구보다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분명했기에 사진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에 가장 적합한 성격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마디로 말해 그의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특별한 모든 시선이 사진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의 사진엔 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었다. 

 나는 단순히 사진이 사진으로만 끝나는 1차적 컨텐츠가 아닌 이야기로 풀어나간 2차적 컨텐츠로 만든 남현범 작가의 감각을 매우 칭찬하고 싶다. 또한 스트릿패션 포토그래퍼로써 전시회도 열고, 책도 출간했기에 그의 이야기 있는 사진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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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벽함을 보여주는 런웨이와는 다르게 스트릿은 완벽할 필요도 없고, 

 모든 것이 한 장소에 섞여 있는 자연스러운 곳이다. 

 아름답게 옷을 입고 거리를 거니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바라보는 어리둥절한 표정, 

 놀러거나 부러워하는 표정 그리고 주변의 아름답거나 생소한 배경, 엉뚱한 상황, 

 이 모든 이야기가 공존하고 조화되기 때문에 그 모습이 아름답고 공감이 되는 것이다.’ 라고 

 말한 그처럼 우리도 짜여진 틀에 맞추어 나가기 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사람들의 공감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또 한번의 새로운 1세대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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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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