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까울수록 더 멀리 존재하는 것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1.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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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울수록 더 멀리 존재하는 것
영화 박쥐를 통해본 인간의 욕망


작년에 어떤 연극을 보다가 ‘가까울수록 더 먼 곳에 존재한다.’ 라는 등장인물의 대사가 인상 깊게 남았던 적이 있다. 이것은 당장 옆에 있는 사람이 반대로 생각하면 지구 한 바퀴를 돌아야 만날 수 있는, 가장 먼 곳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다. 후에 박찬욱 감독의 박쥐를 보면서 약간은 모순된 것 같은 위의 대사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했던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박쥐는 테레즈라캥이라는 에밀졸라의 소설, 그리고 찰리스트레인의 영화를 각색한 작품으로 2009년에 개봉하였다. 주요 등장인물은 상현, 태주, 강우, 그리고 라여사로 이는 원작과도 같은 인물관계가 보여진다. 욕망이라는 키워드 아래에 영화가 서사된다.


라캉에 이론에 의하면 세계는 실재, 상징계, 상상계로 나누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징계에 속하여 살아간다. 욕망은 상징계적 작용에 해당하고, 애초에 원초적 욕망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욕망할까? 그것은 ‘금지’라는 제한 때문이다. 금지가 짙게 깔리면 더 욕망이 심해지고, 은밀함이 생겨난다. 이에 반해 사랑은 상상계에 해당하고 충동은 실재에 해당한다.


이 이론에 맞추어 등장인물들을 분석하여 본다면, 상현은 충분히 참을 수 있는 상징계적인 성적욕망과 실재에 해당하는 피를 갈구하는 모습이 보여진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지만 결국 그는 금지라는 매력적인 제한에 말려들어 “모든 쾌락을 갈구합니다.” 라고 말하며 친구의 아내와 일을 치룬다. 이 일을 발단으로 금지된 관계 속에서 사랑 혹은 일탈을 해나가다가 결국 그들은 강우를 살인하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린다. 그렇게 강우만 사라지면 더 자유로이 서로를 갈구하고 사랑해나갈 줄 알았지만 강우와 수십년을 함께산 태주, 그리고 성직자로서 최소한의 본분은 지켜나가려고 했던 하지만 실패한 상현은 금지의 탈출에서 상징계적 삶을 의미가 희미해져 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뱀파이어가 된 태주는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초능력적인 힘을 이용해 자신이 하고 싶은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며 실재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태주의 망가지는 모습을 보다 못한 상현은 결국 동반자살을 계획하고 그렇게 둘은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 아래에서 잿더미가 되어 사라진다.


이와 같이 태주와 상현은 사랑이라는 상상계적 사고에 갇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감행하였지만, 결국 제한되어있던 금지가 풀려나며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나 마음은 가장 먼곳에 존재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 작품을 통해 가장 아름답고, 숭고한 감정인 사랑이라는 일시적인 현상에 앞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작품을 통해 이런 인간들의 원초적이고 달리보면 추할수도 있는 본능적인 실재모습을 극단적이지만 차가운 시선으로 또 동시에 동정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욕망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고, 어디서부터 금지되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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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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