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나는 나야, 동정따윈 필요없어! 라카지! [공연예술]

글 입력 2015.01.1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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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카지 포스터 시놉시스.jpg



공연일자 : 2014년 12월 9일(화) ~ 2015년 3월 8일(일)
공연시간 : 화~금 8시 / 토 3시, 7시 30분 / 일, 공휴일 2시, 6시 30분
           (월요일 공연 없음 / 12월24일, 31일 3시공연 있음)
러닝타임 : 2시간 40분 (인터미션 15분 포함) 예정
티켓가격 : VIP 130,000, R석 110,000, S석 80,000, A석 60,000
출연 : * 앨빈 : 정성화,김다현,이지훈 / *조지 : 남경주, 고영빈 / * 딩동 : 송승환 / * 마담딩동 : 이경미, 전수경
       * 자클린 : 최정원, 유나영 / *자코브 : 김호영, 유승엽 / * 장미셀 : 정원영, 서경수 
       * 안느 : 허혜리, 최현지 / * 프란시스 : 김주일
제작 : 공동제작 : ㈜악어컴퍼니, CJ E&M, ㈜PMC PRODUCTION
주최 : SBS
문의 : 홍보마케팅 : ㈜랑 1666-8662
등급 : 만 7세 이상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며칠 전, 갑작스럽게 뮤지컬 ‘라카지’ 의 표가 손에 들어왔다. 지하철 광고판에서 보이던 저 화려한 뮤지컬이 바로 이거였구나, 하고 그때서야 알았다. 분명 남자인 것 같은데 치장으로 봐서는 여자고….대체 무슨 내용일지 궁금해하던 차에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와 얼씨구나 하고 보러갔다.

뮤지컬 ‘라 카지’는 드랙 쇼 전문 카바레 ‘라 카지 오 폴’ 클럽을 운영하는 조지와, 클럽의 전설적인 디바 ‘자자’이자 그의 아내인 앨빈, 그리고 젊은 시절의 조지가 시빌이라는 여자와의 하룻밤 불장난으로 낳은 아들 장 미셀이 그리는 가족 드라마다. 

1983년 8월 21일 ‘라 카지 오 폴’이 처음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을 때의 파동은 상상을 초월했다. 이 작품이 초연되던 당시 미국은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동성애에 대한 막연한 혐오감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198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남성 동성애자들에 의해 공식 출현한 에이즈는 이후 미국에서만 200명이 넘는 젊은 동성애자 청년들을 쓰러뜨렸다. 초기 에이즈 감염자가 모두 동성애자였던 탓에 ‘동성애자=에이즈 전파자’라는 잘못된 편견으로 인해 동성애자들에 대한 차별과 기피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고 있던 동성애 소재를 과감히 무대 위로 끌어올린 ‘라 카지 오 폴’은 토니상 작품상을 세 차례나 받은 유일한 뮤지컬이자,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동성애자 커플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기도 하다.


라 카지 원작 포스터.jpg

미국 라카지 앨빈 조지.jpg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한국에서 이 뮤지컬이 무대에 올랐다는 것은 굉장히 혁신적인 일이다. 유교 국가임과 동시에 기독교와 천주교인이 많은 한국은 동성애에 보수적일 이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무대에서 동성애 코드 뮤지컬은 꾸준히  개막해왔다. 2012년, 가질 수 없는 것을 꿈꾼 신라 남자기생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풍월주’가 그 첫 물꼬를 텄다. 곧 두 여자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콩칠팔새삼륙’이 개막했다. 그리고 특별한 성 정체성을 가진 게이부부 가족을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 바로 ‘라카지’가 나왔다. 이 때 한국 초연으로 한국뮤지컬대상 4관왕을 석권하여 흥행을 기록하면서 뮤지컬계에 퀴어 코드를 확산시켰다. 이후로 트랜스젠더 락커 ‘헤드윅’의 이야기를 그린 뮤지컬 ‘헤드윅’, 드랙퀸의 요란한 분장 속에 감춰진 진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리실라’와 ‘킹키부츠’ 등 관객들에게 성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무대들이 많이 상연되었다.



풍월주.gif

풍월주


콩칠팔새삼륙.jpg

콩칠팔새삼륙


헤드윅.gif

헤드윅


프리실라.gif

프리실라


킹키부츠.gif

킹키부츠



하지만 예민한 주제인 만큼, 뮤지컬로써 무대에 올릴 때 관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아직까지 동성애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객들의 부담을 염두에 둔 걸까, ‘라 카지’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몇몇 무대 장치에서 이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먼저 제작진은 스토리를 ‘가족애’에 중점을 두었다. 흔히 논란이 되는 ‘동성애’ 에서의 성정체성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다. 이미 앨빈과 조지는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해 뚜렷이 알고 있고, 그것을 딱히 남에게 불편하게 강요하지도, 동성애만의 특별한 사랑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동성애자의 가족 이야기’ 가 아니라 ‘가족 이야기인데 특이하게 주인공이 동성애자’ 라는 느낌이다. 그래서 주인공 앨빈이 부르는 ‘I Am What I Am’을 당당하게 부를 수 있다. 동성애자로서의 애환을 나타내는 노래지만 그 바탕에는 아들에게 ‘진짜 엄마’로 인정받지 못하는 설움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정성화-I Am What I Am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뮤지컬의 분위기는 가볍고 코믹하다. 웃음으로써 부담스러운 주제에 대한 거부감을 완화시킨 것이다. 욕처럼 들리는 영어 대사와 농담, 수다스러운 게이 ‘자코브’의 과장된 몸짓과 부산스러움 등이 그 코믹함의 요소이다. ‘연민따윈 필요 없어’ 라며 도도하게 관객에게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소수자’ 가 아닌 ‘인간’으로서의 당당함을 보여줘 분위기가 심각해지지 않는다. 즉, 동성애자들의 시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편견을 시니컬한 코미디로 그려낸 원작에,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김다현-Mascara


그러나 아예 동성애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장센’ 이 무대에 숨어있다. 그 예로, 무대를 클럽의 메인스테이지와 대기실로 나눠 동성애자의 양면성을 그려냈다. 무대 위에서 화려하고 멋진 모습만 보이는 드랙퀸들이 무대 뒤에서는 힘들다고 투정부린다. 동성애자들이 사람들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기 위해 이처럼 안보이는 곳에서 마음앓이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포스터 자체의 의미도 따져봐야 한다. ‘라 카지 오 폴(La cage auz folles)’은 ‘새장 속의 광대’라는 뜻이다. 이 공연의 명장면인, 새장 속에서 발레를 추는 모습도 이러한 라카지 오 폴의 의미를 살린 것이다. ‘라 카지’의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 무대 소품에 새의 깃털과 새장이 많다. 특히 메인 스테이지의 장식은 공작새 모양이다. 공작새는 수컷이 암컷보다 깃털이 더 화려하다. 하지만 화려한 공작새도 결국 새장 속에 있을 뿐이다. 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세상의 편견을 상징하는 새장 속에서 그들은 행복한 척 춤추고 노래하고 있음을 의미심장하게 드러낸다.


새장무대.JPG
새장을 형상화한 무대


라카지 새장.jpg
새장 속에 갇힌 발레 무용수


라카지 공작새무대.gif
공작을 형상화한 메인 스테이지


‘라 카지 오 폴’은 이처럼 여러가지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놓은 무대였다. 가볍게 보면 코믹 드라마이지만 코믹함 뒤의 어두움을 살짝살짝 숨겨놨다. 동성애자들을 둘러싼 고민들을 너무 미화한 것은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화두를 뮤지컬로 던졌다는 것 자체가 큰 진보라고 생각한다. 먼저 관객들이 이런 주제에 대해 가볍게라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화려한 무대장치와 의상, 가창력 뛰어난 배우들의 노래와 익살스러운 연기만으로도 이 무대를 볼 이유는 충분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언니인지 오빠인지 모를 예쁘장한 배우가 많이 나오니 엉뚱한 사람에게 꽂혀서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조심하라는 것과 어린아이들은 아직 이해를 잘 못할 수도 있으니 데리고 갈 때 재고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만 유의하면 아주 만족스러운 무대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자, 오늘도 무대에 올라가자.




자료 출처

플레이디비
더 뮤지컬
파이낸셜 뉴스 
뉴스컬쳐
세계일보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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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http://www.artinsight.co.kr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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