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예술작품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점 [문화전반]

글 입력 2015.01.1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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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탈리아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평소에 미술관이나 전시회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기에 유럽 국가들 중에서도 화려한 문화 유산을 자랑하고 있다는 이탈리아는 무척 기대 되는 여행지였습니다. 수 많은 국가들 중에서도 하필이면 이탈리아를 선택한 데는 이런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기대에 걸맞게 이탈리아의 도시들은 매우 아름다웠고 동내의 작은 성당에서부터 규모가 큰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가 다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것들을 보러 다니면서 저의 기억에 가장 인상 깊게 남았던 것은 그 어떤 특정한 미술 작품이나 건축물이 아니라 유럽 사람들과 제가 예술 작품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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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입장하기 위한 티켓입니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 3시간을 기다려 표를 샀는데 저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저마다의 생각을 가지고 미술관을 방문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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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미술관의 출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바티칸에도 우피치 미술관 못지 않게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성수기에 비하면 많지 않은 것이라는 가이드님의 말씀을 듣고 매우 놀랐습니다. )


    도시마다 있는 여러 미술관들을 다니면서 작품들도 많이 보았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유럽사람들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을 보면서 저는 그 동안 제가 작품 자체가 주는 위압감에 눌려서 무언가를 느끼고 공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미술관은 공부하는 장소였습니다. 작품의 배경을 공부하고 화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기 위한 공간이었기에 미술관을 좋아하면서도 단순히 즐기기 보다는 모종의 사명감 또는 의무감을 가지고 방문하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제가 목격한 유럽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모든 것을 기억하려고 하기 보다는 같이 간 사람들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더 많은 그림을 보는데 목적을 두기 보다는 즐기는데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반면에 저는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면서 최대한 많은 것을 기억하고, 또 언제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술관의 모든 그림을 보는데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저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서 저는 유럽 사람들이 미술관을 대하는 태도는 보통의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그들이 미술관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또 바닥에 앉아 작품을 따라 그리기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사진 찍는 것을 허용한 미술관이었습니다.) 작품의 사진을 찍거나 바닥에 앉아 작품을 바라보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광경입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그만큼 유럽 국가의 사람들이 예술 작품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편하고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만큼 그쪽 국가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림이나 다른 예술을 편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미술관을 방학 숙제나 견학 장소로 먼저 접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관련된 경험의 대부분이 그랬던 것 같습니다. 물론 작품을 좀 더 잘 느끼고 편하게 대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공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너무 작품을 공부해야 하는 대상과 같이 딱딱하게만 대한다면 그것도 예술을 느끼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본 유럽 사람들을 통해서 저도 앞으로는 미술관을 방문하거나, 또는 다른 예술 작품을 관람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것을 공부해야 할 대상으로 대하거나 혹은 뭔가 의미심장한 것을 느껴야 하는 의무감으로 작품을 대하기 보다는 좀 더 친근하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남정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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