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즐거운 나의 집'은 지금 어디에 머물러 있을까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1.1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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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 종류의 집 속에서 동시에 거주한다.

유년시절을 보냈던 기억의 집, 현재 살고 있는 집, 그리고 살아보고 싶은 꿈속의 집.

이 세 가지가 하나 된 집에 사는 사람은, 인간으로서 참 행복한 사람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집에 머물러 있을까



즐거운 나의 집 포스터.jpg



 나는 우연히 지인분의 SNS에서 전시회 포스터를 보게 되었고, 그림 속 써있던 글귀가 매우 인상 깊어 직접 찾아가서 전시를 관람하였다. 처음에는 집 구경을 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가벼웠다. 살았던 집은 오래되거나 세월의 흔적이 많이 묻어날 것 같았고, 살고 있는 집은 정리가 안된채 어수선한 느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살고 싶은 집은 영화속에서만 나올 법한 엄청난 신세계가 펼쳐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전시회 입구부터 나의 예상이 빗겨나갔다. 집이라는 공간을 아예 처음부터 재구성해 영상에서부터 회화, 설치 미술까지 연출했고, 살았던 집을 살고 싶은 집처럼 표현했다. '살았던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어린 시절을 추억하기에 충분하였다. 아버지가 하나 둘씩 모았을 법한 도자기와 액자, 어머니의 감성을 그릇에서 엿볼 수 있었던 주방, 한번 씻으러 들어갔다가 생각에 잠겨 행복과 우울을 수없이 오가던 화장실까지. 분명 내가 집에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그 곳을 지나갈 때 마다 스쳐 지나갔다. 세심할 정도로 현실적이었고, 추억을 회상하기에 충분하였다. 또한 전체적인 구성도 매우 균형 잡혀있었다. 설치 미술에서 각각의 공간이 주는 감정을 느끼게 해줬다면, 영상에서 나오는 집이라는 공간은 가족들이 함께 또 따로 성장해나가는 곳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었다.


방에 대한 이야기.jpg



  2층에는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전시가 있었다. 살았던 집이 살고 있는 집 같이 매우 현실적이었기에 어떻게 연출했을지 가장 궁금했던 공간이기도 하였다. 그 곳은 전시의 연출 방식이기보다 통계를 통한 정보전달의 방식이 매우 컸다. 물론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취지는 다음과 같았다. '내가 왜 이 곳에 위치해 있는 집에 살게 되었는가', '주거형태와 경제적 소득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되는것인가', '이 집에 대물림 될만한 집인가'. 수많은 좌표와 숫자들을 통해 같이 살 수 있는 가족의 형태까지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이 공간은 집에 대한 역설적 의미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의 집이 현대 사회에 와서 퇴폐적 의미로 바뀌어 모든게 숫자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의 그 어떠한 나라보다도 우리나라에 가장 잘 맞는 현상황이 아닌가. 처음엔 전시회에서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분명 전시회에서도 전달하고 싶었던 메세지가 강력하게 있었을 것. 집을 경제적 가치로만 평가하는 데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려 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확률가족.jpg



 마지막으로 '살고 싶은 집'에 대한 이야기다. 이 곳은 집에 대한 책들과 정보들을 볼 수 있도록 진열해놨고,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의 주거형태, 구성, 복지에 대한 정보도 모아두었다. 생각보다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한 책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누군가에게는 집이 편안한 곳일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피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내가 살고 싶은 집이 편안한 집이 되는 것인지,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독립을 할 수 있는 도피의 공간이 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안타까웠던 사실 하나는 내가 살고 싶은 집은 한국에 없었다는 점이었다. 환경과 주거형태를 논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한 가지 바로 복지.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눈에 띄게 발전한 점도 없었고 현재 상황도 좋지 않아 보였다. 앞으로는 복지까지 잘 이루어진 행복한 주거형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짧은 생각을 가졌다.


살고싶은집.jpg



 집에 대해 깊이 생각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리고 닿는 공간마다 놀라움이 있었던 전시였다. 그래서 이 전시를 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한가지였다. 유년 시절을 보낸 기억의 집, 현재 사는 집, 살아 보고 싶은 꿈 속의 집. 이 세가지가 겹친 곳에 사는 사람은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 내가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은 사라져 흔적 조차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었고, 독립을 해 혼자 살고 싶은 마음에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살아 보고 싶은 꿈 속의 집은 아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즐거운 나의 집'은 어디쯤 머물러 있는 것일까? '살고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집'의 중간일까. 아니면 단순히 '살고 있는 집'에 가만히 있는 것일까. 나는 말하고 싶다. '즐거운 나의 집'은 살고 있는 집도 살고 싶은 집도 아니라 '가족'이라는 것을. 전시회에서 수많은 작품들과 구조들을 보았지만 함께하는 가족이 없었다면 이 공간에 대한 추억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집에서 함께 하는 가족이 있기에 '즐거운 나의 집'은 항상 내 마음 속에 간직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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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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