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에서 참 소통을 느끼다

글 입력 2015.01.0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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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달 전 처음으로 대학로 연극이라는 것을 보았다. 21살이 될 때까지 그것도 안보고 뭐했냐는 말을 들어도 할 수 없다. 어릴 적, 초등학교에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라는 연극을 단체로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당시 어렸던 내가 생각하기에도 연기가 너무 유치했고, 시쳇말로 ‘오글거렸’다. 심지어 ‘저게 뭐냐, 좀 잘 해봐라’ 라고 말한 반 친구 때문에 전체가 혼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대학로 연극의 포스터들도 대부분 자극적인 제목으로, 뻔해보이는 로맨스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자라서도 별로 흥미를 갖지는 못했다. 

그래서 연극에 대한 이미지는 그렇게 굳어졌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를 파괴해 줄 기회가 찾아왔다. 우연히 대학로 연극 티켓이 손에 들어 온 것이다. 바로 '히에론, 완전한 세상' 이였다. 내 생에 첫 대학로 연극이었던 만큼 신선한 여운이 많이 남았다. 주제도 내가 원하던 사회적인 주제여서 의미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관객이 배우가 되고, 배우가 관객이 되는 대학로 연극만의 특징이었다. 처형 장면에서 관객들이 직접 사형수로 참여해 죽는 연기를 펼치거나, 앉아있던 관객이 갑자기 일어나 작중 인물을 향해 총을 쏘는 연기를 하는 등, 연극에 대한 모든 것이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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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소극장 뮤지컬(연극)은 대형 뮤지컬과는 다른 매력으로 젊은 층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저렴한 가격, 익살스러운 유머, 수준 있는 음악과 노래, 그리고 ‘관객들의 참여’다. 
관객들의 참여는 대형 뮤지컬이나 연극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요소이다. 다수의 대중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대형 뮤지컬과는 달리, 대학로 연극은 소규모 관객들과의 호흡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공연 중 자발적 지원이나 무작위 선택을 통해 관객들을 무대로 초대하는데, 스토리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이벤트이자 소규모일 때 훨씬 효과적인 대학로 연극만의 묘미이다. 

사실 처음에는 ‘스토리 몰입도가 떨어질텐데.... 괜찮을까?’ 라는 걱정을 했었다. 어릴 적 봤던 연극처럼 거부감으로 인해 집중력이 떨어지고 흐름이 끊길까봐 걱정이 됐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관객들이 작중 엑스트라를 연기할 때, 나는 색다른 재미를 느꼈다. 책 속의 세계에 들어가서 주인공들과 얘기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치 번외편처럼, 전혀 상관없는 관람객이 동화되어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오히려 그런 점이 스토리의 주제와 객관성을 참신하게 살렸다고 생각한다. 또한 능청맞은 배우들의 애드리브는 재치 있는 연기력을 입증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보여줬다.     

사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것은 연극에서 굉장히 리스크가 큰 시도이다. 공연은 짜여진 스토리를 유창하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뮤지컬 전문 매거진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관객 참여’는 만족 요소 조사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불만족 요소 조사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아마 대부분이 이런 ‘몰입도’ 에 대한 불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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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족 요소 편집본.jpg

출처: The Musical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관객 설문조사



하지만 연극에서 ‘관객들의 참여’는 어떻게 보면 ‘문화생활’의 이상적인 모습이다. 배우들의 일방적 소통이 아닌, 직접 관객들을 참여시킴으로써 관객과 배우의 상호소통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같이 호흡과 시선을 맞춰가며 진정으로 작품을 이해하게 해 주고, 그 작품에 관객들을 초대함으로써 예술의 향유에는 관객도, 배우도 평등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준다. 

여담이지만 일본의 ‘가부키’라는 전통연극에 ‘하나미치’라는, 관중 사이에 길을 내어 만든 무대가 있다. 배우들은 이 하나미치를 통해 등장과 퇴장을 하고, 스토리의 절정 부분에 다다를 때 하나미치를 통해 관객들 바로 앞에서 연기를 보여준다. 이런 무대장치 역시 관객과 배우들 간의 사이를 좁히려는 노력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참여를 시키는 대학로 연극과 달리, 어느 정도 선을 긋는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입장을 확실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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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하나미치(花道)'/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그런 점에서 대학로 연극의 관객 참여는 어떻게 보면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다. 구수한 입담과 오지랖으로 처음 보는 사람들과 능청스레 어울리고, 집단으로 함께 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한국인의 특성과 비슷하다. 이러한 관객 참여가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는게 아쉬울 뿐이다. 앞으로 이러한 관객참여의 가치를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관객 참여라는 오지랖으로 한국 연극과 문화예술의 소통이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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