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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서
[Review] 나의 굴욕 리스트를 공개합니다 - 굴욕 [도서]
굴욕, 무너진 자리에 남은 가장 인간적인 것
<굴욕>에는 너무 솔직한 글에서 만나는 당혹스러움이 있다. 2011년 처음 출간된 <굴욕>은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푸가(fugues)' 형식의 에세이로, 파편화된 생각의 모음집이다. 에세이라기엔 ‘의식의 흐름’ 같아 보일 정도다. 마지막에는 옮긴이 후기가 있어서, ‘내가 뭘 읽었지’ 싶을 무렵 다시 정리해 주는 기능을 한다. 저자는 모든 굴욕에 세 가
by
채수빈 에디터
2026.04.26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나만의 국어사전, 필사노트 [도서]
필사로 수집한 문장들
문장력을 키우는 데 필사만 한 게 없다길래 덜컥 시작했다. 아니, 덜컥 새로운 노트를 샀다. 펜을 잡는 마음가짐부터 깨끗하게 설정하고 문장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아니, 써 내려가는 글자가 예뻐 보이게 평소보다 더 펜을 꽉 잡았다. 한 바닥을 필사하고 남은 건 문장력도 뭣도 아닌 팔 저림이었다. 펜을 하도 꽉 잡았는지 팔만 아팠다. 한 페이지를 끝으로
by
이한별 에디터
2026.04.26
리뷰
공연
[리뷰] 연극 '정희', 낡은 벽을 허물고 빛을 들이는 시간
연극 <정희>가 2026년 3월 말 예스24아트원 3관에서 막을 올렸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조연으로 머물렀던 정희를 무대 중심으로 끌어낸 스핀오프다. 원작에서 정희는 후계동 골목 술집 '정희네'를 운영하는 인물이었다. 주인공들이 모여 안부를 나누는 배경, 그 공간을 지키는 사람. 연극은 그 배경을 전면으로 끌어온다. 공간의 주인이 곧 이야기의 주인이 된다. 과연 '정희네'의 창은 어떤 모양이었을까.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 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1934) 화자는 남쪽으로 창을 낸다. 밭을 갈고 김을 매고, 익은 강냉이는 함께 나누고, 도시의 구름은 외면한다. 왜 사
by
신동하 에디터
2026.04.2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용기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 평서문.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봄. 평서문.
** 해당 오피니언에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눈을 뜬다. 기도에 꽂혀있던 호스가 빠진다. 막혔던 숨을 되찾기 위해 구토하고, 굳어버린 근육을 깨우기 위해 혼신을 다해 기어간다. 분명 다른 생존자가 있을 것이다. 있어야만 한다. 억지로 다리를 움직여 팀원을 찾아낸다. 덮인 천을 걷어내지만, 이미 사망한 상태다. 이토록 절망
by
장수정 에디터
2026.04.25
리뷰
도서
[Review] 친구가 넘어지는 걸 보고 웃어본 적이 있다 - 굴욕 [도서]
굴욕으로 해부한 인간
언젠가의 지하철에서 친구와 부끄러움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발표할 때 부끄러움을 잘 느끼는 사람이냐는 질문에서 대충 시작한 대화는 누군가 넘어지는 걸 보고 웃는 심리는 무엇일까로 흘러갔다.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그러게 정말 왜 웃는 걸까? 내가 넘어졌을 때 누군가가 심각하게 걱정해 주기보단 웃고 넘기는 게 덜 부끄러우니까, 혹은 그저 예측 불가능한
by
한정아 에디터
2026.04.25
오피니언
영화
[Opinion] 프로젝트 헤일메리: 멀리서 날아온 공을 기꺼이 받아준다면 [영화]
그레이스, 로키 별들을 구하다!
(*음악과 함께 글을 감상하면 좋을 것 같아 영상 첨부합니다.) (*스포일러가 포함된 칼럼입니다.) Hail Mary, 성공 확률이 매우 낮지만, 마지막 희망을 걸고 하는 최후의 시도. 미식 축구에서 경기 종료 직전 역전을 노리며 던지는 긴 패스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종말 위기를 맞은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우주 미생물 아스트로파
by
전주현 에디터
2026.04.24
리뷰
영화
[Review] 당돌한 불온함이 피워낸 우리들만의 온실 - 올 그린스 [영화]
스스로 삶의 방향키를 돌린 소녀들에게 평범한 순응은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다.
코야마 타카시 감독의 영화 <올 그린스>는 우리가 흔히 ‘청춘’이라는 단어에서 떠올리는 정형화된 푸르름을 거부하고, 생존을 위해 기꺼이 불온해지기를 선택한 소녀들의 대담한 질주를 그린다. 2026년 5월 6일 국내 개봉을 앞둔 이 작품은 1999년생 작가 나미키 도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여, 기성세대가 규정한 ‘순수한 청춘’의 틀을 깨부수는 동시에 Z세대가
by
장연우 에디터
2026.04.24
리뷰
도서
[Review] 누군가는 반드시 열어 보아야 했을 판도라의 상자 - 굴욕 [도서]
수치를 무릅쓴 굴욕과의 정면승부
'이불킥'이라는 말이 있다. 잠들기 직전, 과거에 겪었던 수치스러운 일들이 떠올라 이불에 발길질하는 행위를 뜻한다. 지금까지도 이 단어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에 공감하고 실제로 행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평소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불킥은 이제 일종의 루틴 같은, 습관의 영역에 올랐을지도 모른다. 분노,
by
조은서 에디터
2026.04.24
오피니언
음악
[Opinion] NCT WISH: 모서리 가득한 세상에 다정함의 화살을 쏘아 올리다 [음악]
NCT WISH 『Ode to Love - The 1st Album』
"뚜뚜루뚜 뚜뚜루뚜" 정확한 제목은 몰라도, 한 번쯤 들어본 적 있는 익숙한 허밍. 크랜베리스의 'Ode To My Family' 속 상징적인 선율이 NCT WISH의 목소리를 지나 사랑을 향한 송가로 다시 태어났다. 오래된 기억 속 멜로디와 여섯 소년의 투명한 목소리가 겹쳐지는 이 곡은, 차가운 세상에 따스함을 불러내는 작은 주문처럼 울려 퍼진다. 이
by
정희정 에디터
2026.04.23
오피니언
공간
[Opinion] 공간의 점유에 대하여 - '브루탈리스트'와 '트랜짓', 그리고 '치뽈라' [공간]
공간의 생산과 소유가 분리된 구조 속에서 영구적 점유는 불가능하나, 그 경유의 과정에서 축적된 주체 간의 정서적 감응은 실존적 흔적으로 남는다.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가 허상처럼 느껴지는 시대다. ‘집’이 가리키는 것이 물리적인 거주 공간인지, 자산 가치로서의 부동산인지, 혹은 영혼의 안식처인지 이제는 누구도 확언하지 못한다. 설령 집을 무엇으로 규정하든, 그것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사실만은 매한가지다. 나는 현재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 중인 곳에 살고 있다. 어쩌다 보니 내가 사는 곳을 제외한
by
서지민 에디터
2026.04.23
리뷰
도서
[Review] 굴욕을 들여다보는 일 - 굴욕
우리는 왜 타인의 무너짐을 소비하는가.
표지 한복판에 검은 구멍 하나가 뻥 뚫려 있다. 매끄럽게 잘 닦인 표면 위에서 유독 그 부분만 결이 다르다. 손을 대보면 반짝이던 매끄러움은 온데간데없고, 종이 특유의 거칠거칠한 촉감이 손끝에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치 그 구멍 속으로 눈을 바짝 들이대고 안을 좀 들여다보라고, 책이 말을 거는 것만 같다. 이 책은 제목처럼 ‘굴욕’이라는 감정을 집요하게 파
by
최은파 에디터
2026.04.23
리뷰
도서
[Review] 이토록 생생한 굴욕 레슨 - 굴욕 [도서]
비판과 자조와 성찰이 한데 묶인 이 시대 굴욕 안내서
웨인 케스텐바움 지음, 김정아 옮김 *웨인 케스텐바움: 미국의 작가이자 문학, 예술, 음악 등 대중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동경과 존경보다 시기, 질투가 더 쉽고 빠르다. 타인의 부진과 실패, 추락과 몰락은 그 어느 것보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이며 그것은 내 일이 아니라는 것에 은연중 가슴을 쓸어내리다 안심하게 되는 묘한 교훈과
by
한세희 에디터
2026.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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