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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Opinion] 세부의 얼굴들 - 4 [여행]
조셉. 9살이라고 했다.
거리에 저녁이 내려앉자 사람들의 표정은 점차 어둠 속으로 지워지고 있었다. 북적이는 거리에서 흐릿해지는 얼굴 위로 여러 얼굴이 겹쳐 보였다. ‘싸요. 싸.’ 어설픈 한국어로 호객하는 어른들, 창문이 없는 지프니에서 거리의 한국인을 향해 해맑게 손을 흔드는 아이들. 한국어로 가득한 거리에서 한국인을 향해 호의를 건네는 모든 얼굴들을 향해서 나는 괜찮다며 손
by
차승환 에디터
2023.06.25
리뷰
전시
[Review] 귀여움이 결국 세상을 구한다! - 고양이를 그린 화가 루이스 웨인展
차가운 현실에서 그를 구원할 수 있었던 유일한 생명체는 귀엽고 무해한 고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귀여움만큼 사랑스러운 건 없는 것 같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사람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한 순간, 끝난 거라고. 귀여운 걸 보면 사족을 못쓰는 타입이라, 평소에도 강아지나 고양이 등 귀여운 동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쪼그려 앉아 ‘쫑쫑’ 소리를 내어 부르거나 사진을 찍어야 직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양이들이
by
강윤화 에디터
2023.06.25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임승유 시집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반복이 낳는 차이는 모두의 삶을 지속하게 한다.
시간을 가늠하는 척도로 계절을 좋아한다. 시간을 일이나 달로 나누기에는 너무 촘촘하고 햇수는 너무 느슨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계절 탄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감정과 계절은 밀접한 관계니까. 게다가, 계절은 과거를 추억하기에 좋은 책갈피다. 비슷한 온도와 습도는 과거를 반추하는 편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비슷한 결의 계절을 지나다보면, 시간이 빠르
by
김민혁 에디터
2023.06.17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감당할 수 없이 뜨거운 것은 처음에 알아차리기 힘든 법이다 [영화]
잊을 수 없는, 잊히지 않을 기억
퀴어 영화라는 사실에 가려진 가치 ‘퀴어물’하면 떠오르는 작품들이 몇 있을 것이다. 그중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인데, 칸 영화제에서 공개된 이후,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받은 퀴어영화 중 단연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다만, 작품의 우수성보다는 ‘퀴어’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 영화를 보기
by
권승현 에디터
2023.06.17
리뷰
PRESS
[PRESS] 우리는 늘 선을 넘지 (1) - 2023 전주국제영화제
9박 10일간의 여정, 19편의 영화
“그리하여, 그때, 유예의 시절에, 나는 나를 가슴 뛰게 한 많은 공연을 기꺼이 기억의 무덤 속으로 넘겨 보냈다. 충분히 희미해진 뒤에, 말하자면 독자에게만큼 내게도 작품이 비실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글을 쓰기 위해서.” - 책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 中 지난달 전주국제영화제에 다녀왔다. 9박 10일간의 꿈만 같던 여정이 끝나고 나는 한동안 영화에 관한
by
윤아경 에디터
2023.06.17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그 여름, 너와 내가 교차했던 순간 [영화]
국내 퀴어 애니메이션 <그 여름>을 만나다
사랑은 쉽지 않다. 누구도 종잡을 수 없는 데다 누구나 상처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가장 보편적이다. <그 여름>은 최은영 작가의 단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퀴어 여성청소년의 성장을 담고 있다. 사랑만큼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니 국내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퀴어 작품은 가장 익숙한 발걸음으로 찾아와 우리를 기억의 바
by
유다연 에디터
2023.06.15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세부의 얼굴들 - 3 [여행]
차갑게 식어가는 돌에게, 그런 돌을 닮아가는 단단한 손에게
숙소에서 가까운 어느 거리에 들어서자 한국 간판들이 하나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김치찌개, 돼지갈비 맛집. 정말 세계 속의 한국이구나. 나는 괜히 반갑고 뿌듯한 마음으로 거리를 훑었다. 낡은 가게 앞에는 꼬치를 굽는 연기가 무람없이 날렸고, 무더운 날씨에 좌판 위에서 축 늘어진 생선들을 파리들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망고와 바나나, 오렌지와 두리안을
by
차승환 에디터
2023.06.14
리뷰
공연
[Review] 지난한 의미 찾기의 여정 속에서, 보존과학자 [연극]
남기기 위해 무거워지는 마음
삶은 곧 의미 찾기의 여정이다. 의미를 찾고자 함으로써 삶이 지속되고, 삶을 살아가는 한 그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모두가 끊임없는 모험과 선택을 이어나간다. 때로 고통스럽지만, 아무런 감내할 것과 그로 인한 성취가 없는 삶이라면 그 또한 무료해 지치기 십상일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이 땅에 도착한 나름의 크고 작은 사명을 갖고 축복이자 고통인 삶을 살아나
by
차소연 에디터
2023.06.14
리뷰
공연
[Review] 아무것도 아닌 것을, 다시 '보존과학자' [공연]
과학과 보존은 그렇게 만난다.
‘과학’이라는 단어에서 자주 멈칫했다. 내버려두면 적당하게 굴러올 바퀴에 작용하는 힘을 구하라는 문제들, 뉴턴이니 옴이니 한 끗의 예외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법칙들 따위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세상에 만연한 과학의 결과물들을 보면서―스마트폰, 인공지능, 우주로 쏘아올린 로켓과 같은―과학은 그저 나아가는 학문이라는 편견이 생겼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by
차승환 에디터
2023.06.05
오피니언
사람
[Opinion] 열린 소통 닫힘 [사람]
그들만의 리그들로 채워진
"맑은 눈의 광인"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뜬 청춘들더러 맑은 눈의 광인이라 칭하는 밈(Meme)이 유행이다. 언뜻 보면 긍정적이고 주체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재미있게 표현한 키워드같이 느껴지나, 미디어에서 다루는 이 키워드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최근 유명 예능 프로그램 SNL에서 이 말을 재미 요소로 풀어내었던 것을 보면 그 이면에 숨은
by
유서인 에디터
2023.05.26
리뷰
도서
[Review] 그 어떤 낮을 기다리는 밤의 아름다움, '미드나잇 뮤지엄 파리'
시차없는 파리 여행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유일한 버킷리스트는 일상을 벗어나 배낭만을 메고 가볍게 떠나는 유럽여행이다. 삶에 치이고 때로는 우울감에 잠식되며 수없이 담금질 당하는 동안에도 그 사소하지만 간절한 목표는 늘 가슴 속 한 편에 간직되어 있었다. 그러나 놀고먹는 대학생을 졸업하는 시점이 한 학기 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유럽 땅을 밟아 보지 못한 것엔, 너무나도
by
유서인 에디터
2023.05.25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세부의 얼굴들 - 2 [여행]
이야기 둘.
이야기 둘. 세부의 드라이버들은 폭풍처럼 차를 몰았다. 차가 달리기 시작하면 바퀴가 밟고 지나가는 울퉁불퉁한 길의 표면이 내 몸에 그대로 전달되는 것처럼 온몸이 떨렸다. 나를 태운 차는 다른 차를 앞질렀고, 어떤 차는 다시 나의 차를 앞질렀다. 드라이버가 기어를 바꾸고 엑셀을 밟을 때마다 무언가는 내 뒤편으로 밀려났다. 우리의 차가 중앙선을 넘나들며 속력
by
차승환 에디터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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