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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Opinion] 놓아줌이라는 재판 - 뮤지컬 '홍련' [공연]
스스로 만든 억울함의 지옥에서 심판과 놓아줌을 거쳐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그녀의 여정
도입: 놓아줌과 심판 사이 뮤지컬 <홍련>은 두 개의 오래된 이야기를 한 무대 위에 불러온다. 처녀귀신 서사의 원조 격인 <장화홍련전>의 홍련, 그리고 죽은 자의 한을 풀어주는 무속의 여신 바리공주. 둘은 저승의 재판정에서 처음 마주 앉는다. 바리는 심판하는 자리에, 홍련은 심판받는 자리에 앉아 있다. 하지만 이 재판은 시작부터 어긋난다. 홍련은 죄를 인
by
이유빈 에디터
2026.09.01
칼럼/에세이
칼럼
[칼럼] 개양귀비는 양귀비의 꿈을 꾸는가
점심에 와인은 딱 한 잔만 하셔야 돼요
개살구, 개동백, 개연꽃, 개여뀌, 개나리···. 보통 식물 이름에 붙는 접두사 '개'는 '야생 상태의',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 정도의 뜻이 있다. 이 뜻을 알고 나면 개양귀비도 어찌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유추할 수 있다. 개양귀비는 양귀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좀 더 작은 데다 마약 성분이 없어 진통제로도 쓸 수 없다. 원예용으로 기르
by
이다혜 에디터
2026.08.31
사람
Project 당신
[Project 당신] 자, 1번부터 자기소개 [자기소개]
남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1 성이 '강' 씨라는 이유로 학창 시절 내내 2번 뒤로 가본 적이 없었다. 새 학기 첫날이면 무조건 거쳐야 하는 자기소개 시간, 안 그래도 내성적인 성격인데 1번이라는 이유로 늘 먼저 자기소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나 싫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친구들은 앞 친구의 말을 참고하거나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나는 늘 이름과 학번, 좋아하는 것
by
강소정 에디터
2026.08.31
리뷰
공연
[Review] 세상이 무너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 연극 '인간동물들' [공연]
인간이 그리는 비인간의 세계
인간에게는 멸망한 미래보다 극복된 미래가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2020년, 이름조차 낯설었던 감염병이 창궐하고 확진과 격리가 일상이 되었을 때만 해도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미래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어떻게든 위기를 넘긴(혹은 극복했다고 믿는) 인간은 다시 평범한 하루를 되찾았다.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 적어도 멸망하지는 않으리라는 낙
by
손현진 에디터
2026.08.27
리뷰
영화
[리뷰] 상처를 향해 셔터를 누른다는 것 - 사진의 얼굴
구와바라의 회고를 보며 사진가는 현장에서 직면하는 본질적인 질문을 떠올린다. 사진가는 비극의 실체를 온전히 고발해야 하는 사명과 타인의 고통을 자극적인 볼거리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위험 사이에서 갈등하기 때문이다. 사진가가 참상을 정제 없이 보여주면 관객은 거부감을 느끼고 외면한다. 그렇다고 사진가가 현장을 지나치게 미학적으로 다듬으면 관객은 타인의 비극을 안전하게 소비한다. 결국 구와바라 시세이는 "보여줘야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안고 고민했다. 구와바라 개인의 고민은 누군가의 고통을 기록해 온 모든 사진가가 계속해서 풀어야 할 숙제였다. 따라서 우리는 사진가가 어떻게 현실을 증언하는 힘을 얻었는지, 사진가가 어떻게 보이지 않는 현실을 드러냈는지, 그리고 사진가가 왜 자신의 시선을 의심해야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희영 감독은 영화 〈사진의 얼굴〉에서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의 삶을 조명했다. 구와바라는 60여 년 동안 미나마타병 파동, 베트남 전쟁, 한국 현대사의 현장을 기록했다. 특히 그는 미나마타병 환자들을 촬영할 때 겪은 윤리적 갈등을 회고했다. 수은 중독으로 온몸이 뒤틀린 환자들을 찍을 때 구와바라는 고통을 기괴하게만 담지 않았다. 그는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by
신동하 에디터
2026.08.26
리뷰
공연
[Review] 인간이라는 종은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 연극 '인간동물들' [공연]
도시는 격리되고, 동물들은 살처분된다. 사람들의 광기는 결국 인간에게까지 향한다.
쥐와 비둘기, 여우가 질병에 감염된 채 도시를 떠돈다. 비둘기는 주택가를 날아다니다 창문에 머리를 처박고, 여우는 죽은 쥐를 씹어 삼키며 거리를 배회하다가 사람을 문다. 동물들의 질병이 사람에게까지 번지자 도시는 격리되고, 동물들은 살처분된다. 연극 <인간동물들>의 내용이다. 코로나로 격리를 경험해 본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 않다. 어쩌면 10
by
윤선주 에디터
2026.08.25
리뷰
PRESS
[PRESS] 여기 보세요, 맨발 인형이 숨을 쉬어요 -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 이승원 &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with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공연]
아무래도 이 사람들, 살려낼 생각인가 보다 - 2026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 : 이승원 & 아나스타샤 코베키나 with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리뷰
당신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를 아시는가? 내 질문은 클래식에 ‘클’도 모르는 사람이나, 작곡가라고는 베토벤 정도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 향한다. 내가 당신에게 쇼스타코비치를 소개할 기회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특이한 사람. 요상한 매력이 있는 사람. 무성영화 화면을 상상하게 만드는 사람. 검정과 회색만 같은 사람. 노래가 이상한 사람. 그런데 그 이
by
장유진 에디터
2026.08.24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네게 가는 바람이 있고, 내게 오는 바람이 있다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①
소리는 멀리 가고, 다시 내게로 온다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리뷰
일렁일렁, 현악기가 일렁일렁. 피아노가 아른아른. 클라리넷은 고요하게, 또 너그럽게. 시간이 흐를수록 바라볼 것이 많아지고, 붙잡아 봐야 하는 것들도 늘어난다. 아, 새소리를 타고 오는 이 소리는 내게 오나 보다. 모든 바람이 타고 지나간 곳, 크기를 가늠하기도 어려운 깊숙한 발자국이 궁궁 바닥을 장식해나가는 순간까지 모두 구경하다 보면 8월 20일이 다
by
장유진 에디터
2026.08.21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취향이 취향이 되는 순간 [문화 전반]
지나온 경험들이 하나둘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결국 취향은 나를 설명하는 단어가 아니라, 내가 살아온 시간을 보여주는 흔적인지도 모른다. 살아가며 만들어내고, 발견하고, 사랑하다보면 그것은 비로소 나의 취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취향이 뭐야?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대답한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색깔 등을 말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취향은 정말 처음부터 내 안에 있었던 걸까? 누군가의 추천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도 있고, 우연히 경험한 것 때문에 좋아하게 된 것도 있고, 시간이 지나며 변해버린 것도 있다. 취향은 내가 발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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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하 에디터
2026.08.20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당신이 오는 동안은 아무것도 정하지 않기로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한 사람을 위해 태어난 음악이, 다른 사람에게 닿는 동안 - 2026 서울시향 얍 판 츠베덴의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 프리뷰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에게 물었다. “너는 왜 태어났어?” “친구 때문에.” “친구?” “페르디난트 다비트. 멘델스존의 오랜 친구였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악장이었어.” “친구를 위해 곡을 쓴 거야?” “응. 멘델스존이 1838년에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고 싶다고 이야기했어. 그리고 완성하기까지 약 6년이 걸렸지.”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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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진 에디터
2026.08.20
리뷰
도서
[Review] 불멸의 귀향 서사, 오디세이아가 현대에 던지는 실존적 울림 – 오디세이아 [도서]
끝내 도달해야 할 이타카가 어디인지
호메로스의 불멸의 서사시 오디세이아는 서양 문학의 기원이자 인간이 마주하는 상실과 고독, 그리고 귀환에 대한 원형적 서사를 담고 있는 걸작이다. 이 작품은 트로이 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겪는 10년간의 험난한 여정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갈망을 탐구한다. 오디세우스가 마주하는 수많은 시련은 단순히 신화적 괴물과의 사투를
by
임주은 에디터
2026.08.20
리뷰
도서
[Review] 한 인간 영웅이 간절하게 바라던 것은 – 오디세이아 [도서]
오디세이아가 오래도록 읽히는 이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야기할 때 빠트릴 수 없는 에피소드를 하나 고르자면 그것은 바로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기까지의 이야기, 10년간 이어진 전쟁과 트로이 목마로 인한 패배, 그리고 그리스의 장수들이 그들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그들의 후손이 후에 어떠한 결말을 맞이하는지까지. 이때 살아남은 트로이 왕가의 마지막 생존자 아이네
by
허희원 에디터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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