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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Review] 가리워진 것 - 로테/운수
낭만이란 맹목 뒤에 가려진 것들
낮에 회사에서 듣게 되었다, 옆 팀으로부터, 정말이지 느닷없이 날아드는 소식이었다. 고객사인 D사의 채권 회전이 막혔다느니, 지급명령 소송을 제기한다느니 하는 따위의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들어왔으나, 마침내 회사 부도처리가 진행되고 있단다. 채권 회수를 담당하는 영업 쪽 팀장은 보고자에게 따지듯 다그쳐 묻는다, 마치 그를 쥐어짜면 D사에서 돈이라도 나올 것
by
서상덕 에디터
2026.06.04
리뷰
PRESS
[PRESS] 태초의 심리학자는 무엇을 알고 있었을까 - 셰익스피어 심리학
심리학 거장들이 읽어 낸 셰익스피어의 심오한 세계
삶이냐, 죽음이냐─그것이 문제로다. 어느 것이 더 고귀한가, 난폭한 운명의 돌팔매와 화살을 꿋꿋이 참아 내는 것인가 아니면 무수히 쇄도하는 고난에 맞서 싸워 기어코 끝장을 내는 것인가. 죽는 건 잠드는 것─ [...] 그것 때문에 망설이게 되지. 바로 그런 이유로 기나긴 고통스러운 삶을 질질 끌고 가지 그게 아니라면 누가 이 세상의 채찍질과 조롱을 견딜까
by
김승아 에디터
2026.06.03
리뷰
공연
[Review] 어딘가 묻어 있는 똥을 치워야 할 때, 연극 '아이들'
우리는 그 흔적을 외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끝까지 치울 수 있을까.
* 연극 <아이들>의 주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극 <아이들>(극단 돌파구, 전인철 연출)의 무대는 단출하다. 검은 벽이 삼면을 둘러싸고 있고, 중앙에는 일인용 소파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인물들이 함께 소파에 앉아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없다. 누군가 앉아 있으면 누군가는 서 있어야 한다. 전화기, 물컵 같은 소품도 무대 가장자리에 흩어져
by
김나윤 에디터
2026.06.03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어떤 꿈은 같이 꿔야 완성된다
한국어만 꿈을 '꾸다'라는 동사와 함께 쓴다고 한다. 꾸다라는 동사가 먼저 생겨났고 이후 '꿈'이라는 명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꿈이 뭐냐는 질문은 외롭다. 보통은 혼자 꾸는 것이니까. 나는 주기적으로 꿈의 어원을 찾는다. 어느 언어도 완벽한 어원을 제공하지는 못하지만 대부분 꿈이 '보다'와 연결되거나 '하다'는 동사와 병행되는데 한국어만 꿈을 '꾸다'라는 동사와 함께 쓴다고 한다. 꾸다라는 동사가 먼저 생겨났고 이후 '꿈'이라는 명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꾸는' 행위가 없으면 '
by
조수빈 에디터
2026.06.02
리뷰
PRESS
[PRESS] 내 마음 안의 빛과 눈 맞추는 일 - '방혜자 -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 [전시]
방혜자의 빛을 따라 활짝 깨어나는 여정
방혜자의 작품을 처음 마주한 것은 작년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였다. 그날은 아침 일찍부터 이미 케브랑리 박물관과 루브르 미술관, 두 개의 대형 전시장을 방문해 마구잡이로 작품을 퍼먹은 상태였다. 소화 시킬 틈도 없이 뮤지엄 패스의 재촉에 못 이겨 마지막 일정 차 저녁에 방문한 퐁피두는 앞선 두 곳보다 현대적인 작품들로 채워져 신선했다. 밖은 어둑하고 전시장은
by
김하은 에디터
2026.06.02
오피니언
만화
[Opinion] 덤벙덤벙이 보장하는 다양성의 가치 [만화]
네이버 웹툰 <덤벙덤벙 내 인생>을 통해 알아보는 다양성의 가치
관용, 그리고 덤벙댐 프랑스 사회를 지탱하는 정신적 근간으로 자주 언급되는 ‘톨레랑스(Tolérance)’는 흔히 ‘관용’이라는 말로 번역된다. 그러나 이 개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타인의 실수를 너그럽게 눈감아주는 심리적 상태’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톨레랑스의 본질은 나와 다른 생각, 다른 행동 방식, 혹은 다른 신체적·정신적 특성을 가진 타자의
by
김승주 에디터
2026.06.02
리뷰
공연
[Review] 도망칠 곳 없는 세계에서 마주친 책임과 가능성 - 연극 '아이들' [공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 본 리뷰는 연극 <아이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재난 앞에 선 개인은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또 어떤 행동을 취해야만 하는가. 이건 가능성과 책임에 대한 문제다. 순식간에 삶을 무너뜨리는 재난 앞에 선 개인이 쥘 수 있는 가능성은 무엇이고, 짊어져야 할 책임은 또 무엇일까. 극단 돌파구의 연극 <아이들>(루시 커크우드 작, 전
by
손현진 에디터
2026.05.30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꽃잎', 고통을 구경하는 카메라 [영화]
꽃잎은 5.18을 처음 말한 영화이면서, 소녀의 신체를 집단적 수난의 영토로 소비함으로써 자신이 비판해야 할 언어를 그대로 상속한다
'꽃잎'(장선우, 1996)은 불편한 영화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한국 영화사 최초의 개봉작으로서 은폐된 역사를 스크린으로 끌어올리려 했다는 것은 중요한 역사적 지점이지만, 이 영화의 불편함은 소재의 참혹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영화가 그 고통을 어떻게 다루느냐는 문제다. 최근에 김인정 기자의 '고통 구경하는 사회'(2023)를 접하
by
서지민 에디터
2026.05.28
오피니언
영화
[Opinion] 군체: 좋은 설정이 좋은 영화가 되려면 [영화]
설정은 신선했고, 메시지는 끝내 도착하지 못했다 좋은 기획이 좋은 영화가 되기까지, 그 사이의 거리에 대하여
좋은 설정이 좋은 영화가 되기 위해 해당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과 장르의 문법을 꿰고 있는 관객이 같은 영화를 보면 전혀 다른 감상을 갖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군체〉가 바로 그런 영화였다. 나는 좀비 영화를 많이 접해오지 않은 편이라 전반적으로 꽤 괜찮게 만든 영화처럼 느껴졌지만, 함께 관람한 사람은 장르적 문법에 익숙한 탓인지 스토리 전개가 진부
by
김세진 에디터
2026.05.28
리뷰
영화
[Review] 뒷자리와 앞자리를 넘나드는, 성장의 역할극 - 뒷자리에 태워줘 [영화]
뒷자리와 앞자리를 넘나드는, 성장의 역할극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동네의 작은 바에서 아카펠라 공연을 마친 콜린은 그곳에서 수상할 만큼 잘생기고, 또 묘하게 강압적인 레이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로맨틱한 크리스마스 데이트를 기대한 콜린은 어둡고 축축한 뒷골목에서 무릎을 꿇게 되고,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서, 선택하는 자가 아닌 선택받는 자의 자리에 서게 된다. 영화
by
차수민 에디터
2026.05.23
오피니언
공연
[Opinion] 무대 위 펼쳐진 모성의 딜레마 - 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
자식의 저주, 모성이라는 이름의 모순
카메라 앞에 한 여자가 섰다. 마치 그녀를 공격하듯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져 나온다. 그럼에도 몸을 숨길 생각이 없어 보이는 그녀는 왜 카메라 앞에 서 있을까. 사람들은 왜 그녀를 찍으려고 안달일까. 유명인이기 때문에, 아니면 범죄자이기 때문에? 그녀는 바로 ‘그의 어머니’이기 때문이었다. 범죄자를 아들로 둔, 그의 어머니. 최근 명동예술극장에서 4월
by
박선주 에디터
2026.05.23
리뷰
PRESS
[PRESS] 가장 뜨거운 계절은 왜 가장 오래 남는가 - 여름을 닮은 우리 [전시]
여름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뜨거웠기에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있는 감각들이다.
여름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무엇이 생각나는가. 뜨겁게 달궈진 놀이터의 철봉일 수도 있고, 장마 직전 눅눅하게 젖어 있던 아파트 복도일 수도 있다. 방충망 너머로 들려오던 매미 소리, 괜히 오래 바라보게 되던 뭉게구름, 땀 냄새와 모기향 냄새가 뒤섞인 밤공기. 이상하게도 여름의 기억은 풍경보다 감각으로 먼저 남는다. 성률 작가의 그림은 그 순간들을 붙잡는다
by
오수민 에디터
202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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