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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굳이 뱉는 말] 0. 불순분자의 초상화
뭔지도 모르면서 그리는 그것이 우리의 초상이 되면 좋겠다. 종국엔 낙서가 될 것들이 좋다.
그야말로 완전한 교착상태다. 세상이 선사하는 관성으로 움직일 수 있던 시간은 끝났다. 우수수 폭포처럼 쏟아지다 한순간에 웅덩이 속 고인 물이 된 듯한 느낌. 당혹스럽다. 원래 이렇게 잔잔한 건가. 자연히 흐를 수 있는 게 아니었던 건가. 그렇다. 아니었던 거다. 흐르는 데에도 방법이 있었던 거다. 의식하지 않아도 됐었을 뿐. 세계의 규칙에 쉽사리 탑승하지
by
정해영 에디터
2025.04.21
리뷰
도서
[Review] 인간을 복원하고자 한 이야기꾼, 발터 벤야민 - 고독의 이야기들
벤야민은 이야기꾼을 포기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발터 벤야민은 내게 유달리 익숙한 이름이다. 문학 이론을 공부하게 되면 가장 많이 다루고 언급되는 사상가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발터 벤야민은 한국에서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사상가는 아니지만, 그가 만들어낸 사유는 20세기 유럽의 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그 영향은 21세기 현재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까지 알게 모르게 도달하고 있다.
by
양예지 에디터
2025.04.17
리뷰
공연
[Review] 아랫배의 떨림 -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
얼마 남지 않은, 아랫배의 떨림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어느덧 10년이 넘었다. 그 10년 동안 나는 얼마나 변했을까. 짧은 기억을 헤집었다. 어리석은 만큼 순수했던 20대를 지나 조금 단단해진, 실은 그만큼 고루해진 나를 본다. 더러 받아들였고, 여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것들은 테두리를 그어 마음 바깥으로 밀어두었다, 어른답게. 이게 소위 이상적 어른을 논하는 것이 아니란 것쯤은 다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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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덕 에디터
2025.04.15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춘일소경(春日小景) [문화 전반]
코앞에 봄이 얼쩡거리고 있다
엊그제가 청명(淸明)이었다. 하늘이 차츰 맑아지기 시작하는 절기라고 한다. 입춘이니 경칩이니, 어렸을 적 학교에서 24절기를 배울 때나 엄마가 은행에서 가져온 달력에 조그맣게 쓰인 절기를 볼 때면 좀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어쩐지 사랑스럽게 여기게 됐다. 한자와 전통이 오히려 이국적이고 특별하게 다가오기도 하거니와, 하루하루가 지날
by
윤하원 에디터
2025.04.07
리뷰
공연
[리뷰] 혼란한 정세, 권력의 얼굴 - 적벽 [판소리 뮤지컬]
판소리 뮤지컬로 만나보는 삼국지
국립정동극장에 판소리 뮤지컬 <적벽>이 돌아왔다. 판소리 뮤지컬 <적벽>은 2025년 3월 개막으로 6연을 맞이했다. 공연 <적벽>은 적벽대전을 소재로 박진감 넘치는 안무와 강렬한 에너지의 판소리 합창을 펼치는 ‘판소리 뮤지컬’이다. <적벽>은 3세기 한나라말, 위 촉 오가 혼란한 정세 속 치열한 세력 다툼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1368년
by
진세민 에디터
2025.04.06
오피니언
영화
[Opinion] 나는 아직도 그들의 다음 앨범을 기다린다 [음악]
슈가맨, 누군가에게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슈가맨이 있다. 한때 많은 관심 혹은 애정을 쏟았던 뮤지션이 언젠가를 기점으로 더 이상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작업물을 발표하지 않는 것만큼 서글픈 일이 또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괜스레 그들의 마지막 앨범을 반복해 들으며 그리움을 달래는 것뿐이겠지만, 가끔씩은 혹시 그들이 오랜 침묵을 깨고 우리 곁에 돌아오지는 않을까 하는 공
by
김선우 에디터
2025.04.01
오피니언
영화
[오피니언] 당신은 얼마입니까 [영화]
사람에게 가격을 매기는 게 가능할까?
강렬하다. 영화를 다 보고 처음 떠오른 단어였다. 14분가량의 짧은 단편영화임에도 영화의 끝에 제목이 커다랗게 올라가는 것을 보며 멍한 기분을 느껴야 했다. 영화는 여자와 남자가 좁은 모텔방에서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며 시작된 대화는 여자가 고등학생이 맞는지 ‘처음’인지 물어보며 점차 성격을 바꿔간다. 남자는 여자와의 성관계 전에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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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에디터
2025.03.27
오피니언
문화 전반
[오피니언] 봄바람에 펄럭였던 보편의 얼굴들 [문화 전반]
광장에서 마주쳤던 평범한 얼굴들이 일상의 봄을 맞기를 아직도 기다리면서
3월 22일 토요일, 봄날의 햇볕과 광장의 열기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듯했다. 목뒤에 살짝 땀방울을 맺는 봄의 온기가 한껏 풍겼지만, 광화문에 모인 사람들은 이에 화답하기에는 너무 많은 피로와 울분에 차 있었다. 전 국민을 혼란과 공포에 빠뜨렸던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벌써 110일째 되는 날이었다. ‘계엄’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범국민적 위협에 주
by
정혜린 에디터
2025.03.27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의미 부여의 풍부한 바람이 만드는 폭풍우 - 에디토리얼 씽킹 [도서]
오늘은 그럼 그중에서 E(eliminate) 제거부터 해볼까?
“여기서 눈을 제거하면 각도가 사라지며 무지개도 사라집니다. 옆에 있는 사람은 여러분이 보는 무지개를 못 봐요. 눈이 다른 위치에 있거든요. 이 공간은 당신의 존재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무지개의 존재보다 중요한 게 따로 있어요. ‘나의 두 눈을 믿고 세상과 호응하는 나이 능력을 의존하느냐’가 문제죠” “의미 부여”, 일상 속 작은 말, 행동과 같은 레퍼
by
임주은 에디터
2025.03.17
리뷰
전시
[Review] 미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미피와 마법 우체통
동그란 두 눈. 쫑긋 세운 귀. X자 입. 짧은 손과 다리. 토끼 캐릭터 대명사인 미피의 세계관 탐험기
라떼의 초등학교 때는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법이 '문구'에 달려 있었다. 먼저 편선지. 누가 신박하고 예쁜 모양의 편선지를 자랑하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또 하드보드 필통이 유행이어었는데 서랍이나 거울 등이 달려 있으면 점수가 올라갔다. 마지막으로 샤프. 인기 캐릭터 샤프 끝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게 포인트다. 그중 나는 미피 샤프를 가장 부러워했다
by
이도형 에디터
2025.03.11
오피니언
미술/전시
[Opinion] 대한민국역사박물관 - 안중근書 [전시]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 기념 특별전
광화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을 기념하여, [안중근書]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사상과 철학이 담겨있는 한자 구문을 통해 그의 삶을 되돌아보며, 깊이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안중근 의사가 남긴 유묵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마치 숲속을 산책하듯 전시장을 걸었고, 그 과정에서
by
한재현 에디터
2025.03.04
오피니언
드라마/예능
[Opinion] 게임이 된 육체 - '피지컬: 100 시즌 2-언더그라운드'가 보여주는 스포츠적 미학 [드라마/예능]
<피지컬 100>은 '누가 더 강한가'라는 원초적 질문을 통해 현대 스포츠의 미학과 서바이벌 예능의 극적 연출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전통적인 스포츠가 규칙과 전략, 기록을 중요시한다면 <피지컬 100>은 라운드마다 달라지는 미션과 인위적 규칙으로 긴장감을 높인다. 여기서 '육체'는 단순한 근력 대결의 수단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의지와 한계를 보여주는 '콘텐츠의 주인공'이 된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 예능인 '출발 드림팀'처럼 웃음을 위한 몸개그가 아니라, 실제로 뛰어난 체력을 지닌 참가자들이 진지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시청자는 스포츠적 매력, 즉, 몸이 만들어내는 최적의 움직임과 승패의 카타르시스뿐만 아니라 각종 인터뷰와 서사 연출을 통해 리얼리티 쇼 특유의 드라마를 함께 즐긴다. 결국 <피지컬 100>은 현대인이 '육체'를 소비하고 바라보는 방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진화론적 본능에서 비롯된 신체 경쟁은 이제 하나의 거대한 무대 위에서 극적으로 연출되고 시청자는 '진짜 스포츠' 이상의 서사와 감정에 몰입한다. 이는 곧 '게임이 된 육체'라는 표현을 통해 육체가 어디까지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이다.
'육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는 시대 근래 들어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신체 경쟁'을 극도로 부각하는 장면이 부쩍 늘어났다. 단순히 연예인들이 체력 테스트를 하던 가벼운 예능을 지나 전문가급 운동선수나 특수부대 출신이 모여 극한의 한계를 겨루는 형식까지 등장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피지컬: 100 시즌2-언더그라운드>(이하 <피지컬 100>)이다
by
오해인 에디터
202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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