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그룹 A의 B씨, 최근 명품 브랜드 C사 앰버서더 발탁되다!”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문장이다. 아이돌, 배우,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들이 한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 활동하는 ‘엠버서더 마케팅’은 어느덧 우리 삶 깊숙이 스며들어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 ‘엠버서더’라는 단어는 본래 외교적 ‘대사’를 뜻하는 것에 가깝지만, 오늘날에는 브랜드를 대표해 이미지와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역할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즉, 특정 집단이나 소비자의 정체성을 대신 보여주는 이들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용어가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 아닌, 동시대의 정체성과 취향, 그리고 ‘연결’의 방식을 말해주는 문화 코드로도 읽힌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엠버서더 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드는 더 이상 제품을 많이 파는 것에 목표를 두지 않는다. 그들은 단순한 제품 판매의 증대를 넘어, 자신들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둔다. 여기서 ‘엠버서더 마케팅’은 단기적인 홍보 효과를 넘어 지속적이고 입체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아주 용이하게 사용될 수 있다.
각 브랜드는 자사가 추구하는 분위기와 이미지에 부합하는 ‘대표 소비자’ 즉, 엠버서더를 선정한다. 이후 선발된 엠버서더들은 여러 이벤트나 기획전 등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홍보 활동을 시작하고, 브랜드의 얼굴로써 각 브랜드의 이미지와 신뢰도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서울대 의류학과 추호정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엠버서더란 "마케팅 변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유행하고 있는 단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양한 소셜미디어 매체가 생겨나면서 직접적이고 한정적인 ‘광고 모델’보다 ‘앰버서더’는 다소 느슨한 관계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다방면으로 다가가기 쉽게 하지요.”라고 해당 트렌드를 분석하기도 했다.
앰버서더 마케팅만의 차별점
앞서 언급된 것처럼, 앰버서더 마케팅 효과와 과거부터 진행되어 오던 일반 광고모델의 효과는 꽤나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럼 과연 그 차이점은 무엇일까? 전문 패션 홍보대행사의 한 관계자는 일반 광고 모델과 앰버서더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광고 모델은 단 하나의 제품을 홍보하는데 초점을 두지만, 홍보대사인 앰버서더는 브랜드의 이미지 자체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 관계를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꼽았다.
예를 들어, 흔히 들을 수 있는 ‘인간 구찌’, ‘인간 샤넬’ 이라는 말처럼, 브랜드는 유명 앰버서더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활용하여 이미지 자체를 ‘브랜딩’ 한다는 것이다. ‘스타 마케팅’이라고 불리며 과거부터 유명 인사를 앞세워 홍보하는 방법이 존재하긴 했지만, 이는 광고를 만들고 화보 촬영을 하는 등 유명 인사들의 이름만을 빌리는 방식에 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앰버서더 마케팅은 평소에도 꾸준한 브랜드 제품을 즐기는 모습을 대중들에게 노출하며 소비자들과 더 깊은 유대감을 쌓도록 유도하고 있다. 중앙일보에서 취재한 전자공시시스템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실제 유명 브랜드 ‘디올’의 경우, 국내 스타들의 엠버서더 활동 이후 2030 소비자가 늘어나며 2021년에는 2017년 약 10배 정도의 매출액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어떤 사람이 엠버서더가 되는 것일까?
엠버서더가 가진 고유한 이미지를 통해서 브랜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엠버서더 마케팅의 기본 시스템이기 때문에, 엠버서더 선정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되는 요소는 해당 인물과 브랜드의 이미지 적합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중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시 되기에, 해당 인물의 영향력 또한 고려사항에 속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잘 끌 수 있는 유명 셀럽들이 엠버서더로 선정되곤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 대중들은 엠버서더 마케팅이 고가의 명품 브랜드가 자신들의 이미지를 브랜딩하기 위해 유명 인사들을 선정해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다양한 SNS로 인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공식 데뷔를 거친 연예인이 아닌 인플루언서를 비롯하여 일반인들도 앰버서더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다양한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 신상품을 가장 먼저 경험해보게 하거나, 색다른 콘텐츠를 기획하는 아이디어를 받는 등 일정 기간 동안 엠버서더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대학생 서포터즈’라고 불리는 활동들도 그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엠버서더 문화 속에서 K팝 아이돌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브랜드들이 K팝 아이돌들의 영향력을 이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2015년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의 샤넬 엠버서더 활동 이후라고 볼 수 있다. 이후 K팝 아이돌과 계약하는 브랜드들이 늘어나며 과거에는 주로 할리우드 스타들이 맡았던 글로벌 엠버서더의 역할을 K팝 아이돌들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브랜드들이 그들을 두고 ‘앰버서더’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일까?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추교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유럽 패션 브랜드는 ‘젊음’이라는 이미지를 끊임없이 추구해야 한다.”며 “10,20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글로벌 K팝 스타를 앰버서더로 선정하면 그들의 영향력으로 ‘올드’한 감성은 사라지고 브랜드를 다시 젊게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매력적인 전략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적인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은 각 멤버별로 발렌티노, 루이비통, 디올, 캘빈클라인 등 유명 브랜드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있다.
특이한 엠버서더 마케팅 사례들
가수 박준형은 스스로를 ‘41년 코카콜라 외길 인생’이라고 표현할 만큼 코카콜라의 오랜 팬으로 알려졌다. 이에 코카 콜라 측은 그를 공식 모바일 스토어 ‘코-크 플레이’의 첫 엠버서더로 선정하며 화답했다. 실제 광고도 평소 유쾌한 가수 박준형의 이미지와 탄산의 시원하면서 짜릿한 이미지가 잘 어울린다는 좋은 평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브랜드의 팬인 사람을 앰버서더로 지정하면서 대중들 로부터 믿음직하다는 평을 받으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유명 셀럽이 아닌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전문가들을 엠버서더로 선정하며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좋은 품질의 화장품을 개발하는 것에 있어서 전문 지식과 신뢰도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 해당 기업은 피부과 의사 자문위원회와 본사의 연구원으로 연구 그룹 ‘지니어스’를 만들어 기업의 홍보 활동에 활용했다. 소비자들에게 더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심기 위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엠버서더 마케팅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취향 공동체’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 인물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속하고 싶은 세계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모든 연결이 유효한 것은 아닐 것이다. 즉,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제품을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의 소비자는 브랜드가 어떤 인물을 통해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읽어내는 능동적인 주체자이다.
결국 그들에게 중요한 건, 어떤 이미지를 누구의 얼굴로 이야기하느냐, 그리고 그 서사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전달되는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엠버서더 마케팅은 광고의 시대를 지나, ‘정체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나는 어떤 브랜드의, 어떤 얼굴을 닮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