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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오피니언] 철학자가 백운시장을 보고 ‘비인간’에 대해 말한 이유 [공간]
가게와 골목, 오래 쓴 집기들은 그대로 있지만 사람의 활동이 멈췄다는 이유로 그 공간은 비었다고 여겨진다. 쓸모를 판단하는 기준도 대개 인간의 필요에 맞춰져 있다. 신유물론은 이 익숙한 시선에 질문을 건넨다. 인간의 삶은 수많은 사물과 환경에 기대어 이루어지고, 그 존재들은 사람이 움직이고 관계 맺는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쇠퇴한 시장을 다시 살펴보는 일은 그곳에 남아 있는 존재들과 아직 발견하지 못한 관계의 가능성을 살피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생활용품의 강연 시리즈 ‘시장에 선 철학자’는 백운시장에서 이런 질문을 함께 나누는 자리다. 이곳에서 새로운 활동을 꾸리려면 공간을 어떻게 쓰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을지 생각해야 한다.
시장의 셔터가 내려가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 그곳에는 무엇이 남을까. 가게와 골목, 오래 쓴 집기들은 그대로 있지만 사람의 활동이 멈췄다는 이유로 그 공간은 비었다고 여겨진다. 쓸모를 판단하는 기준도 대개 인간의 필요에 맞춰져 있다. 신유물론은 이 익숙한 시선에 질문을 건넨다. 인간의 삶은 수많은 사물과 환경에 기대어 이루어지고, 그 존재들은 사람이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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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2026.09.20
오피니언
도서/문학
[오피니언] 누가 ‘야만’이라고 이름 붙였나 - 책 '포르모사 1867' [도서/문학]
글을 열며 1867년 대만 남부 해안에 난파선 한 척이 떠밀려왔다. 그 사건은 한 섬 안에 겹쳐 있던 민족과 권력, 그리고 ‘야만’이라는 이름의 경계를 드러냈다. 미국과 청나라뿐 아니라 대만 내부의 한족 이주민과 원주민 집단도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바라봤다. 누군가에게는 자국민이 희생된 외교 문제였고, 누군가에게는 통제하기 어려운 변방의 분쟁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들의 땅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충돌이었다.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시선이 이처럼 달랐던 것은 당시 대만이 하나의 사회나 하나의 정체성으로 설명될 수 없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강연이 서울 쌍문동 동네책방 생활용품에서 열렸다. 강연은 대만 공영방송 PTS의 주한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취재해온 양첸하오 기자가 진행했다. 지난 12일 열린 첫 강연에서 양 기자는 역사소설 『포르모사 1867』을 중심으로 로버호 사건과 대만 원주민의 근대, 그리고 그 이전부터 이어져온 한족 이주와 원주민 사회의 변화를 짚었다.
# 글을 열며 1867년 대만 남부 해안에 난파선 한 척이 떠밀려왔다. 그 사건은 한 섬 안에 겹쳐 있던 민족과 권력, 그리고 ‘야만’이라는 이름의 경계를 드러냈다. 미국과 청나라뿐 아니라 대만 내부의 한족 이주민과 원주민 집단도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자리에서 바라봤다. 누군가에게는 자국민이 희생된 외교 문제였고, 누군가에게는 통제하기 어려운 변방의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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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2026.08.24
오피니언
문화 전반
[오피니언] 고강도 경쟁 사회에서 다양성과 인정의 사회로 가는 길 [문화 전반]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세계 10~12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춘 선진국에 진입했다. 절대적 빈곤이나 기근에서 벗어난 지 오래며, 가족 관계 역시 타국 대비 상대적으로 화목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의 질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OECD 회원국 중 행복지수는 수년째 최하위를 다투며, 전 세계로 대상을 넓혀도 바닥을 면치 못한다. "가난에서 벗어나 물질적 풍요를 이루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발전주의적 신화가 완벽히 파산한 셈이다.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세계 10~12위권의 경제 규모를 갖춘 선진국에 진입했다. 절대적 빈곤이나 기근에서 벗어난 지 오래며, 가족 관계 역시 타국 대비 상대적으로 화목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의 질은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OECD 회원국 중 행복지수는 수년째 최하위를 다투며, 전 세계로 대상을 넓혀도 바닥을 면치 못한다. "가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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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2026.08.16
오피니언
문화 전반
[오피니언] 약함이라는 연결고리,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는 것 [문화 전반]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효율적인 이동과 노동력을 중심으로 정상성의 기준을 세우고, 이에 미달하는 상태를 장애나 불필요한 것으로 분류해 왔다. 장애는 신체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특정 능력을 경제적 유용성으로 평가하는 사회적 기준이 만들어낸 개념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일상의 생활 공간으로 끌어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서울 도봉구 백운시장 내 책방 ‘생활용품’(우이천로 477)에서 열린 인문 프로그램 <시장에 선 철학자>다. 첫번째 회차에서는 ‘다양한 몸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주제로 자본주의적 생산성 규범과 그 안에 작동하는 배제의 구조를 다루었다. 이번 강연은 목광수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목광수 교수는 정의론과 생명의료윤리, 인공지능 윤리 등 실천윤리학을 주로 연구해 온 학자다. 그는 이번 글에서 장애를 특정 소수자의 특수한 문제로 한정하지 않고, 인간 생애 전반에 내재된 ‘보편적 취약성’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존 롤즈 계약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아마르티아 센의 역량 접근법을 경유하며, 장애 윤리가 시혜나 동정이 아닌 동등한 시민의 공존을 위한 ‘보편 윤리’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효율적인 이동과 노동력을 중심으로 정상성의 기준을 세우고, 이에 미달하는 상태를 장애나 불필요한 것으로 분류해 왔다. 장애는 신체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특정 능력을 경제적 유용성으로 평가하는 사회적 기준이 만들어낸 개념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일상의 생활 공간으로 끌어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서울 도봉구 백운시장 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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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2026.07.26
오피니언
문화 전반
[오피니언] 시장통 헌책방에서 열린 뜻밖의 미학 강연 [문화 전반]
참기름 냄새와 흥정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시장 골목, 그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동네 책방에서 인간 예술의 존망을 묻는 서늘한 질문이 던져졌다.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창작자'의 자리를 노리는 지금, 과연 고통과 상실을 모르는 기계의 결과물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6월 14일, 도봉구 백운시장의 자생적 독립서점 '생활용품'에서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비판이론을 통해 이 시대의 가장 날 선 화두를 파헤치는 뜻밖의 지적 향연이 펼쳐졌다.
참기름 냄새와 흥정하는 목소리가 오가는 시장 골목, 그 한복판에 자리한 작은 동네 책방에서 인간 예술의 존망을 묻는 서늘한 질문이 던져졌다.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창작자'의 자리를 노리는 지금, 과연 고통과 상실을 모르는 기계의 결과물을 예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지난 6월 14일, 도봉구 백운시장의 자생적 독립서점 '생활용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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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2026.06.18
칼럼/에세이
에세이
[에세이] 이런, 이게 다 하콘 때문이다 - 최인아책방 '하우스콘서트에 진심' 북토크
객석에 앉아 있다가 글을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하우스콘서트에 진심』을 읽고, 또 보고
비가 온단 말은 없었는데…. 선릉역 지하철 개찰구 계단을 거의 다 올라왔을 즈음, 그 문장을 떠올리며 검은색 우산을 펼쳤다. 팍-! 하고 내 손안에 우산이 피어남과 동시에 숨통이 트였다. 저녁 7시가 다 되어가니 해는 저물고, 하얀 하늘 안에서 내려온 비에 온도도 조금 떨어졌기 때문이겠다. 오늘도 나는 어디를 가나 싶었지만, 아무래도 또 어디론가 가는 모
by
장유진 에디터
2026.06.08
리뷰
PRESS
[PRESS] 호기심에서 시작하는 미술 여행 - 호기심 미술 책방 [도서]
'본다'는 것은 마음과 경험으로 해석하는 것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다. 짧은 영상과 즉각적인 자극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본다’라는 행위는 점점 소비적인 것이 되어가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도 작품을 천천히 바라보기보다는 설명문을 훑거나 사진만 남기고 나오는 일이 흔하다. <호기심 미술 책방>은 이런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던 ‘보는 법’을 다시 묻는 책이다. 이 책은 미술에 대해 한 번쯤 가져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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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 에디터
2026.01.20
오피니언
공연
[Opinion] 해독과 난해 - 송영민 피아니스트와 함께하는 최인아책방 콘서트 시즌 20 '한국 클래식 음악의 별들' : 바이올리니스트 임동민 [공연]
해독되지 않은 소리 앞에서 - 최인아책방 콘서트 시즌 20〈한국 클래식 음악의 별들〉관람 에세이
최인아 책방 콘서트 시즌 20의 마지막 무대를 바이올리니스트 임동민이 장식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No.1’과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Op.27 No.1’ 등을 선보였다. 그는 추천 도서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소개했다. 헤르만 헤세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소설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중세 독일을 배경으로,
by
장유진 에디터
2025.12.23
오피니언
문화 전반
[Opinion] 걷는 방법이 달라지면 동네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문화 전반]
동네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경험
아이유 꽃갈피 앨범 중 여름밤의 꿈 반복해서 걷는 길엔 눈에 익숙한 풍경들만 걸리게 된다. 나는 걸으며 노래 듣는 걸 좋아해, 출퇴근길 15분 가량은 꼭 걷곤 한다. 매일 아침마다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는 리트리버, 코너의 과일가게, 떡볶이집, 제빵사님 이름이 걸린 동네 빵집, 순회하듯 눈도장을 찍으며 가다보면 어느새 지하철 역, 혹은 회사에 다다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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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수 에디터
2025.11.09
오피니언
공간
[Opinion] 제주도 일일 책방지기 [공간]
비일상 속에서 일상되기를 꿈꾸며, 이후북스 제주점의 일일 책방지기 체험
일상과 비일상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기준은 알 수 없지만, 쉽게 분류할 때 여행은 아마 후자에 속할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변주를 주는 것, 새로운 땅의 축축한 공기를 코에 집어넣는 것이 여행이라면. 하지만 누군가는 여행지에서도 그곳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루의 목표가 ‘끝내주게 놀기’ 정도인 관광객의 하루도 무척 행복하지만, 어쩌면 지금
by
정현승 에디터
2025.11.07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좋은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도서]
위트와 기획력이 돋보이는 화제의 책, <좋은 사람 도감>
닮고 싶은 사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 닮고 싶은 사람의 모습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이십 대 초반엔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한 사람', '솔직하고 당당한 사람', '제 몫을 잘 해내는 사람'을 닮고 싶었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여러 사람들을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후로 닮고 싶은 사람은 '함께 있을 때 즐거운 사람', '타
by
박수은 에디터
2025.05.01
오피니언
도서/문학
[Opinion] 독립서점,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도서/문학]
책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 대형서점을 주로 이용하던 이들이 동네의 작은 서점에 모이는 이유는 독립 서점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색 있는 기획에 있을 터. 오늘은 다채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하는 서울의 독립 서점 두 곳을 소개해볼까 한다.
이토록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행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2030 세대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텍스트힙’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텍스트힙이란 글자를 뜻하는 ‘텍스트’와 멋있다, 개성 있다는 뜻의 은어 ‘힙하다’를 합성한 신조어로 독서하는 것이 멋지다는 의미에서 등장한 말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향으로 활자를
by
김가온 에디터
2025.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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