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장사해온 여성들의 역사를, 지금 시장에서 장사하는 여성들과 함께 읽습니다.

오랫동안 여성의 노동은 남성의 노동만큼 이야기되지 못했습니다.
여성의 일은 보조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이런 인식은 학계의 경제사와 노동사에도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 전쟁 이후 여성의 경제활동이 한국 경제에서 큰 몫을 차지했는데도, 그 역사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여사장은 그중에서도 더 보이지 않는 존재였습니다.
사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여성 노동사에서 다뤄지지 않았고, 사장은 남성이라는 편견 때문에 경제사에서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습니다.
김미선 교수는 이를 '이중의 배제'라고 부릅니다.
『여사장의 탄생』은 이렇게 한국 경제사에서 누락된 여사장의 흔적을 발굴한 책입니다.
책은 여사장 탄생의 출발점으로 한국전쟁을 꼽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던 남성들이 전쟁으로 자리를 비우자, 여성들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거리와 시장으로 나섰습니다.
구멍 난 양철 다라이를 이고 버려진 배추를 팔던 행상에서 시작해 양장점과 미용실을 꾸리고, 수출입 사업과 기업 경영으로 나아간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김미선 교수는 당시 여성 사장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당대의 신문, 영화, 소설을 폭넓게 모아 이들의 이야기를 되살렸습니다.
이를 통해 그 시절 여성의 노동이 사회에서 어떻게 인식되었는지, 어떤 지위에 있었는지, 어떤 특징을 지녔는지를 분석합니다.
이 연구는 지나간 과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늘날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창업이 활발합니다.
하지만 여성의 지위가 예전보다 높아졌어도 여성 창업자들은 여전히 남성보다 영세한 사업을 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미선 교수는 과거 여사장 연구의 연장선에서 오늘의 여사장까지 살펴봅니다.
이번 북토크가 특별한 이유는 장소와 참여자에 있습니다.
행사는 책이 주목한 여성 경제활동의 현장인 시장, 그 한가운데에 자리한 백운시장의 동네책방 생활용품에서 열립니다.
백운시장의 여성 독서모임원들과 여성 사장님들도 함께합니다.
책 속 여사장들은 딸, 아내, 어머니, 며느리로 살림을 꾸리면서 장사를 했고, 돈을 버는 여성에게는 '드세다', '나댄다'는 시선이 따라붙었습니다.
오늘 시장에서 가게를 지키는 여성 사장님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연구의 대상이었던 시장 여성 상인들이 이번에는 직접 책을 읽고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주체가 됩니다.
과거 여사장들의 기록과 현재 시장 여성들의 경험이 만나는 자리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생활용품 백승석 대표는 "백운시장에는 수십 년째 같은 자리에서 가게를 지켜온 여성 사장님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았다"며 "책의 주인공 같은 분들과 시장 안에서 함께 읽고 싶어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
[행사 안내]
- 일시: 2026년 11월 14일(토) 오후 2시
- 장소: 동네책방 생활용품 (서울 도봉구 우이천로 477, 백운시장 내)
- 연사: 김미선 (『여사장의 탄생』 저자)
- 참가비: 무료 (다과 제공)
- 함께하는 곳: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도서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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