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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Opinion] 조개껍데기는 어디에나 있다 : 나의 산티아고 순례기 #4 [여행]
길에서 만난 사람과 동행하는 것은 사실 흔한 일일지 모른다.
3일차 - 26.4km 아스토르가 Astorga ▶ 폰세바돈 Foncebadón 산넘고 물건너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성가 소리에 눈을 떴다. 어젯밤 내가 자는 사이에 들어왔을 순례자들은 벌써 나갈 채비를 거의 다 한 채였다. 일어나자마자 마주하는 얼굴이 매일 새롭다는 것은 아직 적응해야할 숙제지만, 옅은 미소를 띠고 가볍게 인사를 나누면, 몇 년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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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21.01.24
리뷰
도서
[Review] 장벽의 시대 - 분리와 분열의 결정체, '장벽'에 관하여 [도서]
부자와 빈자의 격차, 민주주의의 부재, 다른 정체성에 대한 거부. 장벽은 이들의 가시적인 결정체일 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타자연습을 비롯한 인터넷 교육이 학교 교육의 일부가 됐던 시절을 거친 나에게 세계화는 익숙한 걸 넘어 당연한 것이 되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Made in China’라는 문구를 보면 제품에 대한 흥미를 잃곤 했지만, 이제는 ‘Designed by Apple in Califonia’라고 쓰인 아이폰에 ‘Assembled in 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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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20.04.12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조개껍데기는 어디에나 있다 : 나의 산티아고 순례기 #3 [여행]
누군가가 그랬다. 삶이란 폭풍우가 지나가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비와 함께 춤 추는 것이라고.
2일차 - 28.5km 비야당고스 델 파라모 Villadangos del Paramo ▶ 아스토르가 Astorga 비와 함께 춤을 추다 해가 떠오르자 알베르게의 사람들은 오늘을 시작한다. 하루 종일 걸어 지친 순례자들은 새벽까지 깨어있지도, 잠을 설치지도 않고 깊은 수면을 한다. 추운 밤을 얇은 침낭으로 버텨낸 몸은 약간의 근육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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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20.03.04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조개껍데기는 어디에나 있다 : 나의 산티아고 순례기 #2 [여행]
늘 당연히 여겨왔던 따뜻한 공간과 편히 쉴 의자가 이토록 달디 달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아무래도 나는 정말 순례길에 오른 게 맞는가보다.
가지지 못한 것들로부터 초연해지는 방법 별다른 모험 없이 첫날의 여정을 마쳤다. 도로 옆으로 난 흙길만 졸졸 따라서 21km를 걷는 일은 싱겁게 끝나버려, 앞으로 마주칠 길을 기대할 정도로 제법 용기가 생기고 말았다. 아니, 이렇게 평탄한 길만 나온다면 어떤 실망감마저 느낄지도 모르겠다. ‘내 다리가 생각보다 튼튼한가 보다’, ‘길 위에는 인정이 가득하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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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9.10.28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조개껍데기는 어디에나 있다 : 나의 산티아고 순례기 #1 [여행]
행색이 어떻고, 경험이 얼마큼 있으며, 준비를 많이 해왔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목적지가 있는 한 이 두 다리로 걸어야 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같았다. 주저하는 마음을 길들였냐 길들이지 않았냐의 차이가 날 뿐이라 생각했다. 머뭇거리던 나를, 길은 그렇게 끌어올렸다.
그렇게 길은 나를 끌어올렸다. 레온대성당 레온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이미 황혼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순례하는 마음으로 길을 걸어보자던 버스에서의 다짐과 달리, 어스름 속에서 빛나던 레온의 아름다운 대성당을 바라보고 시가지를 거닐다가 하마터면 길바닥에 앉아 맥주를 한 잔 할 뻔했다. 이런 불량한 마음가짐에도 등산화와 커다란 배낭은 나를 순례자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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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9.05.04
오피니언
여행
[Opinion] 조개껍데기는 어디에나 있다 : 나의 산티아고 순례기 #0 [여행]
머물러있으면 이대로 고여버리고 말 것만 같았다. 낯선 곳보다 더 낯선 곳으로 계속해서 굴러가는 돌멩이가 되고 싶었다.
조금 우습게 들릴 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나는 신을 만나본 적이 있는 것 같다. 작년 이 맘쯤의 바르셀로나에서였고, 그의 모습은 부랑자였으며, 내가 그에게 한 행동은 적선이었다. 2천원 남짓한 샌드위치나 맨날 사 먹던 곤궁한 교환학생이 할 만한 짓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백발 노인은 세상의 모든 근심을 다 떠안은 것처럼 보였다. 하늘을 떠받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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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9.03.06
리뷰
도서
[Review] 찬란하리만큼 순수한, 장 그르니에의 <지중해의 영감> [도서]
“그래도 결국 선함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기에, 긍정으로 종결되는 그르니에의 언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모른다.
프랑스 니스의 해변 <지중해의 영감>을 만나보고 싶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저자 장 그르니에가 알베르 카뮈의 스승이라는 사실이었다. 대문호의 스승, 거장을 만든 거장. 일상생활에 떠밀리면 사고 능력도 퇴화되어 감정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운 시기가 나타나곤 하는데, 나는 이 시기의 정신상태를 ‘마음 난독증’이라고 부르곤 한다. 이 증세의 극약처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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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8.12.24
리뷰
도서
[Preview] 그 여름 그 바다, 도서 <지중해의 영감> [도서]
지중해를 바라보며 형언할 수 없는 행복과 감정의 요동침이 일어나는 걸 느꼈는데, 그르니에의 언어를 빌려 다시 한 번 그 바다에게, 정말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다.
근거 없는 날들이 좋아진다 계절에 상관없이 계절을 느끼고, 계절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대로 흔들린다. 지금은 겨울인데, 이미 여름의 날이 왔다. 이미 도착한 건지 아직 보내지 못한건지 몰라도 아름다운 여름날이. 이지혜 시인의 '조각의 유통기한'을 읽다가 이 부분이 나오자 하마터면 눈물이 핑 돌뻔 했다. 코끝에는 찬 기운이 스치고 온 도시에는 푸근하면서도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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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8.12.02
리뷰
공연
[Review] 이 땅의 모든 흰개미들에게, 연극 <사막속의 흰개미> [공연]
제 몫이 아닌 부분까지 축적한 권력은 결국 제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생명력을 가진 이 땅의 모든 흰개미들에게로 말이다.
“이 밑에 흰개미들이 살고 있어.”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무대 일부 일요일 오후와 어울리지 않는 스산한 바람이 불던 11일, 세종S씨어터의 개관기념작인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를 만났다. 100년 된 고택과 그 속에 얽힌 비밀, 뭔가를 감추려는 사람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끌릴 법한 시놉시스를 자랑했기에, 을씨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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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8.11.19
리뷰
공연
[Preview] 미스터리보다 더 미스터리한 어떤 것, 연극 <사막 속의 흰개미> [공연]
300석 내외의 객석, 다양한 연출이 가능한 블랙박스형 무대. 세종문화회관의 S씨어터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관객 앞에 무대가 위치한 일반적인 공연은 물론이고 객석 중간으로 무대를 설치할 수도 있는 까닭에, 이곳에서 얼마나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공연들이 펼쳐질지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지난 18일, <이색락주>부터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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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8.11.02
리뷰
도서
[Review] 아는 것이 사랑이다, 도서 「다르면 다를수록」 [문학]
얼마 전, 오래된 친구와 간만에 놀이공원 나들이를 갔다. 작은 놀이공원인데다 춥고 흐린 겨울날이라 거의 전세를 낸 수준으로 한참을 쏘다녔다. 지칠대로 지친 친구와 나는 바로 옆에 위치한 동물원은 패스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즐겨보던 ‘위 베어 베어스’라는 곰돌이 애니메이션이 눈에 아른거려 곰만이라도 보자,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당연히 만화의 포동포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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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8.01.23
리뷰
공연
[Review] 찬 바람에도 사랑의 온기를 잃지 않기를,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로맨틱 크리스마스》 [공연]
12월 22일, 차디찬 거리에 캐롤이 울려퍼지며 어렴풋한 따스함이 느껴지는 연말 시즌의 한 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은 무엇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티엘아이 아트센터로 향했다. 티엘아이 아트센터의 콘서트홀은 단촐한 무대, 작은 객석 공간, 클래식 음악에 최적화된 설계로 구성되어있었다. 객석 어디서나 음악회의 전부를 오롯이 감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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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 에디터
2017.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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